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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전
이원태 감독, 마동석 외 출연 / 인조인간 / 2020년 4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제 - The Gangster, The Cop, The Devil, 2019
감독 - 이원태
출연 - 마동석, 김무열, 김성규, 유승목
천안의 조직폭력배 두목 ‘장동수’는 어느 날 밤, 자동차 접촉사고를 당한다. 상대방 운전자의 갑작스러운 공격을 받지만, 그는 겨우 살아난다. 그 때문에 그의 조직은 다른 조직을 의심하여 싸움을 벌인다. 한편 형사 ‘정태석’은 천안에서 연이어 일어나는 살인 사건이 한 사람의 범행일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한다. 그는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장동수를 찾아간다. 처음에는 견제하고 서로를 의심했지만, 둘은 함께 살인범을 잡기로 한다. 연쇄살인범 ‘강경호’는 그런 그들을 놀리기라도 하듯이 주변을 맴돌며 또 다른 살인을 저지르는데…….
이 영화의 장르가 무엇일까 한참 생각했다. 버디물이라고 하기엔 두 남자 사이에 우정이나 의리는 없어 보이고, 스릴러라고 하기엔 좀 아쉽고, 범죄 수사물이라고 하기엔 조폭 두목의 비중이 너무 컸다. 흐음, 아 마동석 류의 영화라고 하는 게 좋겠다. 그의 우람한 체격이면 다 끝나는 그런 영화 말이다. 그런 생각이 든 건, 후반부에 노래방 화장실 문을 몸으로 부딪혀 부수는 장면이었다. 그가 나오는 다른 영화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본 기억이 났다. 거기다 그의 주먹 몇 방에 쓰러지는 상대까지. 머리를 쓴다기보다는 몸으로 모든 걸 해결하는, 그의 일관된 이미지를 보여주는 영화였다. 그러니까 별로 긴장할 필요가 없었다. 그의 주먹과 튼튼한 몸은 상대가 누구든지 피떡이 되게 족쳐버린다. 그냥 보고 있으면 마동석이 이리저리 우왕좌왕 다니면서 우지끈 쾅쾅 퍽퍽 조지고 부수고 그러다가 영화가 끝난다. 그래서 스릴러 물이라고 할 수 없었다.
경찰과 범죄자가 손을 잡고 다른 범죄자를 잡는 설정은 그리 드문 경우는 아니다. 한국 드라마 ‘나쁜 녀석들, 2014’이라든지 ‘38사기동대, 2016’, - 공교롭게도 두 작품 다 마동석이 출연했다 -. 일본 드라마로는 ‘황금의 돼지 黄金の豚 - 会計検査庁 特別調査課, 2010’ 등이 있다. 이 경우, 범죄자들은 자신의 과거를 반성(?)하고 경찰의 편이 되어 활동한다. 그리고 그들은 그 대가로 전에 저질렀던 죄를 조금이나마 탕감받는다.
그런데 이 작품은, 아! 여기서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다.
미리 말했음! 스포일러!!
그런데 이 작품은, 그런 흐름에서 약간 벗어난다. 조폭과 경찰이 연쇄 살인마를 잡겠다는 명목 아래, 같이 회식도 하고 노래도 부르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 전부터 조직폭력배들과 경찰 몇몇들은 돈과 정보를 공유해왔기에, 돈독한 친목을 다질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살인마를 잡은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경찰은 그동안 친하게 지내면서 입수한 정보를 바탕으로, 폭력집단의 일원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잡아 들였다.
조폭에게는 뒤통수를 쇠망치로 두들겨 맞은 거에 모자라 공권력의 횡포였고, 세상에 믿을 놈 하나도 없다는 진리를 새삼 확인할 수 있는 눈 뒤집힐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열심히 도왔는데! 진짜 밥도 못 먹고 잠 잘 시간도 줄이면서 발바닥에 땀 나도록 뛰어다녔는데! 경찰이! 어떻게! 자기들은 승진하고 우린 감옥이냐! 이놈의 빌어먹을 세상 다 망해버려라! 이런 심정이었을 거다. 이쯤 되면, 폭력배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와, 경찰 개나빠! 어떻게 그렇게 단물만 빨아먹고 버리냐! 이래서 토사구팽이라는 말이 있는 거지!
하지만 원래 불법을 저지른 폭력배들은 잡아 들이는 게 당연하다. 영화는 초반에 그들의 난폭함과 잔인함 그리고 불법적 행위를 보여주기 위해 몇몇 장면들을 배치했는데, 문제는 그게 후반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초반엔 ‘와 나쁜 놈들’ 하다가 후반엔 ‘어, 좀 불쌍한 듯?’이라는 분위기가 되어버린다. 장동수야 자기를 찌른 놈에게 복수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감옥에 들어갔다고 할 수 있지만, 그 휘하에 있는 애들은 무슨 죄인지……. 아니, 원래 죄는 저질렀었고, 감옥에 가는 건 당연한 거였지만 말이다.
그 부분이 좀 아쉬웠다. 폭력배들도 알고 보면 정이 많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는 의도가 아니었다면, 그들을 너무 인간적으로 그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좀 더 나갔다면, 조폭 미화가 될 뻔했다.
그냥 답답한 속을 확 뚫고 싶을 때, 누군가를 조지고 싶을 때 대리 만족을 할 수 있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