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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여름
프랑소와 시마드 감독, 그레이엄 베르체레 외 출연 / 미디어줌 / 2020년 10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Summer of 84, 2018
감독 - 프랑수아 시마르, 아눅 위셀, 요안-카를 위셀
출연 - 그레이엄 버케어, 쥬다 루이스, 케일럽 에머리, 코리 그루터-앤드류
‘데이비’는 연이은 어린아이들의 실종과 살인 사건의 범인이 옆집에 사는 ‘맥키’가 아닐까 의심한다. 문제가 있다면 맥키는 인상 좋고 언제나 웃는 얼굴의 경찰이라는 것이다. 데이비는 친구들에게 얘기하지만, 다들 시큰둥한 반응이다. 하지만 한번 그의 의견을 따라 맥키를 조사해보기로 한다. 방학 때는 할 일이 없으니까. 아이들은 서툰 솜씨로 맥키를 미행하는데, 어딘지 모르게 미심쩍은 움직임이 포착된다. 과연 맥키는 진짜 연쇄살인범이 맞는 걸까?
마을에는 연이어 범죄가 벌어지거나 평화로울 수도 있고, 그 와중에 이웃이 의심스러운 행동을 한다. 그래서 주인공이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며, 아무도 믿어주지 않아도 꿋꿋하게 조사를 계속한다. 이런 설정 흔하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은 사건의 냄새를 맡은 건, 마을의 꼬꼬마 아이들이다. 때로는 실수를 저질러 부모나 주위 어른들에게 벌을 받고 잔소리를 듣지만, 결국 그들의 생각이 옳았다는 게 증명된다. 이것 역시 흔한 설정이다. 아동 추리물이나 아동 수사물의 전형적인 형식이다. 아마, 추리호러스릴러SF판타지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각각의 설정에 해당하는 작품을 적어도 다섯 개는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의 기본 설정을 보면, 위에 언급한 것들이 다 들어있다. 그래서 범인이 누군지 일찌감치 알아차렸지만, 설마 감독이 후반에 반전을 둔 건 아닐까 싶어 등장인물 모두를 의심스러운 눈으로 지켜봤다. 아이들이 처음 실수해서 어른들의 눈총을 받을 때는 ‘괜찮아, 아직 시간 남았어.’라고 응원하기도 했고, 풋풋한 첫사랑의 싹이 트는 장면에서는 ‘좋을 때다!’라고 킥킥거렸다. 아픈 가정사가 있는 아이의 이야기에서는 ‘에휴’하며 한숨도 쉬면서, 별다른 부담감 없이 꼬꼬마들의 수사극을 지켜봤다.
그때까지는 좋았다.
영화는 마지막 부분에 가서 반전이 있었다. 아니, 그걸 반전이라고 해야할지 새로운 해석이라고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지금까지의 아동 추리물은 적어도 해피엔딩이라 할 수 있는 분위기로 끝났다. 범인도 잡고, 마을의 골칫덩어리에서 자랑스러운 탐정단으로 불리고, 어른들의 인정과 다른 아이들의 축하 속에 마무리되었다. 이 작품도 부모의 자랑스러운 아이가 되긴 했다. 하지만 그 대가는 너무도 컸다. 그 전까지는 ‘X라면 순한맛’였는데 갑자기 ‘불닭XX면’이 되어버린 그런 분위기로 마무리 지었다. ‘굳이 그런 장면을?’이라는 의문도 들 정도였다.
문득 새옹지마 塞翁之馬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좋은 일이라 여겼는데 나쁜 일이 되었고, 나쁜 일이라 생각했는데 좋게 끝나는 경우가 있다. 이 영화의 마지막 부분은, 그런 얘기를 하는 것 같았다. 연쇄살인마가 누구인지 밝혀내고 실종된 아이를 찾았지만, 이를 위해 잃은 것이 있었다. 그 상실감은 너무 커서, 극복하기 어려워 보였다. 마지막 장면에서 변해버린 데이비와 아이들의 모습에서 그걸 느낄 수 있었다. 어른이 된다는 건 어린 시절의 일부분을 잃어버리는 것이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 그렇다면, 데이비는 과연 어떤 어른이 될까? 자책과 죄책감 그리고 후회와 두려움으로 가득한 어른? 아니면 공포에 맞서고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는 어른? 어쩐지 뒷맛이 개운치 않은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