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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 : 초회 한정판 (2disc) - 포토북(24p)
강윤성 감독, 윤계상 외 출연 / 아이브엔터테인먼트 / 2018년 9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제 - THE OUTLAWS, 2017
감독 - 강윤성
출연 - 마동석, 윤계상, 조재윤, 최귀화
2004년 가리봉에는 세 개의 조직 폭력배 집단이 있었다. 조선족 중심의 조직 두 개 ‘독사파’와 ‘이수파’ 그리고 한국인 중심의 조직인 ‘춘식이파’다. 강력반 형사인 ‘마석도’는 특유의 주먹 한 방으로 세 조직의 두목들을 감시하며 동네를 조용하게 유지한다. 그런데 어느 날, ‘장첸’과 두 명의 부하가 나타나 유혈 사태를 일으키며 조직들을 장악한다. 다른 조직과 달리, 장첸은 악랄하게 상인들에게서 돈을 뜯고, 반항하는 사람은 그냥 죽인다.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고, 마석도를 비롯한 금천 경찰서 강력반은 장첸을 잡고자 계획을 꾸미는데…….
2007년에 서울 가리봉동에서 있었던, 조선족 중심의 조직 폭력배를 소탕한 사건을 각색했다고 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말이다. 영화는 잔인하면서 유쾌했고, 통쾌했으며 시원했다.
장첸의 범죄 행각은 무척이나 잔인했다. 무표정하거나 웃는 얼굴로 사람에게 칼을 수십 번 찔러대고, 그렇게 죽은 사람은 토막 나서 발견되었다. 그의 범죄 대상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다. 그래서 그가 등장하면 어쩐지 조마조마한 기분이 들었다. 반면에 다른 조직 폭력 집단이나 강력반 형사들이 등장하면 반은 진지했고 반은 재미있었다. 뜬금없이 터지는 말장난이나 우스꽝스러운 행동은 극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처지는 것을 막아주었다. 진지할 것 같은데 빵 터지거나, 킬킬거리면서 웃는데 갑자기 진지해지는 등의 흐름은, 두 시간 정도 되는 시간을 길지 않게 만들었다. 마석도와 강력반원들이 폭력배들과 싸우는 장면들은 통쾌했고, 특히 마석도의 주먹 한 방에 나가떨어지는 장면들은 시원시원했다.
그런데 뭐랄까,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니까 경찰과 조직 폭력배의 공생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고, 경찰은 자기들이 통제하기 어려운 최악(장첸) 대신 차악(춘식이파)를 선택한 거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초반에 마석도는 춘식이파의 두목 ‘황춘식’에게서 룸살롱 접대를 받는다. 용돈도 받고, 공짜 술도 마시고, 접대하는 아가씨들과 밤도 보내고……. 보아하니 한두 번 그런 게 아닌 것 같았다. 룸살롱에서 접대 받고 돈 받고 편의 봐주고. 어라? 그거 흔히 말하는 부패 경찰 아닌가? 다른 조선족 조직은 그런 융숭한 접대는 없지만, 마석도가 간식거리를 사고 대신 돈을 내게 시키는 장면들이 몇 번 나왔다. 그들은 마석도의 주먹 한방에 움찔하며, 그가 시키는 대로 큰 사건을 일으키지 않는 걸로 나온다. 오해하면 곤란하다. 뉴스에 나올 만한 큰 사건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지, 작은 사건은 일으킨다. 마치 피라미드 구조를 보는 것 같다. 약한 조직 폭력배 위에 군림하는 경찰…….
반면에 장첸은 그런 거 전혀 없었다. 접대는커녕, 말도 듣지 않고 그냥 사람들을 죽이고 돈을 빼앗았다. 그래서 사건이 전국적인 관심을 갖게 되자, 경찰들은 본격적으로 그들을 잡아야겠다고 결심한 게 아닐까 싶다. 말 드럽게 안 듣고 사건사고만 골라 일으키는 놈을 제거해서, 그 자리에 말 잘 듣고 큰 사건 안 일으키고 아부 잘 떠는 조직을 넣어주는 거다. 이게 바로 사나이들의 그 ‘의리’라는 건가? 아니면 피는 물보다 진하다?
문득 고 박봉성 씨의 만화가 떠올랐다. 경찰이 주인공인 만화였는데, 거기서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여리여리한데 (그림체가 그래서일지도) 특수부대에서 근무해서 사격이면 사격, 무술이면 무술 못하는 게 없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거기서 그는 자신의 관할 구역에 있는 조직 폭력배를 몽땅 쓸어버리지 않고, 서로를 견제해서 한 쪽이 너무 커지지 않도록 알아서 조절한다. 한 쪽이 모든 것을 흡수하면 통제하기 어렵고, 다 쓸어버리면 다른 지역에서 몰려와 관리하기 힘들다는 이유였다. 대신 상인들에게 너무 심하게 하지 않고, 어느 정도 선을 지키면 넘어가곤 했다. 결국 상인들은 기본적으로 어느 편에건 돈을 뜯기는 상황…….
보면서 유쾌통쾌상쾌를 느꼈지만, 동시에 내내 체한 것처럼 뭔가 꺼림칙하니 걸리는 영화였다. 어쩌면 내가 주인공에게 너무 정의로움과 청렴결백한 걸 원해서일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이거 히어로물 아닌가? 주먹 한 방으로 모든 사태를 해결하는 형사라니, 어쩐지 그런 느낌이 든다. 아, 그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