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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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제 - The Call, 2020
감독 - 이충현
출연 - 박신혜, 전종서, 김성령, 이엘
오랜만에 집에 돌아온 ‘서연’은, 휴대전화를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아빠는 어린 시절 화재로 돌아가시고 엄마는 병원에 있어 오랫동안 아무도 없던 집이지만, 다행히 집 전화는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낯선 여자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 엄마가 자신을 가둬두고 죽이려고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그 여자에게서 여러 번 전화가 오고, 서연은 그녀의 이름이 ‘영숙’이며 20년 전 자신이 사는 그 집에 살았던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다. 어찌 된 영문인지 알 수 없지만, 20년이라는 시간을 뛰어넘으며 둘은 우정을 쌓아간다. 그러던 중, 영숙은 화재사고에서 죽을 운명인 서연의 아빠를 살려준다. 서연은 고마움에 영숙에 관해 찾아보고, 그녀가 엄마의 손에 살해당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이에 영숙은 분노하는데…….
우연한 기회에 어떤 매개체를 통해 같은 공간이지만 시간을 뛰어넘어 누군가와 의사소통을 한다는 설정은 다룬 영화들은 많다. 제일 유명한 건 아무래도 영화 ‘ 프리퀀시 Frequency, 2000’일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것을 꼽자면 한국 드라마 ‘시그널, 2016’이 있고 말이다. 아, 이 작품은 푸에르토리코 영화 ‘ 더 콜러 The Caller, 2011’의 기본 설정, 그러니까 ‘같은 공간이지만 시간대가 다른 두 여인이 전화로 연결된다’라는 부분을 빌린 리메이크 영화라고 한다.
영화의 장점을 먼저 말하자면, 배우들의 연기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영숙 역을 맡은 ‘전종서’의 연기는 꽤 인상적이었다. 이 작품에서 처음 봤는데, 이름을 기억할 정도니 말이다. 첫 등장부터 뭔가 불안하고 불안정해 보였는데, 그 위험함이 점점 심해지면서 후반에서는 그야말로 싸이코적인 면모를 확실히 드러냈다. 영숙에 맞서는 서연의 연기도 좋았고, 무표정하고 차가운 분위기의 영숙 어머니나 딸을 위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서연의 어머니도 멋졌다.
하지만……영화는 아쉬운 부분도 많았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보면 ‘오~’하게 되는데, ‘어라? 이 부분 뭔가 이상한데?’ 하면서 파고들기 시작하면 계속해서 이상한 점이 눈에 들어온다. 이런 느낌이 들었던 작품이 또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안 나니 패스.
그리고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가 아주 많이 펑펑펑펑 터지니까 주의 바람!
제일 의아한 걸 들면, ‘둘을 연결하는 전화’였다. 처음에 서연이 집을 뒤져서 오래된 전화를 하나 찾아 연결한다. 요즘과 달리 안테나가 길게 나와 있는, 예전에 우리 집에서도 썼던 그런 전화기였다. 영숙이 쓰던 전화기도 그런 모양이었는데, 그렇다면 둘이 쓰는 전화가 같은 것일까? 아니면 서연이네 엄마는 오래된 물건을 버리지 않고 모아두는 분이었을까? 그리고 나중에 영숙 때문에 아빠가 죽는데, 그 때문에 서연의 모든 것이 뒤바뀌게 된다. 그 전까지 고급 전원주택이었던 집이 폐허 수준으로 변하는데, 놀랍게도 그 전화는 연결이 된다. 아무도 안 살고 폐허인 곳에 전기가 들어와 전화기가 충전되고 있었고, 전화선도 연결되어 있었다는 말이다. 전화 요금이나 전기세가 꽤 밀린 분위기인데, 그러면 끊기는 거 아닌가?
그리고 그 전화는 왜 미래로만 걸리는지 모르겠다. 서연의 엄마가 도망치면서 전화를 하는데, 그게 미래의 서연에게 연결된다. 119나 112를 눌렀는데도 그렇게 되는 건가? 처음에는 영숙이 전화할 때만 그런 줄 알았는데, 서연의 엄마가 걸어도 그렇게 되었다. 그러면 영숙의 엄마는? 그 사람은 그런 사실을 몰랐던 거 같은데, 그동안 한 번도 집 전화를 안 썼단 말인가?
또한, 과거가 바뀌면서 미래도 바뀌는데, 단 한 사람 서연만 바뀌지 않는다. 영숙의 협박 때문에 서연이 미래를 알려주고, 영숙은 그걸 이용해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을 바꿔 간다. 그럴 때마다 서연의 옷이나 헤어스타일은 바뀌지만, 그녀의 기억은 변함이 없다. 영숙 때문에 어린 서연이 화상을 입자, 현실의 서연 몸에도 화상 자국이 남는다. 그렇다면 서연은 어린 시절 영숙에게 인질이 되어 고문을 당한 기억이 떠올라야 하는 게 아닐까? 신체적인 변화, 예를 들면 머리 모양이나 옷차림은 영숙이 과거에 무슨 짓을 할 때마다 바뀌지만, 정신적인 면은 그대로다. 사건의 당사자이자 통화하는 주체이기 때문일까? 그 부분이 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 부분은 엔딩 크래딧과 함께 나오는 마지막 장면이었다. 뭐지? 굳이 그걸 넣은 이유는 뭐지? 엄마와 재회하는 장면이 서연의 꿈이었던 걸까? 아니면 영숙이 정신을 잃은 동안은 서연에게 행복한 미래가 펼쳐졌지만, 그녀가 정신을 차리자 다시 암울한 미래가 찾아왔다는 듯? 결국, 영숙과 얽힌 이상 서연에게 행복한 미래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건가?
배우들의 연기는 멋졌던 작품이었다.
그런데 포스터에서 연쇄살인마라고 범인의 정체를 밝히는데, 이거 엄청난 스포일러 아닌가? 모르고 보면 더 재미있었을 거 같은데, 아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