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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트다운
저스틴 덱 감독, 엘리자베스 라일 외 출연 / 노바미디어 / 2020년 4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Countdown, 2019
감독 - 저스틴 덱
출연 - 엘리자베스 라일, 피터 파시넬리, 조던 캘로웨이, 탈리사 베이트먼
어느 대학생들의 파티장에서 우연히 남은 수명을 알려준다는 앱 이야기가 나온다. 친구들과 앱을 설치한 ‘코트니’는 자신의 수명이 세 시간 남았다는 알림에 기분이 좋지 않다. 남은 수명이 0이 되는 순간 코트니는 의문의 습격을 받아 죽고 만다. 한편, 병원에 입원한 ‘에반’은 여자친구 코트니의 죽음이 앱과 관련이 있다고 확신한다. 그는 자신의 남은 수명이 얼마 되지 않자 불안해하며, 간호사인 ‘퀸’에게 이야기를 꺼낸다. 앱을 설치해본 퀸은 남은 수명이 3일이라고 나오자 기분은 별로지만 별거 아니라 생각한다. 그러다 에반마저 죽어버리자, 불안한 마음에 퀸은 앱을 삭제하려 한다. 하지만 앱은 휴대전화를 바꿔도 삭제되지 않는데…….
남은 수명을 알려주고, 0이 되는 순간 죽는다니! 한번 설치하면 삭제도 되지 않고, 휴대전화를 바꿔도 자동으로 생겨나다니! 남은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는, 괴생명체, 아마 악마라고 추정되는 존재가 나타난다니! 사람에게는 정해진 수명이 있고, 무슨 짓을 해도 바꿀 수 없는 상황에서, 과연 주인공들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설정을 보는 순간, ‘오오, 재미있겠다!’라는 느낌이 팍 왔다.
정해진 죽음을 피해야 한다는 기본 설정만 보면, 영화 ‘데스티네이션 Final Destination, 2000’의 다른 버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기본 설정만 비슷하고, 다른 세부사항은 달랐다.
악마가 등장하면 같이 나오는 소재가 있다. 바로 신부와 퇴마다. 스마트 폰은 과학의 산물이자 물리적인 요소이고, 퇴마는 정신적이고 종교의 영역이다. 과학과 영적인 부분을 다룬 작품들은 꽤 많다. 대립하는 관계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어떻게 보면 서로의 존재를 입증하는 사이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그 두 가지를 한꺼번에 다루고 있다. 앱 삭제를 위해 해킹을 하고, 악마를 막기 위해 퇴마의식도 시도한다. 그런데 뭐랄까……. 두 가지 다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다. 악마가 등장할 때보다, 화장실에서 자신이 제일 두려워하는 상황에 맞닥뜨리는 부분이 더 오싹했다. 악마의 정체를 확실히 보여주는 것보다, 은근슬쩍 으스스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장르가 호러라고 적혀있지만, 화장실 장면을 제외하고는 그렇게 무섭다거나 놀라는 부분은 없었다.
가끔 보면, 저승사자들이 착오로 이름이 똑같은 사람을 저승으로 잘못 데리고 가는 이야기가 있다. 판타지라면 그에 관한 사과의 표시로 다른 차원에 주인공 버프를 잔뜩 붙여서 보내곤 한다. 그래서 그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저승에서 그 앱을 만든 게 아닐까? 남은 수명이 0이 되는 사람만 데리고 오면 되니까, 이름이 같아도 헷갈릴 일은 없다. 역시 종이에 수기로 적은 명부록은 누군가 글씨를 덧쓰거나 찢어버릴 위험이 있지만, 디지털화되어 자동으로 알람이 울리는 방식이면 안전할 테니 말이다. 죽을 날이 얼마 안 남은 사람에게 악마가 나타나는 건, 방문 전 사전 확인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영화를 다 보고 남은 생각은, ‘약관을 꼼꼼히 읽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