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Wishmaster 3: Beyond the Gates of Hell, 2001
감독 - 크리스 앤젤
출연 - 제이슨 코너리, A. J. 쿡, 토비어스 메러, 루이셋 가이스
교통사고로 가족을 다 잃고 혼자만 살아남은 ‘다이애나’. 어느덧 대학생이 된 그녀는 교수의 연구실에서 상자 하나를 발견한다. 호기심에 그것을 만지작거리는데, 그 안에서 숨겨진 루비 하나가 튀어나온다. 교수는 세기의 발견이라고 추켜세우고, 다이애나는 자신의 학문적 성취에 기뻐한다. 하지만 사실 그 상자는 루비에 봉인된 ‘진’을 가둬두는 것이었다. 봉인에서 풀린 진은 다이애나에게 세 가지 소원을 빌라고 강요하는데…….
이번 3편부터 진을 연기한 배우가 바뀌었다. 아무래도 2편까지의 진이 매번 실패하니 다른 진으로 교체된 모양이다. 음, 그렇다면 진은 하나가 아닌 건가? 물론 이 시리즈는 4편까지 나와 있고, 그렇다면 이번 편의 진이 어떤 운명에 처할지는 뻔하다. 아, 이거 스포일러인가?
음, 처음 황당했던 부분은 박물관의 교수 연구실 장면이었다. 학부생이 교수의 연구실에서 아무거나 꺼내 만져도 되나? 그리고 그 상자를 몇 백 년 동안 아무도 열지 못했다는 점도 황당했다. 어떤 별자리가 어떤 위치에 오고, 아무도 모르지만 예전부터 지정된 특정한 시간에, 역시 아무도 몰랐지만 특정 성별을 가진 사람이 어떤 상황에서 만져야 열린다는 그런 얘기도 없었는데, 다이애나가 흐릿한 눈으로 초점을 달리해서 보니 상자가 열렸다. 지금까지 저 상자를 갖고 있던 사람은 모두가 다 피곤하지 않은, 체력이 쌩쌩할 때만 연구했었나?
하여간 이번에도 봉인에서 풀린 진은 교수의 몸을 뺏어서 자신을 깨운 다이애나에게 접근한다. 그녀에게 세 가지 소원을 빌게 하기 위해서다. 이번 진은 강압적인 방법을 쓰는데, 소원을 말할 때까지 다이애나의 친구들을 하나둘씩 죽였다.
그리고 두 번째로 황당한 부분이 등장한다. 진의 소원에는 한계가 없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다이애나의 소원으로 진은 자신을 죽일 존재를 소환한다. 바로 천사다. 그럼 차라리 진에게 ‘너 자살해!’라고 소원을 빌면 사건은 종결되지 않을까? 그리고 다이애나도 소심한 것이, 이왕 빌 거면 천사가 아니라 하나님을 불러달라고 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소환된 천사가 그리 믿음직스럽게 보이지 않아서……. 문득 저런 천사를 부하로 두고 있는 하나님은 얼마나 속이 답답하실까 하는 생각도 잠시……. 아, 어쩌면 이름만 똑같은 하급 천사가 아닐까 싶다. 그 이름을 가진 고위급 천사라면 진 같은 악령의 소환에 응하지 않았겠지? 고위급 천사를 소환할 수 있는 악령이라니, 이건 밸런스 붕괴다. 그런 힘을 가진 악령이 그런 결말을 맞이한다는 건 좀 말이 안 되는 거 같다. 아니면 우주선 같은 최첨단 기기도 작은 나사 하나로 망가질 수 있다는 걸 돌려서 보여주는 거였을까?
그나저나 1편에서부터 3편까지, 진은 여자가 보석을 만져야만 봉인이 풀렸다. 그리고 그 여자들과 영적인 교감을 나눈다. 여자를 좋아하나? 아니면 여자가 압박을 가하기 쉽다고 생각한 걸까?
이번 편을 보고, 다이어트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았다. 주인공의 친구가 살을 빼고 싶다는 소원을 빌고, 살이 빠지긴 한다. 문제는 어떤 살이냐는 것이다. 아, 역시 살은 안 빼는 게 좋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