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1BR, 2019
감독 - 데이비드 마모르
출연 - 니콜 브라이든 블룸, 자일스 맷트리, 테일러 니콜스, 앨런 블루멘펠드
고향을 떠나 대도시로 온 ‘사라’. 살 집을 구하던 그녀는 새로운 입주자를 구하는 아파트에 들어가게 된다. 사라는 이웃의 친절함과 모두가 가족처럼 지내는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다만 애완동물을 기를 수 없다는 규칙이 있지만, 기르던 고양이를 몰래 데리고 온 것이 마음에 걸릴 뿐이었다. 밤마다 들리는 파이프 소리에 잠을 설치던 중, 사라는 누군가 보낸 경고 쪽지를 받게 된다. 아파트에서 열린 바비큐 파티에 불참하고 회사 동료와 시간을 보낸 날, 사라는 경보음을 듣고 잠에서 깬다. 오븐 안에서 죽은 고양이를 발견하는 순간, 괴한이 침입해 그녀를 공격하는데…….
엄청난 스포일러겠지만, 영화는 ‘악마의 씨 Rosemary's Baby, 1968’에서 ‘사탄 주의’를 빼고 대신 ‘지나친 공동체 의식’을 넣은 것 같았다. 사실 좋게 말해서 공동체 의식이지, 어떻게 보면 사이비 종교 집단이라고 하는 게 더 적합할지 모르겠다. 자기들 취향에 맞는 입주자를 선택하고, 어른이건 아이건 자기들의 교리에 맞게 교육을 빙자한 고문을 하고, 반항하거나 따르지 않으면 제거하고, 쓸모가 없어지면 죽이고, 남은 어른들끼리 짝짓기시켜서 아이들을 양육하게 하고…….
처음에는 층간소음이나 애완동물 기르지 말라는 규칙을 어겨서 조직의 힘을 보여주는 건가 싶었는데, 나중에 보니 그게 아니었다. 그냥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다 그 종교의 신도들이었다. 어, 이런 거 올해 초에 뉴스에서 본 것 같다. 코로나 19 집단 확진자가 나왔을 때, 어느 아파트에 모 사이비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단체로 거주한다는 내용이었다. 동양이나 서양이나 종교 단체가 자기들만의 집단 거주지를 만들어 결속을 강화하고 세뇌시키는 건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영화는 그냥 평탄하게 잘 흘러간다. 적절하게 긴장감을 주면서 사건도 심심하지 않게 일어나고, 암시라든지 배경 같은 것도 깨알같이 집어넣었다. 그런데 좀 심심했다. 결말이 찜찜해서 그런가? 아니면 내가 싫어하는 닫힌 결말 같은 열린 결말이어서 그런가? 그것도 아니면, 뭔가 ‘그렇지!’ 하는 쾌감을 주지 못해서일까? 기억에 남는 장면도 없고 인상적이거나 개성이 돋보이는 배우도 없었다. 찬찬히 생각하면서 보면 괜찮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러기 위해 집중하는 게 좀 쉽지 않았다. 분명 사건이 계속해서 일어나는 데, 그리 기대된다거나 ‘어머, 어떡해!’라는 조바심도 들지 않았다. 아무래도 강약 조절이 제대로 된 것 같지 않다. 적당한 강약은 보는 이의 심장을 들었다 놨다 하는 데 효과적인데, 이 작품은 강은 없고 중간약으로만 이루어져 있었다. 좀 더 영화 전반적인 긴장감을 높이고, 사라가 그들과 대립하는 장면을 좀 더 압축하거나 감정의 격화를 드라마틱하게 보여주고, 중간중간에 배경에 관한 떡밥을 뿌리면서 뭔가 있을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냥 한번 보고 말 영화였다.
집을 사는 건 진짜 어려운 일이다. 집터가 어떠한지 알아봐야 하고, 이웃도 살펴야 하고, 전에 살던 사람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도 해야 하고……. 세상 사는 데, 쉬운 게 하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