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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제 – Sweet Home, 2020
제작 - 이응복
출연 – 송강, 이진욱, 이시영, 이도현, 김남희
원작 – 김칸비, 황영찬의 웹툰 ‘스위트 홈 Sweet Home, 2017’
가족을 잃고 낡은 아파트에 이사 온 ‘현수’는 외부와의 교류를 거부한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사람들이 이상하게 변하기 시작한다. 아파트 주민들은 무슨 일인지 밖으로 나왔다가, 변한 사람들에 의해 공격받는다. 어떤 이들은 1층에 모여 대책을 생각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각자 집에 숨어 상황을 살핀다. 그 와중에 아파트 안에는 괴물로 변한 주민들이 나타나 살아남은 이들을 위협하는데…….
원작 만화가 있다는데, 아직 보지 않았다. 그래서 어떻게 결말이 나는지, 만화와 어떻게 다른지 잘 모르겠다. 원작이 있는 영화는, 가끔 원작을 보지 않으면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이 작품은 몇몇 장면만 빼면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는 데 그리 어렵지 않았다. 영화가 아니라 드라마라서 그런 걸까?
줄거리에는 현수 한 사람의 이름만 적었는데, 이 드라마에는 많은 사람이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등장한다. 그 이야기들은, 누군가의 입을 통하거나 회상으로 조금씩 시청자에게 알려진다. 또한, 모든 것을 다 보여주는 게 아니라 상상의 여지를 남겨서 각자 생각하도록 했다. 이 사람은 이런 과거가 있어서 그랬구나, 저 사람은 결국 그렇게 하겠구나 등등. 괴물로 변한 이웃과 싸워 살아남는 이야기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에 관해 말하고 있는 드라마였다.
그러니까, 위기 상황에서 볼 수 있는 많은 인간의 모습을 중심축으로 하고 있다고 해야 할까?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누구는 끝까지 이기적으로 굴고 또 다른 누구는 그런 사람을 위해 희생한다. 또한, 또 다른 어떤 이는 남을 협박 착취하면서 살아가고, 또 어떤 이는 남과 협력하며 공생한다. 그런 걸 보면서,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걸 새삼 느꼈다. 그리고 저런 상황이 닥쳤을 때, 난 어떤 인간 유형으로 분류될까 궁금했다. 적어도 민폐는 끼치지 말아야 하는데.
이 드라마의 또 다른 중심축을 이루는 요소는 인간이 변한 괴물이라고 할 수 있다. 변이 이유가 자신이 가진 욕망 때문이라고 하는데, 잘 모르겠다. 몇몇 괴물들은 변이 과정을 보여줘서, 그 사람이 그렇게 변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처음 등장할 때부터 괴물이었던 경우에는, 다른 사람들이 올린 정리 글을 보고서야 알 수 있었다. 위에서 언급한, 몇몇 장면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원작을 보지 않아서, 원작자가 인간의 욕망에 관해 얘기하려고 했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욕망 때문에 괴물로 변한 거라면, 거기에 관한 내용이 드라마화하면서 생략된 게 아닐까 생각한다. 인간과 괴물이 원래는 하나였고, 누구는 변하고 누구는 변하지 않았다는 게 중요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물론 그런 경우에는 인간의 근원과 존재 자체에 관한 답을 찾아가는 심리 철학물이 될 수도 있겠다. 이건 내가 원작을 보지 않아서 뭐라고 말할 수 없는 부분이다.
드라마 자체로 보면, 재미있었다. 누가 다음 괴물이 될지, 어떻게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지, 과연 현수는 어떻게 될지, 적절한 떡밥과 호기심을 던져주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배경 음악이었다. 위기의 순간, 누군가 목숨 바쳐 희생하려고 할 때마다 흘러나오는 외국 노래가 있다. 그 노래를 듣고 있으면, 집이건 지하철이건 버스 안이건 웅장한 뭔가가 막 마음속에서 쿵쿵거리고 칼이나 총을 들고 공격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런데 그 노래가 이 드라마에서 사용되는 순간, 어색하다는 기분이 들었다. 억지로 비장해지라고 강요하는 그런 느낌? 막 감정을 만들어내려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내가 괴물이 된다면, 어떤 욕망 때문에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주는 드라마였다. 역시 치킨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