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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라 죽이기 ㅣ 죽이기 시리즈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17년 2월
평점 :
원제 - クララ殺し, 2016
저자 – 고바야시 야스미
‘도마뱀 빌’은 ‘호프만 우주’라는 세계에 도착한다. 그는 그곳에서 ‘클라라’라는 소녀와 ‘드로셀마이어’라는 이름의 판사를 만난다. 둘은 도마뱀이 말할 줄 안다는 사실과 그가 지구가 아닌 또 다른 세계에서 왔다는 이야기에 놀란다. 우연히 지구에서 재회한 셋. 다른 세계에서는 도마뱀 빌이지만, 지구에서는 대학원생인 ‘이모리’는 ‘로텐 글라라’와 그녀의 이모부인 ‘드로셀마이어’ 교수를 만난다. 글라라는 누군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며 이모리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사건을 조사하던 중, 이모리는 함정에 빠져 죽고 마는데…….
어찌 된 일인지 모르지만, 이 책은 읽기가 어려웠다. 그 전에 읽은 ‘곽재식의 세균박람회, 2020’은 과학책임에도 불구하고 그냥 술술 넘어갔는데, 이 책은 소설인데도 책장 넘기기가 힘들었다. 왜 그럴까 생각해봤다. 아마 등장인물의 이름이 낯설어서가 아닐까 싶다. 그동안 읽은 책이 일본이나 영미권의 호러추리SF스릴러 작품이라서, 독일계 이름은 익숙지가 않아서였던 것 같다. 게다가 이 시리즈는 지구와 다른 세계의 인물이 아바타라는 개념으로 묶여 있어서, 그걸 구별하는 것도 쉬운 건 아니었다. 그래서 초반 3분의 1 정도는 이름에 따른 인물 구별이 어려워서, 읽기가 어려웠다. 오죽하면 책을 덮어버릴 정도였다. 물론 구별이 가능해진 다음에는 진도가 쭉쭉 나갔지만 말이다.
지난번에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죽이려고 했다면, 이번에는 ‘호두까기 인형의 클라라’가 죽을 위기에 처했다. 왜 동화 속의 어린 소녀들을 죽이려고 하는지 모르지만, 그렇게 됐다. 도마뱀 빌은 이번에도 세계를 떠돌다가 다른 장소에 도착했고, 거기서 또 사건을 떠안고 말았다. 덩달아 빌의 ‘아바타라’인 이모리 역시 지구에서 비슷한 일을 겪고 말이다. 어떤 작동 원리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이모리는 죽어도 죽지 않는다. 그렇다고 아예 안 죽는 불사의 존재는 아니다. 그가 안 죽는 이유가 지구와 호프만 우주에서 벌어진 사건을 해결하는 힌트가 된다.
처음에 휠체어를 탄 클라라가 등장하기에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 Heidi, 1880’가 배경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다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호프만 우주’라는 말 때문이었다. 뒤이어 ‘호프만 우주인데 왜 주인공이 클라라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호프만이 쓴 동화의 주인공 이름은 발레와는 다르다는 사실이 기억났기 때문이다. 음, 그 이상은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패스하겠다.
사건의 트릭은 상당히 교묘하고 영악했다. 두 세계를 연결하는 본체와 아바타라는 존재가 있지만, 누가 누군지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제대로 악용한 예라고 할 수 있다. 거기까지 가는 과정이 까다롭고 헷갈리며 쓸데없는 말장난으로 좀 짜증도 났지만, 결말까지 다 읽고 나면 괜찮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나저나 스포일러가 될까 자세히는 말하지 못하지만, ‘인간과 기계의 차이가 뭘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기계 인간을 죽이면 살인죄가 성립될까? 자신을 인간으로 알고, 누구보다 인간적이었던 기계 인간은 기계인가 인간인가? 피와 살점으로 이루어진 것이 인간이라면, 몸의 90%가 기계로 이루어진 존재는 인간일까 기계일까? 로봇이나 안드로이드가 나오는 작품을 볼 때마다 드는 의문이었는데, 아직도 잘 모르겠다.
세 번째 이야기를 읽고는 싶은데 그렇다고 빨리 읽고 싶지는 않은, 조금 시간을 두고 읽고 싶은 그런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