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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신 이야기 - 믿긴 싫지만 너무 궁금한
샐리 쿨타드 지음, 칼 제임스 마운트포드 그림, 서나연 옮김 / 탬 / 2020년 1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부제 - 믿긴 싫지만 너무 궁금한
원제 – Superstition, 2019
저자 - 샐리 쿨타드
그림 - 칼 제임스 마운트포드
미신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것이 제일 먼저 떠오를까? 조상들의 오래된, 신빙성 없는 믿음이나 습관?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 리 없고, 조상들의 지혜와 경험은 무시할 수 없으니 어느 정도 받아들여야 할 관습? 예전에 어떤 이유나 원인이 있어서 사람들 사이에 특정 사항에 관한 믿음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그 원인이나 이유가 사라졌다면, 그걸 계속 믿어야 할까? 하지만 어쩐지 따르지 않기에는 뭔가 찝찝한 기분이 든다. 괜히 안 좋은 일을 당할 것 같고 말이다. 아마 그런 것들을 미신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이 책은, 여러 미신이 왜 생겼는지 원인에 관해 말하고 있다. 행운을 불러온다는 말이 있는 좋은 쪽의 미신은 ‘LIGHT’로, 그리고 그와 반대로 불운을 불러온다는 나쁜 쪽의 미신은 ‘DARK’로 나누어 수록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LIGHT’ 부분은 종이가 환한 색이었고, ‘DARK’는 어두컴컴한 색이었다. 문제는 다 그런 건 아니었지만, 몇몇 페이지는 어두컴컴한 종이에 짙은 색의 글자라서 읽기가 어려웠다.
저자가 서양인이라 대부분의 미신은 서양 위주였다. 물론 요즘은 글로벌 시대라 서양 미신들이 동양인인 우리에게도 익숙한 게 있다. ‘한 번에 꺼야 하는 생일 초’라든지 ‘그저 희귀해서 행운의 상징이 아니다, 네잎클로버’, 꽃 점에 해당하는 ‘나를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그리고 ‘거울을 깨뜨리면 7년 동안 재수가 없다’나 ‘당연한 거 아니야? 사다리 아래로 걷지 않기’ 등등은 우리 주변에서도 가끔 들어보거나 해보았던 행동들이다.
그리고 우리와 행동이 다르지만, 그 의미는 비슷한 것들도 있었다. ‘너의 왼쪽 어깨 너머로 소금 뿌리기’는 우리나라에서 상갓집에 다녀오면 소금을 뿌리는 것과 비슷하다. 또한, ‘실내에서 우산을 펴면 불길하다’는 당연한 말 같다. 덜 마른 우산을 집 안에서 폈다가는 엄마에게 등짝 스매싱을 당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림이 화려해서 처음에는 아동용 내지는 청소년용 도서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 책은 청소년이 봐도 좋고 성인이 봐도 재미있으니까 별로 상관없을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놀란 부분도 있다. ‘말린 고양이 숨겨 놓기’라는 항목인데, 글자 그대로 죽은 고양이를 훈연 건조해서 건물 곳곳에 숨겨 놓는다는 내용이었다. 왜냐하면, 고양이는 사악한 것을 물리치는 능력이 있다고 믿어지기에, 죽어서도 건물을 지키는 결계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말이나 개, 닭의 사체도 숨기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음, 사람을 제물로 바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문득 지금 우리가 믿고 따르는 여러 믿음이나 습관들이, 미래의 후손들에게 어떻게 비칠지 궁금하다. 아마 그들도 우리처럼 ‘조상님들이 미개하셔서 이런 쓰잘데기없는 미신이나 믿고 계셨구나’라고 생각하면서도 동시에 ‘그래도 하지 말라고 하는 건 안 하는 게 좋지 않을까’라는 두 가지 마음 가운데서 갈팡질팡하고 있지 않을까?
세월의 흐름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