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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드 홈즈
전건우 지음 / 몽실북스 / 2019년 12월
평점 :
작가 – 전건우
두 달 전부터, 광선주공아파트 단지에는 ‘쥐방울’이라 이름 붙은 노출증 환자가 출몰하고 있다. CCTV도 별로 없는 낙후된 허름한 아파트들뿐이라, 놈을 잡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지현’, ‘미리’, ‘경자’ 그리고 ‘소희’ 이렇게 네 명이 뭉쳤다. 그들은 ‘주부 탐정단’이라는 이름으로, 경비원 ‘광규’의 도움으로 CCTV를 재확인하고, 피해를 본 이웃을 만나며 하나둘씩 가능성을 따져보았다. 그러던 중, 며칠 전 실종된 여학생의 잘린 손목이 발견되는데…….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다. 나잇대도 다르고, 자라온 환경이나 생각하는 방식이 다른 네 사람이 같은 아파트에 산다는 이유로 친해지고, 서로를 위하는 장면이 참 보기 좋았다. 게다가 아파트에 나타나 사람들을 괴롭히는 나쁜 놈도 잡고, 현상금도 타다니! 이렇게 합이 잘 맞는 친구는 별로 없을 것이다.
그들이 탐정단으로 활동하는 것에, 가족들의 지지가 있었던 건 아니다. 우선 제일 연장자인 광선슈퍼 주인인 지현은 인형 눈알 붙이기 알바까지 하고 있다. 남편은 슈퍼에서 일한다는 이유로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모든 것을 지현에게 의존하고 있다. 미리는 우울증 때문에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남편은 그런 사실을 하나도 모른다. 그의 관심은 오직 축구! 전 세계에서 열리는 거의 모든 축구 경기를 다 챙겨보느라 바쁘다. 경자는 경찰인 남편에게서 언어폭력을 당하고 있어 자존감이 많이 낮아진 상태다. 와, 진짜 아무리 소설이라지만 남편이 하는 말을 읽고 너무 화가 났다. 어떻게 자기 부인에게 동물원 가면 하마가 동족인 줄 알고 달려들 테니 그런 데 가지 말라고 할 수 있지? 마지막으로 제일 어린 소희는 대학생일 때 남자친구의 아기를 가졌는데, 애 아빠는 도망가고 혼자 투잡을 뛰면서 애를 기르고 있다.
이렇듯 네 사람은, 가족들과 그리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다. 게다가 여러 일을 겪으면서 알게 모르게 자존감이 낮아진 사람도 있고, 우울증에 빠져 남편을 죽이는 상상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들을 그런 상황에서 벗어나게 해준 것은, 바로 탐정단 활동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거나 놓친 부분을 찾아내면서, 그들은 자신감을 되찾고 자신만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주위 사람들의 눈총, 특히 경자 같은 경우에는 남편의 구박과 잔소리도 받아야 하고, 소희나 미리는 범인과 맞닥뜨리면서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그러면 그들은 왜 굳이 쥐방울을 잡기로 했을까? 위에 적었지만, 처음에는 현상금 때문이었다. 경찰과 아파트 측에서 내건 현상금으로 그들은 남편에게 맞고 사는 ‘지숙’을 돕고 싶었다. 서로 돕고 산다는 그 마음이 참 좋았다. 그렇지, 여자는 여자의 적이 아니라, 친구이자 동료지! 탐정단의 두뇌인 미리를 보면서, ‘어째서 나도 어릴 때부터 추리 소설을 읽으면서 자랐는데 저렇게 논리적이지 못한 걸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녀의 빠른 두뇌 회전, 담대함, 철저한 준비성, 냉철한 판단력 그리고 뛰어난 상상력! 탐정이 되기에 충분했다. 얼마 전에 탐정업 법제화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는데, 미리라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 주부 탐정단이 정식으로 활동할 수 있다는 걸까?
이야기는 전반적으로 좋은 분위기로 흘러갔다. 적절한 유머로 숨을 쉴 여유를 주고, 긴장감과 긴박감이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면서 읽는 동안 숨을 멈추게 하는 강약의 흐름이 적당했고, 훈훈함까지 있었다.
중간에 책장을 덮을 기회를 주지 않은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