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Detention 返校, 2019
감독 - 존 쉬
출연 - 왕정, 증경화, 부맹백, 채사운
원작 – Red Candle Games(赤燭遊戲)의 공포게임 ‘반교 Detention 返校 2017’
1962년 대만. ‘팡루이신’은 아무도 없는 교실에서 눈을 뜬다. 그녀가 잠이 든 사이에 친구들은 물론이고 선생들까지 모두 다 사라져버린 것이다. 게다가 학교는 그녀가 알고 있던 예전의 모습이 아니었다. 한 학년 아래인 ‘웨이중팅’을 만나 학교를 벗어나려 하지만, 쏟아지는 폭우로 길이 사라진 상태였다. 게다가 학교에는 괴생명체가 돌아다니고 있었다. 도대체 그녀가 잠든 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왜 팡루이신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걸까? 학교를 헤매는 와중에, 팡루이신은 자꾸만 보이는 기이한 환영과 조금씩 떠오르는 기억에 괴로워하는데…….
1962년, 대만은 몇십 년 동안 국민당의 일당독재 아래 계엄령이 내려진 상태였다. 집회와 시위는 물론 자유로운 언론 활동까지 통제되었다. 또한, 학생들의 교복은 군복을 연상시켰고, 엄격한 규율 아래 읽을 수 있는 책과 읽어선 안 되는 책이 정해져 있었다. 특히, 읽어선 안 되는 책, 그러니까 금서를 읽으면 반역 행위로 규정되어 사형에 처하기까지 했다. 낯설지 않은 환경이다. 우리나라도 몇십 년 전까지는 비슷했으니까 말이다.
이 작품은, 그런 상황에서 금서로 지정된 문학 작품을 몰래 읽던 학교의 비밀 동아리를 배경으로 하고 있었다. ‘비밀 독서회’를 주관하는 사람은, ‘인추이한’과 ‘장밍후이’ 두 선생이었다. 그리고 둘의 지도를 받는 여섯 명의 학생들이 회원으로 있었다.
영화는 금서를 읽었다는 이유로 고문을 받는 학생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황폐해진 학교를 헤매는 팡루이신과 웨이중팅의 모습과 그들에게 있었던 일들을 번갈아 보여준다. 그걸 통해, 실제로 둘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그들이 그곳을 헤매는지 추측하고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어김없이 돌아온 스포일러 시간!!
작품의 주인공인 팡루이신의 행적을 따라가다 보면, 안타깝기도 하고 욕이 나오기도 했다. 군 고위 장교인 팡루이신의 아버지는 가정폭력범이었고, 어머니는 그런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종교에 매달린다. 게다가 남편을 고발하기까지 했다. 팡루이신은 그런 어머니를 이해하지 못했고, 학교 선생인 장밍후이에게 연정을 품고 있었다. 그래서 그에게서 인추이한을 떼어내기 위해, 비밀 독서회를 고발한다. 인추이한만 처벌받으리라는 그녀의 예상과 달리, 장밍후이는 물론 학생들까지 고문당하고 처형된다.
사랑에 빠지면 사람은 주위를 돌아보지 못하고 맹목적으로 변한다. 성인도 그러한데, 질풍노도의 사춘기라면 더 할 것이다. 팡루이신도 그랬다. 가정에서 받지 못한 애정을 선생에게 갈구했다. 세상 돌아가는 것이나 계엄의 무서움도 몰랐기에, 단순히 생각했다. 자신이 고발한 선생만 처벌받고, 다른 이들은 무사할 것이라 안이하게 판단했다. 그 때문에 그녀는 죄책감에 시달렸고, 끔찍한 악몽에 빠지게 된다.
팡루이신도 욕먹어 싼 인물이지만, 그것보다 더 비난받을 사람이 있다. 바로 장밍후이다. 아무리 학생이 자신을 잘 따른다고 해도, 밤에 몰래 만난다거나 다른 사람 눈을 피해 글로 대화를 나누는 건 선을 넘는 게 아닌가? 그런 분위기에서 학생이 다가온다고 해도, 자기가 알아서 거절해야 하는 건 아닌가? 왜 자기가 하던 목걸이를 채워주고 난리람?
애정을 갈구하는 여고생과 우유부단한 선생의 관계는 그 자체로 부적절하고, 잘못하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 그런데 거기에 1960년대 독재정권 치하의 대만 사회상을 적절히 가미하여, 안타까우면서 비극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반대로, 비밀 독서회의 얘기만 하면 정치적이고 암울하게 보일 수도 있는데, 거기에 불안정하고 집착쩌는 여고생의 사랑 이야기를 집어넣어, 아련한 분위기를 자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