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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의 흑역사 - 인간은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한다
톰 필립스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2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Truth : A Brief History of Total Bullsh*t, 2019
부제 - 인간은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한다
저자 - 톰 필립스
종종 듣는 유튜브 채널이 있는데, 거기에 가짜 뉴스를 퍼트리는 유튜버들에 관해 말해주는 코너가 있다. 그들이 어떻게 가짜 뉴스를 만들고, 어떤 방법으로 재생산하고, 또 그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하나하나 짚어주는 내용이다. 처음에는 어떻게 그런 가짜 뉴스에 속아 넘어갈 수 있는지 의아했는데, 들어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나 교묘하고 감정적인지, 넋 놓고 듣다가는 홀라당 넘어가는 건 당연한 일처럼 보였다. 그러면 가짜 뉴스라는 건, 최근에 발생하기 시작한 걸까?
이 책의 저자는 ‘아니오’라고 말한다. 책의 부제가 ‘인간은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한다’라는 걸 봐도 알 수 있다. 또한, 하나님이 모세에게 내리신 십계명에도 ‘거짓으로 증언하지 말라.’는 항목이 있는 걸 봐서, 이미 기원전부터 인간들은 거짓을 말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저자는 『거짓의 기원』, 『가짜 뉴스의 시작』, 『허위 정보의 시대』, 『환상의 땅』, 『사기꾼 열전』, 『정치인의 거짓말』, 『장사꾼의 거짓말』, 그리고 『흔한 집단 망상』, 이렇게 여덟 개의 챕터로 나누어 가짜 뉴스의 역사에 관해 말하고 있다. 그야말로 사람들을 상대로 엄청난 거짓을 말해 엄청난 이득을 본 사기꾼들의 총집합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진짜 그들의 상상력은 너무도 기발해서, 감탄과 동시에 ‘그 머리를 다른 곳에 썼다면…….’ 하는 안타까움마저 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놀란 것은, 위인이라고 알고 있던 사람의 또 다른 일면이었다. 두 번이나 가짜 뉴스의 생산자로 등장한 ‘벤저민 프랭클린’이다. 그렇다. 폭풍우 치는 날 연을 날려 피뢰침을 만들어내고, 미국 ‘건국의 아버지 Founding Fathers’ 중의 한 명이며, 미국 지폐에 얼굴이 그려진 그 사람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그가 만들어낸 가짜 뉴스 때문에 피해를 본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었다. 와, 어떻게 그럴 수가! 다른 사람들은 잘 몰라서 ‘그렇구나’하고 넘어갔지만, 이 사람은 위인전도 읽었고 연날리기 일화로 유명하기에 놀라움이 컸다. ‘내 어린 시절을 돌려줘!’라고 말하고 싶었다.
또한, 저자는 개개인이 정보를 제공하고 수정할 수 있는, ‘위키’라는 글자가 들어간 사이트의 위험성도 언급한다. 거기에 올라온 자료를 사람들이 맹목적으로 믿고 퍼 나르는 바람에, 생물학에 엄청난 오류가 발생할 뻔한 이야기는 그냥 헛웃음만 나왔다. 아, 진짜 인간은 영악한듯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순진하다. 내가 조작할 수 있으면 다른 사람도 조작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걸까? 아니, 순진한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의 능력을 너무 과신하고 타인을 하찮게 보는 게 아닐까?
인터넷과 SNS, 그리고 과학 기술의 발달 덕분에,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뉴스라든지 이야기를 볼 때마다 과연 이게 진짜인지 아닌지 고민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요즘 포토샵에 관해 배우고 있는데, 보면 볼수록 재미있다는 생각과 동시에 무섭다는 감정이 들고 있다. 나야 초짜니까 당연히 서툴지만, 강의하시는 분이 작업한 결과물을 보면 ‘와’하는 감탄이 든다. 그리고 금손을 가진 사람들이 이런 작업을 하면,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지 못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과 함께 오싹해진다. 그렇다고 개인적으로 모든 뉴스와 이야기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도 어렵고 말이다. 뭐, 그런 거로 머리 아프기 싫고 뭐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하는 게 어려우면, 처음부터 관심을 두지 않으면 편하긴 하다. 그러면 자연스레 사회나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게 되고, 나 혼자만의 세상에 빠져 살게 될 것이다. 아, 너무 많은 정보가 사람들을 멍청하게 만든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 모양이다.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과 ‘모르는 게 약이다’라는 말이 머릿속에서 엄청나게 갈등을 일으켰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