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제 - The Rental, 2020
감독 - 데이브 프랭코
출연 - 댄 스티븐스, 알리슨 브리, 세일라 밴드, 제레미 알렌 화이트
형 커플인 ‘찰리’와 ‘미셀’ 그리고 동생 커플인 ‘조쉬’와 ‘미나’는 해변에 있는, 경치가 좋은 렌탈 하우스로 여행을 떠난다. 그런데 미셀과 조쉬가 먼저 잠이 든 사이, 직장 동료인 찰리와 미나는 샤워실에서 불륜을 즐긴다. 다음 날, 샤워실에서 몰래카메라를 발견한 미나는 기겁한다. 자기들이 저지른 일 때문에 신고도 하지 못하고, 미나와 찰리는 관리인을 의심하는데…….
집주인이 집안 곳곳에 몰래 카메라를 설치해 세입자를 감시하는 설정은 예전부터 있었다. 카메라가 없을 때는 구멍을 뚫거나 벽 뒤에 공간을 만들어 감시하거나 들여다보았으니, 관음증은 꽤 역사가 깊은 범죄인 모양이다. 몇 년 전부터 유행하는 관찰 예능 역시 그런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관찰 육아 결혼 생활 예능은 대본이 있으니, 좀 다르다고 봐야 할까?
이 영화도 그런 설정에 불륜 키워드를 집어넣었다. 아무래도 경찰에 신고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어내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리고 아마 인물들 사이의 갈등을 유발하기 위해서도 필요했을 것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아랫부분부터는 스포일러가 주렁주렁 열려있다. 스포일러 농사가 아주 풍년이다.
이 작품은 시간 배분이 그리 효과적이지 못했다. 1시간 28분이라는 상영 시간 중에서 초반 30분은 등장인물 설명으로 지나갔다. 영화 내내 겨우 여섯 명 등장하는데, 그중에 네 명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데 30분이나 허비했다. 그리고 그제야 불륜 행각이 나오고 그로부터 10분 후에야 샤워실에 숨겨진 카메라를 발견한다. 영화 포스터를 보지 않았으면, 아마 두 커플이 불륜 문제로 싸우다가 관리인의 협박을 받는 내용으로 여겼을 것이다. 아하, 그래서 인물 소개를 그렇게 자세히 한 거구나! 이제 불륜을 들키지 않으려고 관리인과 협상을 하거나, 아니면 들켜서 난리가 나겠구나. 아니면 관리인을 몰래 죽여버리려나?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반전을 주고 싶었는지, 아니면 너희가 그렇게 예상할 줄 알고 노선을 바꿨다고 얘기하고 싶었는지, 갑자기 관리인이 죽는다. 위에 적은 것처럼 비밀을 숨기려고 그런 게 아니라, 갑자기 죽는다. 영화 시작하고 50분 만에! 여섯 번째 인물이 드디어 나타나서! 이유 없이! 갑자기! 이후 넷은 자기네가 죽였다고 생각하고는, 시체 처리 문제로 옥신각신한다. 네 사람이 두 진영으로 나뉜 것이다. 이후 넷은 여섯 번째 인물이 의도한 대로 그날 밤의 불륜에 관해 알게 되고 싸운다. 따로따로 흩어진 그들의 앞에는 당연히 살인마가 지키고 있었고 말이다.
문제는 살인마가 등장해서 넷을 죽이는 시간이 후반 15분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살인마가 등장하는 영화라면, 그게 중요한 설정이라면 너무 적은 분량이다. 그래서 왜 죽이는지 왜 죽어야 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막말로 하우스 렌탈 사업을 하면서 불륜을 저지르는 커플에게 분노하는 성격이었다거나 그들이 공지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진상 고객이라 빡쳐서 그랬다거나, 동생이 학창 시절에 괴롭힌 피해자였다거나 형의 사업과 관련되었다거나 등의 설명이 하나도 없었다. 범죄자의 사정이나 생각은 별로 중요하지 않지만, 이건 너무도 뜬금없는 전개였다.
숙박업소에 불법촬영 기기를 설치하는 건, 이유가 뻔하다. 몰래 보기 위해서다. 그런데 고객을 죽이는 건 문제가 다르다. 자기가 설치한 카메라가 발각되어서 입을 막기 위해 죽였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경찰에 신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불륜을 저질렀으니까. 그런데 왜 굳이 죽였을까? 넷을 죽인 다음, 차에 태워 절벽에서 밀어버린다면 사고사로 위장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 한 사람은 절벽으로 떨어져서 그게 불가능하다. 그럼 왜? 그냥 죽이고 싶어서? 사고가 계속해서 일어나면 장사에 문제가 생길 텐데? 한두 번 하고 사업 접을 건가?
이건 마치 몸에 좋은 주스를 만들겠다고, 과일과 채소를 아무거나 막 집어넣고 제대로 갈지 않은 것과 비슷하다. 익혀야 하는 감자나 아스파라거스를 생으로 그냥 넣고, 딸기와 수박을 삶아서 넣었다고 보면 될 것이다. 많이 실망스러운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