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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 Slasher, 2016
출연 – 케이티 맥그레스, 브랜든 제이 맥라렌, 스티브 바이어스, 패트릭 개로우
할로윈 날, 한 부부가 살해당한다. 경찰이 도착했을 때, 살인마는 부인의 배를 갈라 꺼낸 아이를 안고 있었다. 30년 후, 살아남은 아이인 ‘세라’는 남편인 ‘브랜든’과 같이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마을 사람들의 반응이 이상하다. 어쩐지 그녀를 반기지 않고, 도리어 외면하거나 증오의 눈길을 보내는 것이다. 세라는 부모를 죽인 살인범 ‘톰’을 면회 갔다가,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된다. 마을에는, 자신의 부모와 관련된 비밀이 감추어져 있었다. 그리고 톰이 세라의 부모를 죽였던 때 입었던 복장을 한 연쇄 살인마가 등장하는데…….
‘슬래셔’라는 장르는, 피와 살이 튀기는 살인 장면으로 가득한 영화를 의미한다. 그것도 그냥 죽이는 게 아니라, 도살장에서 돼지나 소, 닭을 죽이는 것처럼 사람을 죽이는 장면들이 많다. 그런데 그런 단어를 제목으로 하다니! 그것도 드라마로! 하지만 방송에서 표현할 수 있는 건 한계가 있을 테니, 큰 기대는 하지 않기로 했다.
어느 조용하고 평범한 마을에 한 사건이 일어나면서, 그동안 숨겨왔던 마을의 비밀이 까발려지는 설정은 자주 볼 수 있다. 그 평범함이 사실 소수의 희생과 다수의 외면으로 일궈진 거였다거나, 그 과정에서 억눌러왔던 광기를 표출하는 인물이 등장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그런 일이 벌어진 동기나 계기 그리고 과정에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공감을 끌어내는 것이 관건이다.
아쉽게도 이 드라마는 그러지 못했다. 8편으로 구성되었는데, 어쩐지 좀 길다는 느낌이었다. 에피소드마다 보는 이를 몰입하고 집중하게 만드는 건 어렵겠지만, 이 드라마는 좀 심했다. 보면서 ‘이건 좀 말이 안 되는데….’라거나 ‘왜 저런 짓을 하는 걸까?’라는 의문이 아주 많이 들었다. 왜 굳이 부모를 죽인 살인마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 때마다 쪼르르 달려가 조언을 구하고, 남자친구가 경찰에 체포되자마자 그 자리에서 다른 사람과 섹스를 하며, 의심 가는 사람이 분명한데도 옆자리를 내주고, 오랫동안 염원했던 탈출인데 어쩌면 그리도 허술한 계획을 세웠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유명한 다른 작품들의 설정을 여러 개 가져오긴 했는데, 그걸로 끝이었다. 설정을 빌려왔으면, 드라마의 흐름에 잘 녹아들게 집어넣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이건 음……. 그냥 ‘놀랐지! 이 마을은 이 정도로 막장이야!’라는 보여주기식 땜빵으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자세히 보면 몇몇 설정은 서로 충돌하고, 억지로 드라마를 끌고 나가는 것 같았다.
특히 살인마가 7개의 죄악에 따라 살인을 한다는데,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아마 이 사건에만 집중하면 영화를 따라 했다는 논란에 휘말릴까 봐 다른 사건들을 이것저것 집어넣은 모양이다. 하지만 그 덕분에 드라마는 난잡하고 산만하며 어디선가 본 장면들로 가득한 작품이 되어버렸다. 분산 투자도 좋지만, 때로는 집중 투자를 해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다.
1시즌이 너무 실망스러워서, 2시즌은 보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