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The Clovehitch Killer, 2018
감독 - 던컨 스카일스
출연 - 딜란 맥더모트, 찰리 플러머, 사만다 마티스, 메디슨 비티
한 마을에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쇄살인이 일어났다. 현장에 남겨진 매듭 때문에 ‘클로브히치 킬러’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어찌 된 일인지 십 년 전부터 살인이 일어나지 않았다. 어느 날 저녁, ‘타일러’는 아버지의 차를 몰래 끌고 가 ‘에이미’와 데이트를 즐긴다. 그런데 좌석 바닥에서 잡지에서 오린 듯한 이상한 사진이 발견된다. 에이미는 변태라고 타일러에게 쏘아붙이고, 학교에까지 소문이 돈다. 타일러는 아버지가 사용하는 창고를 뒤지다가 변태적인 성행위를 다룬 포르노 잡지들로 가득한 상자를 발견한다. 그리고 거기에는 클로브히치 킬러의 희생자가 찍힌 사진도 들어있었다. 친구라 여겼던 아이들이 다 타일러를 외면하는 가운데, 그는 또래 중에서 유일하게 연쇄 살인마에게 관심이 있는 ‘캐시’를 찾아간다. 그리고 둘은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하는데…….
만약 존경하던 아버지가 연쇄 살인마인 것 같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영화는 차에서 발견된 사진을 시작으로, 잠적한 연쇄 살인마를 추적하는 십 대 청소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보이스카우트 교육관이며, 가족을 너무도 사랑하고, 신앙심도 깊어 사람들이 다 존경하는 아버지. 하지만 그가 창고에 숨긴 것은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정말로 아버지가 몇십 년 전부터 여자들을 고문하고 죽인 범인일까? 아니면 그의 말대로 다른 사람의 범행을 모른 척 한 것뿐일까?
어떻게 보면 스릴러라고 볼 수 있는데, 영화는 그보다는 타일러가 어떤 어른이 될 것인가에 초점을 둔 것 같았다. 정말로 아버지가 살인범이라면 희생자 유가족과 사회의 안녕을 위해 신고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자신과 남은 가족들은 평생을 살인범의 자식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숨어 살아야 할 것이다. 반대로 그의 생각이 틀리고 아버지의 말이 맞는다면, 이미 오래전에 끝난 일을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게 아닐까? 그냥 자신도 가만히 있으면 되는 게 아닐까? 그래도 유가족의 분노를 잠재우려면, 진짜 범인을 밝히는 것이 옳은 게 아닐까? 타일러는 이런저런 고민을 하면서, 사건을 추적한다.
그래서일까? 스릴러적인 면이 좀 많이 약했다. 가족의 눈을 피해 집안 곳곳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얼마든지 숨 막히고 긴장감 넘치며 조마조마한 장면을 만들어 낼 수 있었지만, 영화는 그냥 단조롭게 넘겨버린다. 제작진이 평소에 스릴러 영화를 잘 안 봤나 싶을 정도로, 평면적이고 물 흘러가듯이 흘러간다.
진짜 아쉬웠다. 좀 더 아슬아슬하면서 금방이라도 끊어질 것 같은 팽팽한 분위기로 이끌어 갈 수 있는데, 그렇게 만들면 좋았을 상황이 여러 번 있었는데, 그걸 다 넘겨버린다. 거기서 왜! 아니 잠깐만 그걸 그렇게! 이런 안타까운 탄식이 나온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특히 황당한 건, 후반에 등장하는 범인의 행동이었다. 왜 갑자기 그런 짓을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타일러의 행동 때문에 살인 욕구가 갑자기 분출했는지 모르겠지만, 좀 뜬금없었다. 영화 초반에 연쇄 살인마가 얼마나 치밀하고 똑똑하며 영리하게 행동했는지 설명이 줄줄 나온다. 하지만 마지막에 그가 보인 행동은 그것과는 좀 거리가 멀었다. 그 부분이 또 아쉬웠다.
설정은 괜찮았는데, 스릴러적인 요소가 많이 부족했던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