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Sea Fever, 2019
감독 - 니사 하디만
출연 - 헤르미온느 코필드, 더그레이 스콧, 코니 닐슨, 올웬 파우에레
‘시본’은 해양 생물의 행동 패턴을 연구하는 학생이다. 어선에 탑승하여 기형 어류의 분포와 행동을 조사하던 중, 배가 뭔가에 부딪히는 사건이 발생한다. 무슨 일인지 알아보기 위해 시본은 잠수를 한다. 그리고 그녀는 빛을 내는 거대 생물이 기다란 촉수를 뻗어 배를 잡은 걸 보게 된다. 시본은 처음 보는 괴생명체라고 말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녀가 오징어나 그런 것을 잘못 보았으리라 여긴다. 선장과 선원들은 지나가던 거대 여객선을 발견하고, 도움을 요청한다. 하지만 그 배에는 살아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겨우 어찌어찌 그 장소를 벗어나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도 잠시, 선원 중의 한 명이 이상증세를 보이는데…….
이 세상에는 인간이 아직도 모르는 공간과 존재들이 남아있다. 우주는 지구 밖이니 제외하고, 지구에서 그런 장소를 고르자면 아마 바다가 높은 표를 얻을 것이다. 그래서 바닷속의 괴생명체라든지 변이 생물이 등장하는 작품이 심심치 않게 만들어진다. 물론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생명체와 만나 어찌할 바를 몰라 우왕좌왕하는 가운데 일행이 하나둘씩 죽어가다 겨우 주인공 한 명만 살아남는 그런 설정이 대부분이긴 하다.
이 영화도 비슷한 설정이다. 연구를 위해 어선에 탑승한 주인공이 난생처음 보는 괴생명체와 만나고, 사람들이 감염되면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다. 설정만 보면 속도감도 있고 스릴도 있으며 잔혹한 장면도 나올 것 같은 느낌이다. 음, 그럴 것 같은 느낌만 주었다.
영화는 연구생인 시본과 선원들의 대립을 통해,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관한 문제를 살짝 보여줬다. 괴생명체는 인간의 몸속에서 새끼를 부화시키고, 그 유충들은 인간의 눈을 통해 밖으로 튀어나온다. 선원들은 빨리 병원으로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시본은 누가 감염되었는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함부로 육지에 가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었다. 그런데 이후 대립이 심화하여 갈등이 깊어진다거나 그 때문에 생존자들끼리 의심하고 뭐 그런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갈등이 있기는 한데, 그게 깊어질 시간이 없었다. 계속해서 다른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윤리적인 문제를 다루기에 영화는 전반부에 너무 시간을 허비했다. 그 때문에 후반에 접어들면서 후다닥 결론을 내야 했다. 거기다 시본은 또 다른 문제를 제기했다. 연구생으로서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내가 그 옆에 있었으면 답답해서 속 터졌을 거 같다.
영화는 몇 가지 마무리되지 않은 부분을 남기고 끝난다. 설마 후속편을 만들기 위한 거겠냐는 생각을 해봤지만, 그럴 가능성은……. 그게 아니라면 제작진에서 까먹은 모양이다.
그나저나 선원이 잠수는 둘째치고 수영도 못한다는 게 말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