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Underwater, 2020
감독 - 윌리엄 유뱅크
출연 - 크리스틴 스튜어트, 뱅상 카셀, T.J. 밀러, 제시카 헨윅
해저 11km에 있는 ‘캐플러 기지’. 그곳에 있는 대원들의 임무는 밑바닥을 뚫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작스러운 지진이 발생하고, 기지는 엄청난 압력과 함께 바닷물이 밀려 들어온다. 기지는 붕괴위험에 처했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근처에 있는 ‘로우벅 기지’로 가서 탈출 포트를 타기로 한다. 그런데 뜻밖의 존재가 기지 밖에서 그들을 기다리는데…….
어떤 감상문에서 적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바다는 최대 미스터리 중의 하나다. 인간이 장비를 착용하고 들어간 최대 깊이는 281m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빛이 들어오지 않아 어두컴컴하고, 낮은 수온과 높은 수압 때문에 심해 생물들은 지상의 것과 비교하면 그 생김새가 상당히 다르다. 그 때문에 깊은 바닷속에는 거대 괴생명체가 살고 있다는 설정을 다룬 작품들이 많다. 때로는 외계 생명체가 자리 잡고 있다는 상상력을 발휘하는 예도 있다.
이 영화도 그런 소재를 다루고 있다. 예기치 않은 사고로 다른 해저 기지로 이동해야 하는 사람들. 지상이라면 편안하게 자동차로 가겠지만, 그들이 있는 곳은 깊은 바닷속. 컴컴해서 앞이 보이지 않고, 보호복을 입지 않으면 엄청난 수압과 산소 부족으로 사망하고 만다. 그래서 보호복이 망가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요즘 마스크 쓰고 다니는 것도 갑갑한데, 영화에서처럼 보호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걸 상상해보니, 으…….
그런데! 지금 상황만으로도 갑갑하고 죽을 것 같으며 희망이 보이지 않는데, 더 암담한 일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의문의 괴생명체들이었다. 뭐, 농담으로 영화 ‘아쿠아 맨 AQUAMAN, 2018’의 그 종족들이 찾아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제일 호전적이고 인간을 싫어하는 부류로 말이다. 물론, 이건 내가 영화에서의 처지가 아니라면 할 수 있는 농담이다. 실제로 내가 저곳에 있었다면, 저런 농담하는 사람을 때려주고 싶었을 것이다.
아쉽게도, 영화는 무척이나 심심했다. 분명 그들이 처한 상황은 위험했고, 꿈도 희망도 그리 많아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살얼음을 걷는 것처럼 아슬아슬하고 조마조마한 분위기여야 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았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깊은 바닷속, 조난, 괴생명체, 생존자……. 재미가 없을 수가 없는 조합인데?
아마도 정적인 걸 그리 좋아하지 않는 나이기에, 차분히 살아남을 방법을 모색하는 모습의 연속에 실망했을 수도 있다. 괴생명체가 나온다는 예고에 치고받고 싸우는 장면이 나올 것이라 기대했는데, 그렇지가 않아서 그랬을 수도 있다.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상당히 긴장감이 넘쳐야 하는 장면의 연속이었으니 말이다. 음, 그런 장면을 느릿하니 조마조마하지 않게 만든 제작진의 실력도 한몫한 걸까?
동적일 것이라는 내 예상과 달라서, 조금 아쉬운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