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니 에이브러햄슨 감독, 브리 라슨 외 출연 / 콘텐츠게이트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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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Room, 2015

  감독 - 레니 애브라함슨

  출연 - 브리 라슨, 제이콥 트렘블레이, 조앤 알렌, 숀 브리져스







  엠마 도노휴의 소설인 ‘룸 Room, 2010’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소설은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니, 어떻게 보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소설은 2008년 밝혀진 ‘요제프 프리츨’의 24년에 걸친 딸 엘리자베스의 납치감금강간폭행 사건에 바탕을 두고 있다.



  영화와 소설은 실제 사건과 비교하면, 상당히 많이 순화된 편이다. 비유를 하자면, 19금 원작을 전체관람가인 아동용으로 만든 것 같은? 영화 ‘홀로코스트 Cannibal Holocaust, 1980’나 ‘살로 소돔의 120일 Salo, or The 120 Days of Sodom, 1976’을 디즈니에서 전체관람가로 만들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이제 다섯 살이 되는 ‘잭’의 세계는 엄마 ‘조이’와 함께 지내는 방 한 칸이 전부였다. 그가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다른 사람은, 일주일에 한 번씩 찾아와 생필품을 가져다주는 ‘닉’뿐이다. 어느 날 엄마인 ‘조이’가 탈출해야한다며, 잭에게 죽은 척하는 연습을 시킨다. 조이는 17살이던 7년 전, 닉에게 납치되어 계속적인 폭행을 당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가 커가면서, 그녀는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녀의 계획은 잭이 죽은 척을 하면 닉이 시체를 처리하기 위해 밖으로 끌고 갈 것이고, 그 때 기회를 봐서 도망치라는 것이었다. 엄마의 계획대로 잭은 탈출에 성공하는데…….



  대개 납치감금강간을 다룬 작품이라면, 흔히 ‘강간’에 더 중점을 두는 경우가 많다. 만드는 사람들도 그렇고 보는 이들도, 납치범이 납치한 사람을 어떻게 성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굴복시키고 유린하는 지가 더 궁금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자신에게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은, 단순히 관찰자 입장에서 일종의 포르노로 소비하려는 마음이 더 크기 때문일까? 어쩌면 이전에 그런 식으로 만들어진, 노골적으로 성적인 부분만 강조한 몇몇 작품들이 나쁜 선례를 남겼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달랐다. 납치감금강간이라는 암울한 상황에서 어떻게 납치당한 사람이 살아남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바깥으로 탈출하는데 성공한 후, 어떻게 외부의 시선을 극복하며 앞으로 나가는지 다루고 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사람들은 피해자가 어떻게 살아남고 탈출했는지 보다는, 그 안에서 어떤 일을 겪었는지 더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영화에서도 조이와 잭은 주변의 그런 시선에 맞서야 했다. 특히 조이는 대놓고 방송에서 잭을 위해 다른 방법을 선택할 수 없었냐는 질문을 받아야 했다. 마치 그녀가 아이를 자신의 방패막이로 이용하려 한 것이 아니었냐는 뉘앙스가 섞인 질문이었다. 그 외에도 조이의 아버지가 납치강간범의 핏줄인 잭을 마음에 들지 않아해, 부녀간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기도 했다.



  잭 역시 그동안 자신이 알고 있던 세계가 뒤집히는 충격에 빠진다. 그동안 그에게 진짜는 방에서 볼 수 있는 씽크대나 침대 같은 것들이고, 방에서 볼 수 없는 나무나 바다 그리고 TV속의 인물과 만화 캐릭터들은 다 가짜였다. 또한 방 밖에는 아무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무나 바다, 하늘, 구름 그리고 강아지와 사람이 진짜였다니! 방 밖에 사람들이 살아가는 다른 세상이 있었다니!



  둘은 짧은 시간 동안, 감당하기 어려운 많은 변화와 충격을 겪어야 했다. 7년 동안 좁은 방에 갇혀있던 조이와 평생 그 좁은 방이 세계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잭. 둘이 서로를 의지하면서 달라진 세상을 받아들이고 적응해가는 모습은 어린이에서 청소년으로, 또 어른으로 성장하면서 많은 내적외적 자극을 경험하고 상처받고 쓰러지기도 하다가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인간의 성장과 비슷했다.



  잭이 처음으로 하늘을 보는 장면에서,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잭과 조이가 재회하는 장면에서는 그냥 눈물이 나왔다. 대사 하나 없이 음악과 표정만으로 저런 표현이 가능했다니…….



  왜 성폭행 피해자가 아닌, 생존자로 불러야 하는지도 깨달았다. 굴복하지 않고 살아남았으니, 생존자로 불리는 게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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