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F 거장과 걸작의 연대기
김보영 외 지음 / 돌베개 / 2019년 12월
평점 :
저자 - 김보영, 박상준, 심완선
이 책은 총 다섯 개의 챕터로, 50명에 달하는 SF 거장들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다. 작가뿐만 아니라, 영화감독이라든지 만화가, 비주얼 퓨처리스트까지, 그야말로 과거와 현대에 이르기까지 SF를 발전시킨 사람들을 총망라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서양뿐만 아니라 동양 작가들까지 아우르고 있다. 그리고 작가의 대표작에 관한 저자의 생각을 밝히고 있는데, 몰랐던 사실이나 새로운 관점을 알게 되는 즐거움이 있었다,
『1장 원형의 태동』은 SF라는 장르를 처음 만든 사람들에 관해 얘기하고 있다. ‘메리 셸리’라든지 ‘쥘 베른’, ‘H.G. 웰스’ 같은 작가들이 등장한다. 어릴 때 명작 동화로 만나나 작가들이 많았다. ‘프랑켄슈타인’의 작가인 메리 셸 리가 여자라는 사실이 밝혀진 뒤 엄청난 악평을 받았다는 사실은 다시 봐도 마음이 아프다. 비슷한 상황을 겪었던 여류 화가도 있었다는 기억이 났다. 작품이 명작인데 성별이 무슨 상관이람? 질투쟁이들 같으니라고. H.G. 웰스가 소설 속에서 표현한 미래가 하나둘씩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무척이나 놀라웠다. 그가 예언한 것일까 아니면 사람들이 만들어보기로 한 걸까?
『2장 장르의 성숙』은 SF 장르의 기본 법칙을 만든 작가들을 알려준다. 그러니까 제헌 헌법을 만든 초대 국회의원이라고 비유하면 될까? ‘조지 오웰’에 ‘아서 C. 클라크’, ‘아이작 아시모프’ 그리고 ‘로버트 하인라인’에 ‘데즈카 오사무’까지! 나만 그럴지 모르겠지만, SF소설을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작품은 소설은 물론이고 영화나 드라마 그리고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졌으니, 아마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은 접해보지 않았을까 싶다. 데즈카 오사무의 ‘우주소년 아톰’은 내 어린 시절 추억 중의 하나다. 또한, DC 코믹스의 ‘슈퍼맨’과 마블 코믹스의 기보를 세운 ‘제리 시걸’, ‘조 슈스터’ 그리고 ‘스탠 리’도 등장한다. 슈퍼맨은 역사가 오래되었다는 걸 알았는데, 마블도 만만찮게 꽤 길었다.
『3장 변주의 만개』는 다양한 개성을 마음껏 표출한 작가들을 얘기한다. ‘할란 엘리슨’, ‘필립 K. 딕’ 그리고 ‘어슐러 르 귄’ 등등. 이 시대의 작가들은 SF에 심리학과 철학 그리고 인류학과 가상 현실을 연결했다. 그전까지의 범위에서 한 발 더 나간 것이다. 아! 새로운 종교를 만들어낸 ‘론 허버드’도 여기에 해당한다고 한다. SF 작가에서 종교의 창시자라니……. 뭔가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너무 많이 간 건 아닐까 싶기도 하고 그렇다.
『4장 상상의 월경』은 3장의 작가들보다 더 개성적이고 무한한 상상력을 펼친, 정말로 개성적인 작가들을 다룬다. 우선 좀비 영화의 시조인 ‘조지 로메로’를 비롯해 SF 영화로 유명한 ‘조지 루카스’와 ‘스티븐 스필버그’ 그리고 ‘리들리 스콧’ 같은 영화감독이 있다. 또한, ‘미야자키 하야오’와 건담을 만든 ‘토미노 요시유키’ 같은 애니메이션 제작자도 등장한다. 건담은 애니메이션은 보지 못했지만, 프라모델은 많이 봤다. 이어서 ‘마거릿 애트우드’, ‘로저 젤라즈니’ 그리고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 등이 등장한다. 제임스 탑트리 주니어에게 벌어진 일은, 100년 전 메리 셸리에게 일어난 사건과 비슷했다. 성별을 밝히지 않았을 때는 좋은 작품이라고 하다가, 여자라고 밝혀지니 재평가해야 한다고 깎아내리는 짓 말이다. 사람들의 사고방식은 100년이 지나도 제자리에서 머무르고 있나 보다. 하긴 진화가 그렇게 급속히 일어날 리가 없겠지.
『5장 미래의 현재』는 최근 두각을 드러내는 작가들을 소개한다. 최근이라고 하기엔, 예전부터 유명했던 사람들도 있다. ‘마이클 크라이튼’, ‘더글러스 애덤스’, ‘조지 R. R. 마틴’, ‘코니 윌리스’ 그리고 ‘류츠신’ 등등. 아, 류츠신은 아시아 최초로 휴고상을 수상한 ‘삼체’의 작가이다. 나와 같은 시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바라보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그게 궁금하면, 여기에 소개된 작가들의 책을 읽어보면 될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몰랐던 작가나 아직 읽어보지 않은 많은 책에 관해 알게 되었다. 하나하나 적어가면서 다 읽어보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다. 덕질에는 돈과 시간이 드는 법이다. 하아, 역시 로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