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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제 - The Black Hair, 1974
감독 - 장일호
출연 - 남석훈, 진봉진, 진평, 이혜숙
‘설관중’은 우연히 숲에서 건달들에게 겁탈당할 위기에 처한 ‘화심’을 구해준다. 그녀는 부자 ‘황대복’의 딸로, 관중을 은인이라 여기며 한눈에 반한다. 하지만 관중은 그리 좋은 사내가 아니었다. 그는 태수의 꼬임에 넘어가 처제인 ‘목련’을 술집에 팔아넘기고, 그녀를 구하러 온 ‘홍무’에게 살인 누명을 씌운다. 그리고 화심과 결혼하기 위해 수련에게 간통 누명을 씌워 죽이는데…….
포털 사이트인 다음과 네이버에 이 작품을 검색하면, 위에 적은 줄거리와 비슷하지만 다른 내용이 적혀있다. 그나마 한국영상자료원에 적힌 내용이 영화와 일치한다. 두 사이트의 영화 담당자가 몇 명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모든 영화를 다 볼 수는 없다면, 적어도 고전 작품은 영상자료원과 비교하는 노력은 해봐야 하지 않을까? 게다가 황당한 건 또 있다. 이 작품에 관한 몇몇 리뷰어들의 글을 읽어보면, 두 포털 사이트에 적힌 줄거리를 그대로 적어 놓고 있다. 영화는 보고 리뷰를 쓴 걸까? 그것이 궁금하고 또 알고 싶기도 하다.
영화를 보면서, 어디선가 많이 본 이야기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한국 영화는 아니었고, 일본 영화에서 본 것 같았다. 뭐였지? 그 작품의 기본 설정을 따온 걸까? 그래서 여기저기 검색해보니, 일본 괴담 중의 하나를 영화화한 것이라는 글이 보였다. 음, 일본 원작 소설을 영화화하기도 하고, 일본 영화를 리메이크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영화도 그런 류의 작품인가보다.
원작이 일본 것이었다면, 제작은 또 홍콩과 같이했다. 그래서 무술 장면도 나왔고, 옷이나 건물도 한국식은 아닌 것 같았다. 찾아보니, 홍콩 버전도 따로 있다고 한다. 전에 본 ‘인사대전 人蛇大戰, 1983’도 그랬다. 옛날에는 그런 식으로 영화를 만들기도 했나 보다.
영화는 음, 뭐라고 해야 할까? 정신이 없었다. 그리 많이 보지는 않았지만, 한국 고전 영화를 보면, 화가 날 때가 종종 있다. 화면이나 음질, 어설픈 CG는 그 당시 과학 기술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겠지만, 여자를 인간 취급하지 않는 대사나 상황 설정 등이 너무 짜증이 난다. 게다가 이 작품의 주인공은 전혀 공감이 가지 않았고, 감정 이입도 되지 않았다. 관종 아니, 관중도 그렇고 수련도 마찬가지였다. 안쓰럽지도 않고 불쌍하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통쾌하게 나쁜 놈을 조지는 것도 아니었다. 아니, 왜 거기서 그렇게 하고 그래! 그게 아니지! 왜 그 XX를 서방님이라고 불러? 이 나쁜 개XX라고 욕해야지! 복수랍시고 하는데, 영 신통치 않았다. 우선 그 XX의 X를 잘라버리고 시작해야지, 수련아! 정신 안 차릴래? 에휴, 착한 사람이 죽어서 그런지, 하는 짓이 다 순한 맛이었다. 마라 맛까지는 바라지 않아도 불닭 맛은 나와야지, 안 그래?
등장인물이 전혀 매력적이지 않은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