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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븐 플로어
파트시 아메즈쿠아 감독, 벨렌 루에다 외 출연 / 비디오여행 / 2014년 1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The 7th Floor, 2013
감독 - 파치 아메스쿠아
출연 - 리카도 다린, 벨렌 루에다, 오스발도 산토로, 루이스 지엠브로우스키
변호사인 크리스티안은 바쁘다. 오전에 있을 아주 중요한 재판을 준비해야 하고, 아내와의 이혼도 마무리해야 한다. 그뿐인가, 전남편의 협박과 스토킹에 시달리는 여동생을 안심시켜주기도 해야 한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일도 있다. 그런데 그의 눈앞에서 아이들이 사라진다! 먼저 계단으로 뛰어 내려간 아이들을 따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가니, 아이들은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누가, 어떻게 아이들을 데려갔을까? 재판 관련자? 사이가 안 좋은 아파트 이웃? 여동생의 전남편? 그것도 아니면 돈 때문에? 건물 안 어딘가에 아이들이 있을 거로 생각한 크리스티안은 경찰과 함께 조사에 나서지만…….
범죄 영화가 성인 주인공에게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면, 조마조마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안정된 기분으로 볼 수 있다. 주인공 버프가 있기도 하지만, 모든 고난과 역경을 뚫고 나름 살아남으니 말이다. 아, 물론 비극적으로 끝나는 작품이 있기는 하지만 그런 건 잘 안 보니까……. 하지만 성인이 주인공이지만 범죄가 그들의 어린 자녀에게 벌어지는 영화는, 보는 내내 마음이 편하지 않다. 조카가 셋이나 있어서 그런지 모르지만, 그런 설정 자체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왜 어른의 각성 내지는 어른에게 고난을 주기 위해 어린아이가 희생되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이 작품 역시 보는 내내 마음이 좋지 않았다. 등굣길에 아파트 안에서 둘이나 사라지다니!
영화는 보면서 계속 ‘그렇게 하는 게 아니지! 그게 아니잖아!’를 연발하게 했다. 변호사라며! 그것도 범죄 관련 전문인 같은데, 어째서? 실제 범죄는 겪어보지 않고, 오직 범죄 수사드라마와 영화, 그리고 소설로만 접해본 나였지만, 주인공의 행동이 아쉬웠다. 음, 어쩌면 진짜 내가 대낮에 눈앞에서 아이나 조카를 잃어버린 적이 없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아마 울고불고 ‘으아아’ 소리 지르면서 동네를 뛰어다녔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따지면 극에서 주인공인 크리스티안이 중구난방 뛰어다니면서 아이를 찾는 장면도 이해 못 할 건 아니다. 침착하면 좋겠지만, 침착할 수 없는 상황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아쉬웠다. 6층과 1층 사이에서 아이들이 사라졌다면, 그것도 둘이나 소리 없이 사라졌다면, 범인이 적어도 두 명이었거나 아이들과 안면이 있는 친한 사이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야 했다. 무작정 자기 마음에 안 들었던 이웃집에 쳐들어가는 게 아니라, 경찰을 빨리 불러서 동시에 층별로 수색했어야 했다. 혹시 아이들을 옮길 수도 있으니 말이다. 모른다는 말에 이사만 하고 내려갈 것이 아니라, 경찰과 함께 집집마다 수색을 해야 했다. 아이들을 숨긴 사람이, 숨겼다고 자백할 리 없으니까 말이다.
영화는 진행도 빠르고 후반부에 반전까지 주었다. 하지만 아이들을 찾는 과정에서 긴장감이나 조마조마함은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진행은 빠른데, 극의 분위기는 어딘지 모르게 느릿했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범인의 정체가 너무 빨리 드러나서일까? 상영시간이 90분인데 범인의 정체는 60분 만에 밝혀진다. 나머지는 반전을 위한 시간인데, 굳이 그걸 넣어야 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나저나 CCTV가 있었으면, 금방 사건이 해결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파트가 고풍스럽고 멋졌는데, CCTV가 하나도 없다니! 21세기가 맞는 건가?
이건 스포일러가 포함된 내 사족.
아이들에게 좋은 부모는 누구일까? 엄마의 베프와 바람을 피워서 이혼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열성적인 아빠? 남편의 바람으로 이혼하면서 아이들을 데려가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자상한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