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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대저택
피터 윈가드 감독, 데보라 커 외 출연 / 야누스필름 / 2017년 6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The Innocents, 1961
감독 - 잭 클레이톤
출연 - 데보라 카, 피터 윈가르드, 메그스 젠킨스, 마이클 레드그레이브
원작 – 헨리 제임스의 소설 ‘나사의 회전 The Turn of the Screw, 1898’
‘기든스’는 고아가 된 조카의 교육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는다. 블라이 저택으로 온 그녀는 어린 ‘플로라’와 가정부 ‘그로스’ 부인을 만난다. 세 사람이 나름 잘 지내던 중, ‘마일스’가 학교에서 폭행 사건을 일으켜 퇴학당해 집으로 돌아온다. 처음에 기든스는 난폭한 아이가 아닐까 걱정했지만, 의외로 마일스는 온순하고 예의 바른 소년이었다. 어느 날부턴가 기든스는 검은 옷을 입은 여인과 어떤 남자가 저택 주변을 맴도는 걸 알아차린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은 그로스 부인은, 집사로 일했던 ‘피터 퀸트’와 아이들의 가정교사였던 ‘제슬’에 관해 말해준다. 둘은 열렬히 사랑했지만, 사고로 피터가 죽자 제슬이 그의 뒤를 따라 자살했다는 것이다. 기든스는 두 사람의 영혼이 아직 저택에 남아있다고 생각하는데…….
아무래도 같은 소설을 원작으로 했기에, 얼마 전에 본 미국 드라마 ‘블라이 저택의 유령 The Haunting Of Bly Manor, 2020’과 비교하게 된다. 아무래도 드라마가 시간이 더 넉넉하기에 배경이라든지 사람들의 상황 등을 더 자세히 그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에게는 드라마가 더 좋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화가 별로라는 건 아니다.
드라마가 시간을 뛰어넘는 사랑에 집중했다면, 영화는 영혼의 존재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기든스는 플로라와 마일스, 두 아이에게 죽은 피터와 제슬의 영혼이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했다. 이미 죽은 두 사람이 그녀의 주위를 배회하는 건, 원하는 것이 있어서라 여겼다. 바로 아이들이다. 그때부터 그 전까지 평범하고 귀여웠던 아이들의 행동이 기든스에게 다르게 다가왔다. 그들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의미심장했고 소름 끼쳤으며 불안하게 느껴졌다. 그건 영화를 보는 나에게도 그러했다. 특히 마일스가 기든스의 입술에 굿나잇 키스를 하면서 이상한 미소를 짓는 장면은, 불안함의 최고조를 보여줬다. 어떻게 보면 사춘기 소년의 일탈이라든지 어린아이의 멋모르는 행동으로 볼 수 있지만, 이미 유령의 존재를 믿는 기든스에게는 다른 의미로 여겨졌다. 그리고 그건 파국으로 치닫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과연 마일스에게 진짜 피터 퀸트의 유령이 깃들었던 걸까? 그녀가 그렇게 생각하고 믿었기에, 모든 것을 그런 식으로 해석한 건 아닐까? 마일스는 그냥, 부모를 일찍 잃고 다른 어른들의 관심을 얻고 싶어 이상한 행동을 하는, 왼팔에는 흑염룡이 오른팔에는 적염룡이 잠들어 있는, 예민하고 성적으로 조숙하며 욕 잘 하는, 정서적으로 불안한 아이가 아니었을까? 사실은 기든스가 환상을 보고 아이들에게 다그쳤던 게 아닐까? 괜히 망상에 빠져 애먼 애 하나 잡은 게 아닐까? 정말로 귀신에 홀린 건, 그녀가 아니었을까?
영화는 무엇이 진실인지 명확한 설명 없이 마무리를 짓는다. 내 생각에는, 마일스에게 피터 퀸트의 영혼이 깃들었다면, 제슬의 영혼은 플로라가 아닌 기든스에게 들어가려 했던 게 아닐까 싶다. 남매라면 두 사람은 연인이 될 수 없으니 말이다. 아니면 마일스가 커서 나중에 제슬의 혼을 집어넣을 만한 여자를 꼬여 데리고 오는 스토리도 재미있을 것 같다. 흠, 너무 진부하고 전형적이며 예측 가능하고 통속적인가?
마일스 역할을 맡은 배우의 연기가 대단했던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