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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스릴러 - 스릴러는 풍토병과 닮았다 ㅣ 아무튼 시리즈 10
이다혜 지음 / 코난북스 / 2018년 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부제 – 스릴러는 풍토병과 닮았다.
저자 – 이다혜
주로 읽고 보는 장르가 추리호러스릴러SF판타지라, 제목을 보자마자 ‘이건 읽어야 해!’라는 느낌이 파바박 왔다. 게다가 부제로 볼 수 있는, 앞표지에 적힌 ‘스릴러는 풍토병과 닮았다.’라는 문장이 너무도 마음에 들었다. 음? 저자 이름이 낯익다. 아, 몇 달 전에 읽은 ‘이수정 이다혜의 범죄 영화 프로파일, 2020’의 저자였다. 오오, 어쩐지 책장을 펴기도 전에 호감도가 쭉쭉 올라간다.
책은 저자가 생각하는 스릴러의 정의, 어떻게 이 장르를 접하게 되었는지, 스릴러 작품들의 특징, 예를 들면 반전이라든지 스릴러의 다양한 종류 등을 얘기한다. 그리고 최근 스릴러 장르의 추세에 관한 이야기를 지나, 픽션과 논픽션의 차이까지 다룬다.
읽으면서 ‘맞아, 맞아’라고 공감하는 부분이 꽤 많았다. 특히 제일 많이 고개를 끄덕인 대목은, ‘스릴러라는 이름을 붙인 작품들은 왜 여자들이 강간 고문 살해당하는 내용이 많은가’라는 부분이었다. 꼭 스릴러 장르에서만 국한된 설정은 아니지만, 범인의 잔혹함을 드러내거나 주인공의 각성 내지는 능력 발휘를 보여주기 위해, 대부분 작품에서 여자 희생자를 내세운다. 그것도 그냥 죽는 게 아니라, 잔혹하게 강간 고문당하고 처참하게 살해당한 상태로 발견된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범인이 얼마나 냉혹한지, 주인공이 어떻게 제대로 능력 발휘하는지 보여줄 수 있는데 말이다. 요즘은 스릴러 장르에서 쓸데없이 저런 설정을 넣은 작품을 보면, 제작진이 게으르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서사를 쌓아가면서 속도를 높이는 데는, 적절한 보여 주기와 숨기기, 그리고 탄탄한 사전 작업이 필요하다. 그걸 제대로 하려면 어렵기도 하고 힘들고 또 귀찮을 수도 있다. 그래서 제일 쉽고 가장 간단한 길로 가려고 한 모양이다. 그 결과 재미없는 스릴러 작품이 되는 거고.
그리고 요즘 여성 작가들이 출판한 심리 스릴러 소설에 관한 부분도 흥미로웠다. 왜 그 작품들이 시리즈로 나오지 못하는가에 관한 설명은 읽으면서 ‘아!’하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 하긴, 남편이나 애인의 억압에서 벗어나는 내용이 많은데 그게 시리즈로 이어진다면, 그들과의 관계가 질척대며 계속 이어진다거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또 그런 스타일만 만난다는 얘기가 될 것이다. 아무리 재미있게 소설을 읽었어도, 그런 내용이 몇 권에 걸쳐 계속해서 이어지고 반복된다면……. 아마 두 번째까지는 어떻게 읽어도, 세 번째가 있다고 하면 던져버릴지도 모르겠다.
사이즈도 작고 페이지도 그리 많지 않아서 금방 읽을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그런데 어쩐지 한 문장 읽고 생각하고, 또 다음 페이지에서 멈춰서 아직 안 읽은 작품들 제목을 적느라, 예상보다 오래 붙잡고 있었다. 그래도 시간이 아깝지 않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