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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 오어 낫
맷 베티넬리 올핀 외 감독, 사마라 위빙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20년 5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Ready or Not, 2019
감독 - 맷 베티넬리-올핀, 타일러 질레트
출연 - 사마라 위빙, 아담 브로디, 마크 오브라이언, 헨리 체르니
‘알렉스’의 집안은 카드 게임으로 시작해 보드게임을 거쳐 스포츠 사업까지,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 그는 자신과 결혼한 ‘그레이스’에게 집안의 전통에 관해 이야기한다. 결혼으로 집안에 새 식구가 들어오면, 결혼 첫날 밤 온 가족이 모여 게임을 한다는 것이다. 그레이스는 들뜬 기분으로 상자에서 게임 이름이 적힌 카드를 꺼낸다. 게임의 이름은 ‘숨바꼭질’. 그레이스는 재미있겠다는 표정이지만, 다른 사람들은 달랐다. 새벽까지 혼자 숨어있으라는 시아버지의 말에 그레이스는 잘 숨겠노라 약속한다. 하지만 그녀가 몰랐던 규칙이 있었으니, 그건 새벽이 오기 전에 숨은 사람을 찾아 제물로 바치지 않으면 다른 가족들이 죽는다는 것이었다. 그레이스는 해맑게 웃으며 방에 숨고, 다른 가족들은 무기를 챙기는데…….
영화를 보면서 작년에 읽은 ‘듀나’ 작가의 ‘구부전’이 떠올랐다.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괴물이 되어버린 시댁 식구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칼을 든 막내며느리가 주인공인 소설이다. 영화는 결혼 첫날, 시댁 식구들과 목숨을 건 게임(?)을 벌이는 며느리가 등장한다. 그리고 영화 ‘유아 넥스트 You're Next, 2011’도 생각났다. 왜 그런지는 그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패스.
이후 내용은 그레이스가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고군분투기로 이어진다. 그 와중에 총이 손바닥을 관통하고 차에 쫓기다 넘어지고 몸싸움을 벌인다. 그러면서 하얗던 그녀의 웨딩드레스는 피와 먼지, 오물 등으로 물들어 검붉은 색으로 물든다. 어쩌면 그건 그녀의 앞에 놓인 건 꽃길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영화를 다 보고 든 생각은, ‘이건 사기 결혼이잖아?’였다. 한두 달도 아니고 일 년 반을 사귀었는데, 결혼식 전날까지 집안에 관해 아무런 얘기도 해주지 않다니! 하긴 결혼할 상대의 집안이 오랫동안 부와 명예를 누린 이유가 새로 들어온 가족을 제물로 바치는 것이었다면, 결혼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그래도 이건 아니다. 물론 숨바꼭질만이 그런 것 같고, 다른 게임은 별다른 문제 없이 넘어간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멀쩡한 걸 보니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앞구르기에 뒷구르기까지 한 다음에 코끼리 코를 하고 열 바퀴를 돌고 봐도 이건 사기 결혼이다. 알렉스도 그레이스가 그 카드를 뽑을지 몰랐겠지만, 미리 얘기라도 하고 선택할 기회를 줘야 하지 않았을까?
게다가 알렉스 이 XXX는 가족과 그레이스 중에 고르라면 아내를 선택하겠노라 얘기하더니, 가족이 죽자 태도가 바뀐다. 아니, 그러면 그레이스가 얌전히 제물로 죽는다는 걸 기본전제로 깔고 그따위 말을 지껄인 건가? 살아있는 사람이면 방어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그리고 남을 죽이면 자신도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해봤나? 그녀가 떠날까 봐 아무런 말도 안 한 게 아니라, 제물이 사라질까 봐 말을 안 했다는 게 더 신빙성 있어 보인다. 뭐, 피가 물보다 진한 건 사실이니까. 아니면 자신은 남들과 다르다고 입만 나불대는 부류를 상징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결혼할 때 사람만 보는 게 아니라, 가족까지 꼼꼼히 봐야 한다는 걸 확실히 알려주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