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Agatha Christie's Poirot, 2003
출연 – 데이빗 서쳇, 휴 프레이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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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9시즌에서는 욕이 절로 나오는 남자들이 등장한다. 잘 죽었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재활용도 절대 안 되고 폐기물 수준으로 매립지로 보내거나 깨끗이 태워야 하는, 쓰레기라고 부르기엔 쓰레기에게 미안한 XXX들이다. 제작진의 의도인지 아니면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보면서 화가 나는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에피소드들로만 모였다.
『Five Little Pigs』는 해문 출판사 버전으로는 ‘회상 속의 살인 Murder in Retrospect, 1943’이고 황금가지 버전은 ‘다섯 마리 아기 돼지’가 원작이다. 포와로는 14년 전, 남편을 죽이고 사형당한 여인의 누명을 풀어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의뢰인은 두 사람의 딸로, 어머니의 무죄를 굳게 믿고 있었다. 그녀는 그 당시에 자신은 어려서 잘 몰랐으니, 관련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사건을 해결해달라고 부탁한다. 포와로는 14년 전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해 여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밝혀내는데…….
폐기물 1호 남편이 등장한다. ‘아미어스’는 뛰어난 화가였지만, 인성은 쓰레기만도 못한 사람이었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에는 모델인 여성들과 끊임없이 애정 행각을 벌이다가, 그림이 완성되면 매몰차게 차버리기 일쑤였다. 대부분은 그러려니 했지만, 그가 죽기 직전까지 그리던 그림의 모델인 ‘엘사’는 달랐다. 그녀는 그가 부인 ‘캐롤라인’과 이혼하고 자신과 결혼할 것이라 확신했다. 이 남자가 폐기물인 이유는, 엘사와 애정 행각을 벌이는데 그 장소가 바로 자기 집이었다는 점이다. 부인과 어린 딸과 처제 그리고 처제의 가정교사가 같이 살고, 근처에 사는 친구들이 놀러 오는 바로 자기 집! 게다가 이 남자가 살해당하는 동기를 알고 보면 더 악질이다. 살인자에게 동정은 보내지 않는 편이지만, 진짜 잘 죽였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Sad Cypress』는 장편 ‘삼나무 관 Sad Cypress, 1940’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한 여인이 두 건의 살인죄로 기소당한다. 하나는 재산을 노리고 숙모를 살해했다는 혐의였고, 다른 하나는 약혼자를 빼앗아간 ‘메리’를 죽였다는 내용이었다. ‘엘리노어’는 사형을 선고받고, 포와로는 무죄를 증면하고자 고군분투하는데…….
여기 나오는 남자 역시 문제가 많다. 어릴 때부터 알았고 약혼 기간도 길었으며 모두가 다 둘이 결혼하는 걸 당연히 여기는 가운데, 다른 여자에게 눈이 돌아간다. 뭐, 여기까지는 그럴 수도 있다. 결혼식을 올린 것도 아니니까. 그런데 이 인간, 메리와 키스하는 걸 엘리노어에게 들키고, 들켰다는 사실도 알아차린다. 문제는 이후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는 것이다. 결국, 참다못한 엘리노어가 파혼을 고할 때까지, 그는 두 여자를 손에 쥐고 아슬아슬한 연애질을 한다. 엘리노어가 물려받을 돈도 갖고 싶고, 새로운 여자와 연애는 하고 싶었던 건가? 포와로가 사건 해결을 위해 허둥대는 동안, 그는 주머니에 손 넣고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만 있다. 어쩌면 그는 엘리노어가 사형당하는 걸 바라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녀가 죽으면 재산은 자기 것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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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th on the Nile』은 소설 ‘나일강의 죽음 Death on the Nile, 1937’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부유한 상속녀 ‘리넷’은 친구 ‘재키’의 약혼자인 ‘도일’을 빼앗아 결혼식을 올린다. 재키는 둘의 신혼여행을 따라다니며 괴롭히다가, 유람선에서 사고가 발생한다. 술에 취한 재키가 도일에게 총을 쏜 다음 날, 리넷이 살해된 채 발견된다. 뒤이어 그녀의 전담 하녀까지 살해당하는 가운데, 포와로는 사건 해결에 박차를 가하는데…….
이 작품의 남자인 도일이 왜 쓰레기보다 못한 남자인지 말할 수가 없다. 스포일러라서. 출판된 지 80년이 지난 소설이지만, 자세한 사항을 이야기하는 것이 과연 스포일러라고 해야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패스!
『The Hollow』는 ‘할로 저택의 비극 The Hollow, 1946’을 영상화했고, 폐기물 남편 2호가 등장한다. ‘존’에게는 세 명의 여자가 있다. 그에게 충실하고 가정에 헌신적인 부인 ‘거다’, 친척으로 오랜 불륜 상대인 ‘헨리에타’ 그리고 재회하자마자 첫사랑의 불길이 다시 타오른 ‘베로니카’. 그리고 그는 살해당하고, 그 옆에는 총을 든 거다가 있었다. 하지만 살인에 사용된 총과 거다가 들고 있는 총이 다르다는 사실이 밝혀지는데…….
이건 뭐 내용 요약만 봐도 쓰레기만도 못한 XX다. 부인이 너무 착해서 싫증이 났다는 이유로, 부인과 다른 성향과 미모를 가진 다른 사람과 불륜이라니! 그것도 둘 씩이나! 첫사랑은 둘째치고, 자기 친척과? 미친 거 아냐? 같이 바람피우는 헨리에타도 미친 년이지만, 이 XX는 무려 세 명의 여자를 동시에! 그것도 헨리에타도 오는 친척 모임에 부인까지 데리고! 거기다 사람들 많은 곳에서 부인을 대놓고 무시하고, 불륜녀를 감싸기까지!
누가 제일 폐기물 등급이 높을지 따져봤는데,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었다. 진짜 이런 XXX들로만 모아놓기도 힘들었을 것 같다. 아, 그렇다고 저 남자들의 상대들이 잘했다는 건 아니다. 그 사람들도 문제가 있지만, 워낙에 남자들의 폐기물 등급이 높아서 묻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