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La Casa de Papel, 2017
제작 – 알렉스 피나
출연 - 우르술라 코르베로, 알바로 모르테, 페드로 알론소
금요일 오전, 스페인 조폐국에 똑같은 가면을 쓰고 마찬가지로 같은 붉은색 옷을 입은 8명의 무장강도단이 들이닥친다. 그들은 조폐국의 직원과 견학 온 학생들 그리고 관광객을 인질로 잡고 경찰과 대치한다. 처음에는 인질을 잡고 조폐국의 돈을 훔쳐갈 것으로 예상했지만, 의외로 그들은 장기전을 준비한다. 이미 몇 달 전부터 합숙하며 이번 사건을 준비한 이들의 계획은 처음에는 순조로웠다. 하지만 예상 밖의 사건이 벌어지면서 인질은 물론이고 강도단 그리고 경찰까지 혼란에 빠지는데…….
주위에서 재미있다는 평을 들었던 드라마다. 처음에는 ‘조폐국에 쳐들어가서 강도짓을 하는데 왜 4시즌까지 이어지지? 범죄 미화물인가?’라는 생각이 들어서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1화를 보았는데, 으아……. 이제야 본 나를 칭찬하고 싶었다. 이 드라마가 처음 나왔을 때 봤다면, 아마 다음 시즌을 기다리느라 목이 빠졌을 테니까 말이다. 내 목은 소중하다.
위의 줄거리 요약에는 안 적었지만, 8명의 강도를 모으고 범죄 계획을 세우고 모든 상황을 예상하며 훈련을 시킨 사람이 하나 있다. ‘교수’라 불리는 사람인데, 그는 조폐국에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지시를 내린다. 아무도 죽이지 않고 돈만 훔친다는 목표 아래, 그는 내부 상황을 모니터로 보고 경찰 관계자에게 은근슬쩍 접근하면서 상황을 통제하려 한다. 하지만 모든 것을 예상한다는 건, 인간에게는 불가능한 법. 사람에게는 감정이 있고 그건 본인도 주체하지 못하기에, 매 순간 돌발상황이 발생한다. 그때마다 교수가 뒤처리하려고 고군분투하는 걸 보면, 강도단의 브레인이라는 건 어쩌면 극한직업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범죄자가 주인공인 작품에서 경찰이 좀 어리석게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사건의 책임자인 ‘라켈’은 무척이나 똑똑하고 유능한 사람이다. 다만 개인 생활에 문제가 있어서 가끔 그게 발목을 잡지만, 그녀는 그걸 극복하고 강도단의 체포에 몰입한다. 그리고 교수가 발바닥에 땀 나도록 돌아다니게 만드는 장본인이기도 하다. 경찰이 좀 부족하면 강도 동료들이 실수해도 넘어갈 수 있는데, 경찰이 너무 유능해서 아주 작은 실수라도 저질렀다가는 모든 일이 수포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동료의 실수 + 라켈의 유능함 = 교수의 고군분투기’라고나 할까?
등장하는 사람들 다 개성이 있고, 사연이 있었으며 역할이 있었다. 강도단을 물론이고 인질들에게도 서사를 부여해서, 패주고 싶은 사람도 있었고 처음과 달리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거기다 에피소드마다 사건이 빵빵 터지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지루할 틈이 없었다. 이 드라마의 에피소드 한두 개를 가져다가 영화를 한 편 만들어도 좋을 정도였다. 그래서 하루에 두 편 이상은 볼 수 없었다. 너무 사건이 휙휙 지나가서, 마음을 진정시키고 내용을 곱씹을 시간이 필요했다. ‘이번 편은 좀 쉬어가는 타임인가?’ 싶다가도 갑자기 급전개를 하는 데 와……. 그런데 급전개 같은데 전혀 어색하지 않고 그렇게 흘러가는 게 당연해 보였다.
다음 시즌도 이런 분위기로 계속 흘러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