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제 - #ALIVE, 2020
감독 - 조일형
출연 - 유아인, 박신혜, 전배수, 이현욱
게임 유튜버인 ‘준우’는 게임을 하던 중, 사람들의 반응이 이상함을 알아차린다. 뉴스를 틀고 밖을 보니, 사람들이 좀비로 변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는 문을 닫아걸고 어떻게든 남은 식량으로 버텨보기로 한다. 그러던 중, 그는 아파트 단지에 온전하게 살아남은 사람이 자신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맞은편 동에 사는 ‘유빈’과 연락을 하면서, 둘은 살아남아야 한다는 의지를 다지는데…….
그런 작품들이 있다. 아무 생각 하지 않으면 보기에 딱 좋은, 세세한 설정에 신경 쓰지 않고 그냥 흘러가는 대로 보면 재미있는 그런 영화들 말이다. 다 보고 나서 하나하나 따져보면 설정이 상당히 허술하고 구멍이 많은데, 그런 거 무시하면 재밌었다는 느낌만 남는 그런 영화들이 있다.
이 영화는, 그런 유의 작품이었다.
좀비나 귀신이 등장한다는 것부터 현실성은 없지만, 어느 정도 개연성은 있어야 한다는 게 호러 영화를 보는 내 기본 생각이긴 하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그런 개연성을 따지는 건 무의미했다.
그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리뷰에서 지적했을 많은 내용들, 가령 ‘20일 동안 배불리 먹지 못했는데 어디서 저런 힘이 나나요?’라든지 ‘대형 냉장고가 그리 쉽게 옮겨지는 거였나요?’ 또는 ‘좀비 하나가 문을 부수고 냉장고를 밀어버릴 힘이 있었는데 왜 다른 좀비 수십 마리는 그걸 못하나요?’라든가 ‘준우는 매일 면도하나요?’에서부터 ‘전기가 들어오는데 왜 충전은 맨날 안 시켜서 드론을 떨어뜨리나요?’ 또는 ‘유빈이 라면 끓이는 거 인덕션인가요? 물이랑 가스만 안 나오고 전기는 계속 공급되는 건가요? 어째서요? 와이파이도 안 된다면서!’ 같은 의문점들은 굳이 길게 적지 않겠다. 위문단에 개연성을 따지는 건 무의미하다고 이미 적었으니까.
그냥 어린 애 둘이서 좀비로 가득한 아파트에서 살아남고자 고군분투하는 게 주된 내용이었고, 그 와중에 화끈하게 손도끼로 좀비의 목이나 팔 내지는 몸통을 내려찍는 건 덤이었다. 여리여리한 손목을 가진 여자애가 어떻게 손도끼로 그런 짓을 할 수 있냐고? 평소에 손도끼의 중요성을 잘 알고 날을 잘 관리했던 모양이다. 아니면 죽을 상황이나 위기에 처하면 인간은 자기도 몰랐던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런 걸지도 모르겠고 말이다. 위문단에도 적었지만, 개연성을 굳이 따질 필요는 없다. 좀비 영화를 보는 이유 중의 하나인, 좀비 무리를 죽이면서 도망치는 주인공들의 활약에만 집중하면 된다. 그리고 그들이 위험에서 벗어났을 때, ‘이야, 다행이야. 역시 주인공!’이라며 박수치는 걸 잊지 않으면 더 좋고 말이다. 유아인이 의외로 멍청하고 사교성 없는 연기를 잘 하는구나 감탄하고, 박신혜는 손도끼를 휘둘러도 예쁘다고 고개를 끄덕이면 될 것이다.
그리고 한국의 엑스트라들은 어쩌면 이리도 좀비 연기를 잘하냐고 엄지손가락을 두 개 치켜세우면 될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