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Project Bluebook, 2019
제작 - 로버트 스트롬버그, 피트 트레비스
출연 - 에이단 길렌, 로라 메넬, 마이클 하니, 마이클 말라키, 크세니아 솔로
1947년부터 1969년까지, 미국에는 ‘블루 북 프로젝트’라는 게 있었다. 미 전역에 나타나는 미확인 물체들의 정체를 밝히려는 연구 계획이었다. UFO의 정체는 무엇인지, 외계 생명체가 진짜 있는 것인지, 그게 아니면 소련의 비밀 무기인지 또는 자연현상을 잘못 본 것인지 알아내고자 한 것이다.
이 드라마는, 그 보고서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그러니까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했다는 것이다. 실제 사건을 극화한 경우에는 상당한 위험 부담이 있다. 그 사람들의 직계 가족이나 후손이 살아있는 경우 숨기고 싶었던 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서 명예훼손 소송에 휘말릴 위험도 있고, 반대로 너무 미화해서 사람들의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아, 그런 논란이 있었던 작품들의 제목이 떠오른다. 소송 운운하던 그 작품은 어떻게 되었는지 갑자기 궁금해진다.
이 작품 같은 경우에는, UFO와 외계인의 존재라는 논란의 소재를 다루고 있다. 있다고 확정되지도 않았고, 없다고 결론 나지도 않았다. 블루 북 프로젝트 자체가 애초에 UFO는 사람들의 착각이라든지 환각 내지는 조작이라는 결론을 내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 제작진이 취할 태도는 명확했다. 보고서에 적힌 사건을 재구성하면서 동시에 정부의 은폐작업도 보여주고, 외계인이 있는지 없는지 아리송하고 두루뭉술하게 드러내면서, 결론은 보는 사람의 마음에 맡기는 것이다. UFO의 존재를 믿는 사람이라면 ‘거 봐, 결국 미국 정부와 군대가 뭔가를 숨기고 있는 거잖아. 거의 70년 동안 말이야.’라는 생각을 하고, 그러지 않은 사람이라면 ‘그럴 줄 알았지, 저거 다 조작이고 사람들이 착각한 거잖아.’라고 말할 것이다. 그런데 드라마는 UFO의 존재가 있는 쪽으로 더 기울어져 있는 것 같다.
드라마는 의외로 차분했다. 하긴 외계인들이 우주선을 이끌고 쳐들어오는 것이 아닌, 어느 동네에 뭔가 번쩍였다거나 비행기 조종사들이 뭔가 봤다는 얘기가 들린 곳을 찾아가는 것이니 그럴 수밖에 없는 걸까? 그래서 차분하고 어떻게 보면 심심했다. 중간중간 긴장감을 주는 사건이 있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보면 조용했다. 어쩌면 외계인과 UFO의 존재에 관해서는 아직 명확한 결말이 없어서일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 사건을 조사한 보고서를 바탕으로 했으니, 미화 축소 과장 같은 것을 할 수 없었겠지. 보고서를 작성할 당시에 어떤 압박을 받았는지 간접적으로 보여주면서, 가능한 없는 건 다루지 않았다는 뉘앙스도 풍긴다. 그런데 보는 내내 역시 외계인이 있다는 생각에 점점 확신이 드는 건 왜일까?
2시즌까지 나와 있는데, ‘어머, 이건 꼭 봐야 해!’라는 강렬한 욕망은 들지 않았다. 이건 그런 거다. 악마가 인간을 홀려 세상을 멸망시키거나 장악하려 하지만, 성공하는 작품은 없다. 또는 기계가 인간을 멸종시키거나 지배하려 하지만, 성공하는 작품도 없다. 좀비가 세상을 뒤덮어도 인간을 다 죽이지는 못하고, 지구상의 다른 생명체도 비슷한 일을 하려고 했지만 다 실패한다. 영화를 만드는 자본을 대는 존재의 심기는 거슬리면 안 되는 거니까. 그러니까 결국 이 드라마도 계속 아리송 두루뭉술하게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식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거기다 어떤 편을 들건, 각자에 해당하는 음모론을 계속해서 만들어낼 여지도 주고 말이다.
아, 이건 아마도 내가 외계인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기에 그런 모양이다. 하나님이 계시면 천사도 당연히 있고, 그러면 악마도 있고 귀신도 악령이나 잡귀도 있고, 이걸 퇴치해야 하니 당연히 퇴마사도 있고 저승사자도 있기 마련이고, 따라서 정령이나 요정 같은 것도 있다. 그런 마당에 외계인이 없다는 게 말이 되겠는가? 그런데 자꾸 이렇게 애매모호 흐리멍텅한 작품만 만드니 짜증이 나는 거다. 간 보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