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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 Sputnik Спутник, 2020
감독 - 이고르 아브라멘코
출연 - 옥사나 애킨시나, 표트르 표도로프, 표도르 본다르추크, 안톤 바실레프
임무를 마치고 지구로 돌아오던 우주 비행선 오르비타-4이 불시착을 한다. 사건을 조사하던 연구소에서는 갑자기 뇌 전문의인 ‘타탸나’에게 살아남은 비행사인 ‘베시냐코프’와의 면담을 주선한다. 타탸나는 심리 상담부터 수면 연구까지, 그의 전반적인 상태를 파악하고 원인을 알아내려 한다. 그런데 베시냐코프에게는 엄청난 비밀이 있었으니, 바로 우주에서 그가 혼자 돌아온 게 아니라는 것이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우주 괴생명체가 그의 몸속에 기생하고 있었는데…….
포스터를 보면, 거대한 괴생명체가 그려져 있다. 뭔가 닮았는데 그게 뭔지 정확히 생각이 나지 않는다. 어디서 봤더라? 영화였나 그림이었나? 외계 생명체가 나오는 작품은 대개 그것의 성격에 따라 작품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호전적인 놈이면 당연히 치고받고 싸우겠고, 지구와 소통하기 위해 왔거나 우주에서 실수로 떨어졌으면 화기애애하게 마무리된다. 후자의 경우에는, 음 어린이가 등장하여 외계 생명체와 교감을 하기도 한다.
이 작품은, 좀 묘했다. 외계 생명체가 그렇게 호전적이지도 친화적이지도 않았다. 평소에는 인간의 몸속에서 작은 형태로 들어있다가 몸 밖으로 나오면 엄청나게 커진다. 그리고 밖에서 활동할 수 있는 시간도 제한적이어서, 하루 대부분을 몸속에서 지내고 있다. 이런 설정은, 기존의 외계 생명체가 나오는 작품들과는 꽤 달랐다. 이제 영화는 외계 생명체와 인간이 공생하며 살아갈 수 있는지 얘기한다. 또한, 그러한 경우에 둘이 융합한 존재를 인간이라 칭할 수 있는지 다루고 있다.
그런데 아쉽게도 영화는 상당히 느슨하고 늘어지는 분위기의 연속이었다. 아무래도 인간의 조건이란 무엇인지, 어디까지 인간으로 봐야 하는지, 그리고 영웅이란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 얘기하고 있어서 그런 모양이다. 외계 생명체보다는 인간들끼리의 싸움을 더 보여주고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생각할 여지를 주는 건 아니었다. 그냥 그런 관점만 제시하고 영화는 끝을 맺었다. 그래서 내 취향의 작품은 아니었다. 차라리 외계 생명체와 융합한 이상 인간으로 볼 수 없다거나 그래도 이성이 남아있고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으니 인간이라는 주장을 확실히 보여주면서 대립을 했다면 재미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런 거 없이 대충 그런 분위기만 풍기고 끝을 내버렸다. 그랬다면 타탸나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확실히 와 닿았을 텐데.
그리고 전반적으로 이야기 진행이 좀 허술했다. 어디가 어떻게 허술하다고 하면 스포일러가 될 거 같은데, 마지막 부분이 ‘어? 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이 어떻게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그곳으로 갈 수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 그냥 쉬쉬하고 묻어버리려고 했다면, 정부로서는 그냥 죽이는 게 제일 쉬운 방법이었을 텐데……. 그리고 그 사람은 왜 갑자기 그 사람을 도와줬는지도 모르겠다. 그 전까지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았고, 별다른 심경의 변화를 일으킬 요소도 없었는데 말이다.
‘백만 송이 장미’ 노래를 다시 듣고 싶어지는 영화였다.
* 제목은 백만 송이 장미의 가사에서 가져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