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감독 – 이경미
출연 – 정유미, 남주혁, 문소리
원작 – ‘정세랑’의 소설 ‘보건교사 안은영, 2015’
목련 고등학교의 보건교사인 ‘안은영’에게는 특이한 능력이 있다. 바로 사람이 남긴 사념을 젤리 형태로 볼 수 있고, 그걸 퇴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녀는 손톱에 봉숭아 물을 들이고, 보건실 캐비넷에 야광봉과 비비탄 총, 성수, 염주와 같은 여러 물건을 숨기고 있다. 어느 날, 안은영은 재단 설립자의 손자이자 한문 교사인 ‘홍인표’가 거대한 보호막으로 둘러싸인 특이 체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젤리를 볼 수 없기에 홍인표는 장난감을 들고 다니는 안은영을 이상한 눈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학교 지하실에 숨겨진 뭔가를 찾아낸 이후, 적극적인 지지자가 된다. 이후, 둘은 연이어 벌어지는 이상한 사건을 해결하고 학교를 노리는 수상쩍은 집단의 정체를 알게 되는데…….
드라마는 꽤 재미있었다. 다양한 모습의 귀여운 젤리를 보는 재미도 있었고, 안은영과 홍인표의 어딘지 주제가 미묘하게 어긋나는 대화도 흥미로웠다. 그리고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도 좋았고, 거기에 약간의 추리 스릴러적인 면을 지닌 기본 이야기도 괜찮았다. 거기에 전반적으로 차분하지만, 은근슬쩍 보는 이를 웃게 하는 개그도 좋았다. 덧붙여서 후반에 반전이라고 할까? 뭔가 있을 것 같았던 인물의 정체가 드러나면서, ‘우리 은영이 어떡해…….’라는 안타까움이 절로 흘러나왔다. 그 사람이 그럴 줄은 몰랐다, 진짜.
다음 시즌이 나와야 할 것 같은 마무리도 여운을 남기면서 좋았다.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이나 이야기가 많아서 반드시 2시즌이 만들어져야 하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꽤 괜찮은 마무리였다. 열린 결말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동안의 행보를 보면 안은영과 홍인표가 주저앉거나 실패할 것 같지는 않다. 그러니까 열린 결말 같은 닫힌 결말이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의도적인지 아니면 시간상의 문제였는지 모르겠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커다란 줄기인 메인 스토리를 제외하면, 곁가지에 해당하는 사건들이 뚝뚝 끊어지는 느낌을 주었다. 분명 앞에서 의심스러운 인물이 등장해서 갈등까지 빚었는데, 다음 에피소드에서는 그에 관한 언급 없이 다른 인물의 다른 사건으로 넘어간다. 어떤 사건은 제대로 매듭이 지어지지만, 또 어떤 사건은 잔뜩 부풀려놓기만 하고 그대로 끝인 경우가 있었다. 사회적 이슈를 다루긴 하지만 깊게 들어가기보다는 문제를 제기하거나 이런 것도 있다고 언급하는 정도로, 그러면서 비판하는 시선은 거두지 않고 다룬다.
그래서 중간에 뭔가 빠진 건가, 횟수를 착각했나 당황하기도 했다. 물론 SF판타지호러스릴러 장르에 단련된 사람이라면 짬밥과 상상력으로 대충 이야기를 이어붙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이야기의 흐름이 끊겨서 짜증을 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나저나 땅이란 과연 인간에게 어떤 의미인 걸까? 음, 어떤 작품의 감상문에서도 이런 질문을 적은 기억이……. 집과 땅, 그리고 거기에 깃든 인간의 염원 내지는 원한은 등장하는 거의 모든 작품에서 참으로 무시무시한 것으로 묘사된다. 거기에 이야기를 떠나 현실적으로 봐도. 재산으로의 집과 땅은 계속해서 소유와 집착의 대상이고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요인 중의 하나로 대두되고 있다. 그러니까 집과 땅은 인간에게 온갖 애증을 불러일으키는 존재라고 해야 할까? 거의 모든 범죄의 원인은 돈 아니면 사랑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집과 땅도 넓게 보면 돈이라고 볼 수 있다. 없어도 있어도 문제가 되는 존재라고 해야 할까?
안은영 역을 맡은 '정유미' 배우의 어딘지 모르게 기괴하면서도 웃는 듯한 표정이 압권이었다.
이제 소설을 읽어야겠다.

넷플릭스 태국 판 포스터라는데,
이것만 보면 외계인이나 심해 괴물의 습격을 다룬 드라마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