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제 - SPACE SWEEPERS, 2020
감독 - 조성희
출연 - 송중기, 김태리, 진선규, 유해진, 박예린, 리차드 아미티지, 오지율
2092년, 지구는 식물이 사라진, 인간이 살 수 없는 곳이 되어갔다. ‘우주 개발기업 UTS’는 위성 궤도에 소수의 선택받은 사람만이 살 수 있는 새로운 터전을 만들었다. 그 외의 사람들은 지구에서 비참하게 살아가거나, 운이 좋은 사람은 우주선을 이끌고 우주 폐기물을 치워서 생계를 유지했다. 그러던 어느 날, 테러 단체가 어린아이 모습을 한 대량파괴 무기인 ‘도로시’를 탈취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우주 폐기물을 뒤지던 ‘승리호’ 선원들은 그 안에서 한 여자아이를 발견한다. 그들은 그 아이가 도로시라 확신하며, 돈을 벌 궁리를 하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영화는 재미있었다. 머리 굴릴 필요도 없었고, 주제가 명확했으며 결론도 해피엔딩이었다. 또한, 개그적인 요소가 거부감을 주지도 않았고, 흐름 역시 자연스러웠으며, 한국 영화의 특징인 신파도 그리 적당한 수준으로 들어가 있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그런 작품이었다. 무서운 걸 못 봐서 ‘스위트 홈’이나 ‘킹덤’을 보지 못하는 막내 조카도 이건 웃으면서 볼 수 있었다.
다만 아쉬운 게 있다면, 악역의 설정이었다. 그가 왜 도로시를 죽이려고 하는지, 거기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라고 해야 할까?
** 스포일러 경고**
** 스포일러가 싫으시면 아래로 쭈욱 내려가시오! **
'도로시(꽃님이)’는 파괴 살상 무기가 아니라, 자연을 회복시키는 힘을 가진 아이였다. 그렇다고 정령이나 초자연적인 능력이 있는 게 아니라, 나노봇의 힘으로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자세한 건 설명하기 어려우니, 다른 사람의 리뷰나 정리글을 찾아보길 바란다. 하여간 악당이라 할 수 있는 UTS의 회장 ‘설리반’은 예전에 지구에서 받은 안 좋은 기억 때문에, 지구를 멸망시키기로 한다. 그래서 자연회복 능력이 있는 도로시를 이용해 UTS가 주도한 화성을 밀림으로 만들고, 그 아이를 제거하기로 한다. 테러 단체는 도로시의 능력을 알아차리고 그 아이를 지구로 데려가려고 탈취했고 말이다.
아, 여기서 뭐라고 해야 할까…… 악당이 지구를 멸망시키려는 이유는 그러려니 하면서 넘어가겠는데, 왜 도로시를 죽여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그가 만든 인간 거주지가 앞으로 잘 운영된다는 보장도 없고, 또 인구수가 늘어나면 다른 곳에 또 거주지를 만들어야 하는데, 황금알을 낳는 오리를 그냥 폐기하다니! 내가 갖지 못하느니 부숴버리겠다는 마인드일까 생각했는데, 도로시는 이미 설리반의 손에 있었다. 그런데 굳이 그런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서 죽여야 하는 이유는 뭘까?
악당의 행동에 개연성을 찾는 건 어떻게 보면 불필요한 걸지도 모른다. 미친놈의 머릿속은 정상인의 사고방식으로는 알 수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악당의 매력이 반감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악당의 등장이 기다려지거나, 선원들과의 대결이 그리 조마조마하지 않았다. 손에 땀도 하나도 안 났고, 다리를 떨거나 ‘어떡해!’라는 말도 안 나왔다. 그리고 권력가들이 왜 언론 통제를 하려는지 깨달았다. 막강한 자본과 군대까지 가진 설리반이었는데……. 그가 언론까지 갖고 있었다면, 결말은 달라졌겠지…….
그나저나 지구에서는 마약조직의 보스를 하던 사람이 4년 만에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뀌다니, 놀랄 일이다.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는데, 여기서는 그게 아닌 모양이다.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관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다는 기대를 보여준,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는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말이 떠오른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