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Ava, 2020
감독 - 테이트 테일러
출연 - 제시카 차스테인, 콜린 파렐, 존 말코비치, 커먼
에이바는 유능한 암살자이다. 그녀에게는 특징이 있는데, 자신이 죽일 대상과 마지막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상대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중동의 장관을 암살하려던 에이바는 일이 잘못되었음을 느낀다. 겨우 임무에 성공하고 돌아온 그녀는 직속 상관인 듀크에게 그 일을 이야기한다. 듀크는 조직의 보스인 사이먼이 에이바를 제거할 생각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는데…….
광고만 보면, 킬러끼리 서로 죽고 죽이는 그런 내용으로 다가온다. 음, 최근에 이런 비슷한 설정의 영화가 있지 않은가? 그 작품의 여자 버전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절대 아니다. 결코, 그럴 수 없다. 비교하는 것 자체가 그 작품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감독이 문제인가? 그의 전작을 보니 재미있게 본 작품이 몇 개 있다. ‘마 Ma, 2019’ 같은 경우에는 아쉬운 마무리만 빼면 전반적으로 괜찮았다. ‘걸 온 더 트레인 The Girl on the Train, 2016’도 나름 나쁘진 않았고 말이다. 그런데 어째서 가장 최근에 만든 이 영화는 이 모양일까? 두 작품만 보고 그의 성향이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엔 좀 부족하겠지만, 스릴러 영화를 만드는데 중간에 곁가지를 너무 많이 넣는다는 느낌이었다. 물론 아예 안 넣을 수는 없는 설정들이었지만, 어떨 때는 너무 거기에 치중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그리고 그런 느낌은, 이 작품에서 절정에 달했다. 도대체 에이바의 가족 얘기가 왜 그렇게 많은 분량을 차지해야 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설마 광고는 조직 간의 암투라고 하고는, 가족의 화해와 용서가 주요 설정이었던 걸까? 막말로 내가 에이바였으면, 동생과 사귀는 남자가 며칠씩 집에 오지 않고 도박장에 있을 정도로 도박 중독이었다면 동생에게 그와 헤어지는 걸 추천하겠다. 도박 중독이 쉽게 끊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전적이 여러 번 있는 사람이라면 그냥 동생 인생에서 끊어내는 게 장래를 위해서도 좋지 않을까? 동생이 그의 아기를 가졌다고 하지만, 도박 중독 걸린 아빠를 갖게 하는 게 과연 앞으로 태어날 조카에게 좋은 일일까 싶다. 하여간 영화는 반 이상을 에이바와 동생, 그리고 동생의 남자친구, 그가 빚을 진 도박장 주인 이야기에 할애했다. 듀크가 어떻게든 사이먼이 에이바를 죽이지 않게 하려고 애쓰는 사이, 그녀는 동생의 현 남자친구이자 자신의 전 남자친구 빚을 없애려고 쌈박질하고 다니고 같이 떠나자며 키스한다. 하, 미친……. 뭐하자는 건지…….
거기에 시간을 다 써서인지, 마지막 대결 장면은 너무 허무했다. 이미 다른 작품으로 액션 장면에 관해 눈이 높아져서인지 모르겠지만, 그냥 그랬다. 그냥 그리 사이가 좋지 않은 팀 동료끼리 대련하는 건지 아니면 숙적이 만나 목숨 걸고 싸우는 건지 구별이 어려웠다. 어쩌다가 오해가 쌓인 두 친구가 치고받고 싸우다가 ‘히히’하고 웃어버리는 청춘물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거기다 쓸데없이 웅장하고 비극적인 분위기의 배경 음악은 그냥 웃음만 나왔다. 솔직히 그들의 행동보다 노래가 훨씬 더 비장했다.
나중에 어떤 작품을 볼까 고를 때, 망설일 감독이 한 명 더 추가된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