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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망원동 - 어린 나는 그곳을 여권도 없이 자유롭게 넘나들었다 ㅣ 아무튼 시리즈 5
김민섭 지음 / 제철소 / 2017년 9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부제 – 어린 나는 그곳을 여권도 없이 자유롭게 넘나들었다.
저자 – 김민섭
제목 때문에 고른 책이다. ‘아무튼 망원동’이라니. 90년대에 망원동으로 이사 가, 2000년대부터 지금까지 성산동에서 살고 있으며 몇 년 전까지 망원동 쪽에서 일했던 사람으로 상당히 끌리는 제목이었다.
책은 2017년도에서 시작해 2016년,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1984년까지 갔다가 다시 2017년으로 돌아와 마무리를 짓는다. 그 시간 여행 속에서 저자는 작업실을 구해 글을 쓰는 작가에서 군인, 대학생 그리고 초등학생으로 어려졌다가 다시 아이가 있는 가장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의 기억 속에 있는 망원동은, 어린 시절 뛰어놀았던 추억의 장소에서 점차 옛 모습이 사라져가고 있는 곳으로 변하고 있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즐겨 찾았던 가게들이 남아 있는 모습에 반가워하고, 사라진 상점 터를 보면서 아쉬워했다.
지금은 2020년이 끝나가고 있으니, 이 책이 나온 2017년과는 상당히 많이 달라졌다. 저자가 아직도 있다고 반가워했던 ‘서교 가든’은 여름이 지나면서 코로나 19를 버티지 못해 문을 닫았고, 오랫동안 자리를 지킨 ‘망원 우체국’ 역시 사라졌다. 아직 ‘망원 시장’은 남아 있지만, 그 안의 가게들도 많이 바뀌었다. 얼마 전에 갔을 때, 아직도 몇몇 가게들이 남아 있는 것을 보고 놀랍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다. 예전에 어린 조카들의 손을 잡고 주말마다 장을 보러 갔던 기억이 다시금 떠올랐다. 사실 장을 보는 것보단, 조카들이 좋아하는 군것질거리를 사러 갔다는 게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추억의 시간 여행을 하면서, 마음의 고향이라는 것에 관해 이야기한다. 단순히 낳고 자란 장소가 아니라, 정서적 안정을 주고 마음 깊은 곳에 지지대이자 버팀목이 되는 곳, 그리고 언젠가 다시 돌아오고 싶은 그런 곳. 저자뿐만 아니라, 그 친구들에게도 망원동은 그런 마음의 고향이었던 것 같다. 동네를 떠나고 싶어 하지 않는 친구들의 이야기가 종종 나왔던 걸 보면 말이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이사를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동네를 떠나고 싶지 않아 하고 있으니까. 왜 그럴까 생각해봤다. 그건 이 동네, 그러니까 망원동과 성산동 골목 골목에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만나 놀았던 신촌과 홍대, 조카들 손을 잡고 주말마다 돌아다녔던 망원 시장, 설날에 작은 집으로 갈 때 지났던 망원동 유수지, 여름에 돗자리와 음료수를 들고 찾았던 한강 공원, 운동한다고 올라갔던 성미산, 조카들 숙제를 위해 지도를 보면서 찾아갔던 망원동과 성산동의 이곳저곳……. 지금은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그런 기억으로 가득한 곳이어서 떠나고 싶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책에서도 약간 언급되고 말았지만, 문제는 집값이다. 홍대 연남 상수를 강타한 집값 폭등은 망원동과 성산동도 예외는 아니다. 아직도 진행 중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 때문에 추억으로 가득한, 마음의 안식처와 같은 곳을 떠나야 한다는 건 그렇게 좋은 기분은 아니다.
10년, 20년이 지난 후, 이 동네가 또 어떻게 바뀌었을지 궁금하다. 그때는 이 동네가 또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도 알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