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Agatha Christie's Poirot, 2005
출연 – 데이빗 서쳇, 휴 프레이저
포와로가 벌써 10시즌! 13시즌이 끝이라고 하니,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게다가 다 장편 소설만 남아서인지 한 시즌당 작품이 서너 개밖에 되지 않는다. 아, 아껴봐야겠다. 이번 시즌에는 총 네 편의 에피소드가 드라마화가 되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공통점이 보였다. 바로 ‘변장’이었다. 물론 현대물이라면 사람들이 속아 넘어가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조명이라든지 지문인식이라든지 SNS 등등을 따져보면 말이다. 하지만, 작품의 배경이 되는 그 당시를 생각해보면 그게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물론 ‘포와로’만 빼고 말이다.
『The Mystery of the Blue Train』은 장편 ‘푸른 열차의 죽음 The Mystery of the Blue Train, 1928’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부호인 ‘올딘’은 자신의 딸 ‘루스’에게 유명한 보석을 선물한다. 문제는 그녀가 푸른 열차를 타고 여행을 하던 중, 살해당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보석은 사라진다. 마침 같은 열차에 타고 있던 포와로는 올딘의 의뢰를 받고 사건 수사에 나서는데…….
어쩐지 포와로의 오지랖이 돋보이는 편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유산을 상속받아 모든 것이 낯설고 어쩔 줄 모르는 ‘캐서린’을 향한 그의 호의가 뭔가 이상했다. 원래 그가 저런 성격이었던가? 하지만 그가 돌봐주지 않았다면, 캐서린의 살해 소식이 신문에 실렸을지도 몰랐을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그녀를 등쳐먹으려는 사람들로 득실거리는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범인을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방도 중요한 거니까.
『Cards on the Table』도 역시 장편 ‘테이블 위의 카드 Cards on the Table, 1936’이 원작이다. 범죄를 저지르고도 잡히지 않은 범인을 수집하는 취미가 있다는 한 남자가 있다. 그는 자신의 집에 네 명의 범죄자와 네 명의 탐정을 초대한다. 그리고 그는 살해당한다. 여덟 명의 손님들이 옆에서 식후 카드 게임을 하는 동안에! 포와로를 비롯한 네 명의 탐정은 범인을 찾아내겠다 다짐하는데…….
사건의 기본적인 흐름은 바뀌지 않았지만, 몇몇 인물의 관계가 좀 달라졌다. 크리스티가 소설을 발표했을 때와 시대가 달라져서, 원작의 설정으로는 충격을 줄 수 없다고 생각했나 보다. 동성 친구에 대한 비틀린 집착의 끝은 역시 좋지 않았다. 그나저나 ‘올리버 부인’이 낯이 익다 싶었더니 ‘미스 마플’ 첫 번째 시즌의 네 번째 에피소드인 ‘A Murder Is Announced’에서 본 사람이었다.
『After the Funeral』는 소설 ‘장례식을 마치고 After the Funeral, 1953’를 영상화한 작품이다. 한 부호가 죽는다. 그리고 며칠 후, 그의 여동생 역시 살해당한 채 발견된다. 겉으로 보기에 부호는 노환으로, 여동생은 강도 살인을 당한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장례식에 참석했던 변호사는 여동생이 말한 ‘오빠는 살해당한 거잖아요?’라는 말을 기억하고, 포와로에게 수사를 부탁하는데…….
원작과 거의 달라지지 않았지만, 역시 몇몇 인물의 관계가 좀 바뀌었다. 출생의 비밀이 드러나는 순간에 한국 아침 드라마가 생각나는 이유는 왜일까.
『Taken at the Flood』는 소설 ‘파도를 타고 Taken at the Flood, 1948’를 드라마화했다. 부유한 자산가인 ‘고든’이 가스 폭발 사고로 사망한다. 그의 재산은 갓 결혼한 신부 ‘로잘린’에게 돌아가고, 그녀의 오빠인 ‘데이비드’가 관리를 맡았다. 이후, 고든에게서 모든 경제적 지원을 받으며 살아가던 일가친척들은 난리가 났다. 데이비드가 알아서 살라며 원조를 끊어버렸기 때문이다. 고든의 친척들은 로잘린에게 편지와 전화로 온갖 협박과 비방, 욕설을 보내고, 그럴수록 데이비드와 로잘린은 그들에게 가혹하게 대하는데…….
왜 원작 내용이 떠오르지 않는 걸까 의아해서, 소설 리뷰를 찾아봤다. 음, 소설을 다 읽는 나는 분노에 차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싶었고, 성공한 모양이다. 드라마 내용도 빨리 잊어야겠다.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