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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순정만화 - 그때는 그 특별함을 알아채지 못했던 수많은 여성들의 이야기 ㅣ 아무튼 시리즈 27
이마루 지음 / 코난북스 / 2020년 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부제 - 그때는 그 특별함을 알아채지 못했던 수많은 여성들의 이야기
저자 – 이마루
‘아무튼 시리즈’의 27번째 책이다. 이런 시리즈가 있는지 모르고, 제목에 끌려서 고른 책이다. 다른 책들보다 조금 작은 사이즈로, 그리 두껍지 않고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위고’, ‘제철소’ 그리고 ‘코난북스’라는 세 출판사에서 협업 형식으로 내는 시리즈다. 작가 한 명이 주제에 얽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짧은 수필집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처음 읽는 시리즈라, 내 생각이 맞을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순정만화라……. 예전부터 누가 정했는지 모르겠지만, 남자애들이 보는 만화는 소년만화였고, 여자애들이 보는 만화는 순정만화였다. 내가 처음 본 순정만화는 일본 작품이었다. 몇 살인지 기억이 잘 안 나지만, 그 당시는 일본 만화를 한국 작가가 그린 것처럼 출판했었다. 어린 나는 당연히 한국 작가가 그린 줄 알고 있었는데, 나중에 일본 작가 것이었다는 사실에 좀 놀라기도 하고 배신감도 느낀 것 같다. 하지만 텔레비전에서 하는 만화가 거의 다 일본 만화였으니까, 그러려니 했던 거 같다.
이 책의 저자는 어릴 때부터 만화를 접했다고 한다. 인상 깊은 명대사를 인생의 좌우명까지는 아니지만, 힘을 주는 문장으로 기억하고, 친구들과 만화를 같이 보며 낭만이라든지 상상력을 길렀다고 한다. 또한, 만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인간관계라든지 우정, 사랑, 연애 심지어 패션까지 배웠다고 한다. 그러니까 단순한 어린 시절의 추억에서 벗어나 삶과 인간에 관한 스승이었던 셈이다.
그러고 보면 어린 시절 보았던 순정만화의 다양한 등장인물은 전형적이면서 또 색다르고, 보편적이면서 개성적이었다. 언제부터였는지 왜 그런지 모르지만, 여자가 주인공인 작품은 대개 고생하다가 좋은 남자 만나서 결혼하고 행복하게 사는 게 다라고 여기는 분위기가 있다. 그런데 내 기억 속의 순정만화는 그런 내용만 있는 게 아니었다. 남자주인공과의 사랑도 중요하지만, 여자주인공의 성장이라든지 어른이 되는 과정이 중요하게 그려지기도 했다. 주인공이라고 완벽한 것도 아니고, 그 불완전함을 스스로 깨닫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노력한다. 그리고 그 와중에 다른 여자들과의 관계도 다양하게 맺어지고 말이다. 불여우같은 악녀도 등장하지만, 보석 같은 조력자 친구도 존재하는 법이다. 그러니까 사람과 사람 사이에 관해,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좋은 기회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여러 가지 감정과 그걸 다스리는 방법도 볼 수 있고, 멋드러진 그림체로 그려진 예쁜 옷과 배경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아, 나도 몰랐지만, 이 책의 저자처럼 어릴 적 본 순정만화에서 많은 걸 배운 모양이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어린 시절을 행복하게 해줬던 작품을 다시 떠올릴 수 있었던, 기억하는 것만으로 그 시절이 생각났던, 그런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