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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 Alice in Borderland 今際の国のアリス, 2020
제작 – 사토 신스케
출연 - 야마자키 겐토, 츠치야 타오, 무라카미 니지로
원작 – ‘아소 하로’의 만화 ‘아리스 인 보더랜드 今際の国のアリス, 2010’
‘아리스’와 ‘가루베’ 그리고 ‘조타’는 친구 사이다. 집에서 게임만 한다고 가족에게 한소리들은 아리스, 일하는 가게 사장의 애인을 꾀려다 잘린 가루베 그리고 이상한 종교에 빠진 어머니 때문에 괴로운 조타. 셋은 거리에서 장난을 치다가 건물 화장실로 도망친다. 그런데 순간 건물 안의 불이 전부 꺼졌다가 다시 켜지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 거리에 있던 그 많던 사람들이 일시에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리고 게임을 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뜨는데…….
갑자기 사람들에게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다짜고짜 게임을 시키면서 살아남으라고 강요하는 설정은 요즘 꽤 많아졌다. 제일 유명한 것은 아무래도 ‘게임을 시작하지.’라는 대사가 나오는 영화 ‘쏘우 Saw, 2004’ 시리즈일 테고, 이외에도 ‘신이 말하는 대로 As the Gods Will 神さまの言うとおり, 2011’가 있었다. 그리고 엄청난 상품을 걸고 게임을 시키는 설정의 작품들도 꽤 있다. 예를 들면 만화 ‘라이어 게임 LIAR GAME テレビドラマ, 2005’이라든지 영화 ‘이스케이프 룸 The Escape Room, 2019’ 등등.
게임의 주최자가 인간이건 아니건, 어차피 목숨을 거는 건 마찬가지다. 주인공은 주인공 버프가 있기에 죽을 위기에 처하지만 죽지는 않는다. 다만 주위 사람들은……. 에혀, 주인공만 살아남는 더러운 세상 같으니라고.
이 드라마의 초반은 꽤 흥미진진했다. 화장실에 있다가 게임판에 내동댕이쳐진 세 친구가 우왕좌왕 어찌할 바를 몰라 하면서 어떻게든 게임의 룰을 이해하고 살아남고자 고군분투하는 내용이,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서로를 믿으면서 한편으로는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 안타까우면서 조마조마했다. 과연 그들은 무사히 게임을 마무리하고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그런데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낙원이라 불리는 ‘비치’로 무대가 바뀌면서 분위기가 좀 바뀌었다. 게임 그 자체보다는 극한 상황에서 인간은 얼마나 치사하고 야비하며 사악하고 이기적으로 변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어쩌면 당연한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화장실 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르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그것도 일종의 게임이었고 말이다. 하지만 좀 아쉬웠다. 살아남은 사람들 사이의 암투라든지 정치 놀음이 조금은 느슨하고 그다지 긴장감 없이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충분히 손에 땀을 쥐게 만들 수 있는 소재인데!
그리고 주인공인 아리스가 그렇게까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주인공뿐만 아니라 그의 조력자로 등장하는 사람들도 그냥 그랬다. 왜 갑자기 그런 짓을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들도 더러 있었고 말이다. 하다못해 악당 캐릭터들도 깊은 인상을 주지 못했고, 그냥 그랬다.
그러니까 캐릭터가 별로고, 후반 스토리텔링이 느슨해질 거 같으면, 집중할 수 있는 다른 요소를 넣었어야 하는 게 아닐까? 비치에 비키니 입은 여자애들이나 상의 벗고 다니는 남자애들이 우르르 나와봤자 그게 무슨 소용인가? 눈이 가지 않는데. 단순히 소모품이자 눈요기를 위해서 그런 의상으로 등장한 아이들이 안쓰러울 뿐이었다. 아니, 그 상황에서 그러고 다니고 싶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걔네도 나름 게임에서 살아남은 아이들 아니었나?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까, 그런 단세포적인 머리로? 아, 제작자들에게는 캐릭터는 나무랄 데 없이 좋았고 후반 스토리텔링은 인간에 관한 철학적 고찰을 할 수 있는 감동적인 내용이었고, 여자애들이 비키니만 입고 우르르 몰려다니는 게 보기 좋았던 모양이다.
초반은 흥미진진 두근두근 조마조마 손에 땀이었던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