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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빈 오브 더 컨저링
쉐인 바바넬 감독, 마이클 웰치 외 출연 / 올라잇픽쳐스 / 2020년 4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Before Someone Gets Hurt, 2018
감독 - 셰인 바바넬
출연 - 마이클 웰치, 아론 사우터, 윌 로저스, 케이티 헤니
초자연적인 현상이 일어나는 장소를 취재하고 귀신 존재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인터넷방송팀이 있다. 예전 주인이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는 저택에 관한 제보를 받고, 그곳을 다음 촬영지로 선택한다. 그들은 이를 기회로 TV로 진출할 계획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더니, 급기야 멤버 중의 한 명이 살해당하는데…….
귀신의 존재를 카메라로 담거나 흉가 내지는 귀신들린 집을 촬영하다가 위험한 상황에 빠지는 설정은, 지금까지 아주 많았다. 많아도 너무너무너무 많았다. 그래서 이제는 뭐랄까, 대충 흘러가는 상황만 봐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짐작이 가능할 정도가 되었다. 그래서 보면서 비슷한 작품을 떠올리고, 과연 그걸 그대로 따라 할지 아니면 바꿀지 추측하는 재미로 보곤 했다. 거기다 깜짝 놀라게 하는 장면들이 적절하게 들어있으면, 괜찮은 작품이라 얘기하곤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영화는 그렇게 괜찮다고 볼 수 없는 작품이었다. 위에서 말한, 다른 비슷한 설정의 작품들과 그리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 흐름과 장면으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대충 설명하다 말았기에, 설정에는 구멍이 숭숭 뚫렸다. 어쩌면 제작진에서는 ‘이 정도쯤은 사람들이 다 알겠지’라고 생각하고 넘겼을 수도 있다. 사람들이 모를 것이라 여겨 마치 설명충처럼 배경 설명으로 시간을 다 잡아먹는 것도 문제지만, 사람들이 다 알 거라 여겨 대충 보여주고 마는 것도 문제다. 그 선을 정확히 파악하는 게 제일 어려운 것 같다. 그걸 잘 지키면 명작이 되는 거고, 그렇지 않으면 그저 그런 작품이 되고 만다.
이 작품에서 제일 황당한 설정은, 예수 시절부터 있었던 사악한 존재가 뜬금없이 등장하는 것이다. 이 저택에 살던 사람이 사탄교를 믿는 신도였나? 그런 얘기는 없었다. 그러면 저택이 있던 터가 예전부터 저주받은 곳이었나? 사람이 많이 죽어 나가긴 했는데, 그렇다고 예수 시절의 사탄이 미국까지 오게 된 계기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면 누군가 그 존재의 상징이나 유물을 저택에 숨겨두었나? 모르겠다. 그냥 뜬금없이 이름 하나가 나오고, 인터넷으로 검색하더니 사악한 존재라고 자기들끼리 얘기하고 끝이다. 그냥 그 존재가 부활하기 위한 어떤 전제 조건만 들려줄 뿐이다. 그래서 그게 뭐라는 건지 모르겠다.
그리고 주인공이 이런 방송을 시작한 이유는 아마도 신, 악령 그리고 귀신을 믿지 않기에, 온갖 귀신 현상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겠다는 취지인 거 같았다. 그래서 기이한 일들이 벌어졌을 때, 그는 악령의 존재를 믿는 것보다 살인범을 찾기 위해 애썼다. 주인공이 민폐 캐릭터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러니 주인공에게 감정 이입을 해서 같이 놀라고 같이 도망치며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똥줄타는 기분을 느낄 수 없었다. 게다가 주인이 살해당한 뒤 비어있는 집이라는데, 너무 깨끗했다. 관리인이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그게 누구인지는 나오지 않았다. 관리인이 이교도라는 설정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집중할 수 없었고, 무슨 말을 하는지 도통 알기 어려웠다. 결론은 재미없었다는 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