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크래프트 : 레거시
조 리스터 존스 감독, 케일리 스패니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21년 1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The Craft: Legacy, 2020
감독 - 조 리스터 존스
출연 - 케일리 스패니, 기데온 애들론, 로비 사이먼, 조이 루나
‘릴리’는 엄마를 따라, 엄마의 남자친구인 ‘아담’의 집으로 이사 온다. 새 학교 첫날, 그녀는 갑작스레 시작한 생리 때문에 남자아이들의 놀림감이 된다. 그런 그녀에게 다가온 ‘프랭키’, ‘태비’ 그리고 ‘루르드’의 도움으로 릴리는 위기를 넘기고, 친구가 된다. 어느 날, 릴리는 자신을 괴롭히는 ‘티미’라는 남학생을 벽으로 던져버리는 사고를 치고 만다. 자기도 몰랐던 힘에 놀란 릴리와 달리, 세 친구는 그녀가 자기들과 같은 마녀가 틀림없다고 반가워한다. 네 명은 마녀의 힘을 연습하며 기뻐하고, 티미를 골탕 먹이기로 한다. 그들의 주술에 걸린 티미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뀌는데…….
영화 ‘크래프트 The Craft, 1996’의 후속작이라며 24년 만에 만들어진 작품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1996년도 작의 제작진이나 배우들이 이 영화를 봤으면 무척이나 화를 냈을 것 같다. 아무리 형만 한 아우 없다지만, 속편은 망한다는 말이 있지만, 그리고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는 말이 있다지만, 이 영화는 해도 너무했다. 여기저기서 다양한 설정을 가져왔으면, 그걸 좀 잘 섞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이건 뭐랄까, 스무디를 만들어 먹겠다고 좋아하는 과일이랑 아이스크림에 요구르트까지 섞었는데, 향과 맛이 따로 놀아서 이도 저도 아닌 게 되어버린 느낌이다. 어울리는 맛과 향이 있는데, 그걸 다 무시하고 그냥 갈아버린 느낌? 아니면 건강에 좋을 거라고 딸기 스무디에 설탕이나 꿀을 빼고 셀러리나 브로콜리에 당근과 비트를 넣은 맛 정도? 물론 이렇게 먹어본 적은 없다. 굳이 먹어보지 않아도 상상이 가는 맛이니까.
엄마가 엄마 친구네 자식이랑 비교하는 게 제일 싫었는데, 이 영화를 1996년 작과 비교하려니 조금 마음이 아프다. 1996년 작에서 아이들은 절실했다. 화상, 가정 폭력 그리고 인종 차별이라는 현실에서 벗어나고파 마녀의 힘을 간절히 원했다. 그런데 2020년 영화의 아이들은 그런 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방과 후 동아리 활동 정도의 느낌이랄까? 마녀의 힘이 있으면 재미있게 놀 수 있지만, 없으면 없는 대로 살아갈 수 있는 그런 느낌이었다. 자기들 나름의 규칙을 정해서 해도 되는 경우와 하면 안 되는 경우를 구별하긴 했지만, 그 때문에 더 그렇게 생각되었다. 그래서 아이들이 마녀의 힘을 이용해 악당을 물리치는 장면은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다. 조카들이 초등학교 때 좋아하던 아동 드라마, 예를 들면 ‘울라불라 블루짱’이라든지 ‘마법전사 미르가온’이 더 절실하고 필사적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악당의 정체가 밝혀지는 부분은 너무 흐지부지 허무했다. 그 전부터 낌새가 있긴 했지만, 단서가 드러나면서 밝혀지지 않았다. 그냥 악당의 입을 빌려 주저리주저리 온갖 것들을 다 설명하는 형식이었다. 하아, 설명충 악당이라니……. 그걸 주절주절 떠들 시간을 쪼개서 중간에 복선이나 힌트로 넣어두면 더 재미있었을 텐데! 그나저나 악당은 릴리를 대낮에 기절시키고 밤이 될 때까지 뭘 한 거지? 애를 비밀 장소라든지 방에 가두는 것도 아니고, 손발을 묶어둔 것도 아니고, 결계를 쳐둔 것도 아니고, 그냥 그 자리에 그대로 뒀다. 왜?
하아, 장면 단위로 까고 싶은데 그러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스위트 홈’ 봐야 해서. 아, 그러고 보니 아담에게는 아들이 셋이 있었는데 걔들은 왜 나왔는지 그것이 알고 싶다. 특별히 하는 역할도 없고, 특징도 없고, 비중도 없고……. 굳이 셋씩이나 나올 필요가 없어 보였는데 말이다.
크래프트는 역시 ‘스타 크래프트 StarCraft 가’ 짱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