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톰 맥카시 감독, 마이클 키튼 외 출연 / 콘텐츠게이트 / 2016년 6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Spotlight, 2015

  감독 - 토마스 맥카시

  출연 - 마이클 키튼, 마크 러팔로, 레이첼 맥아담스, 리브 슈라이버






  실화를 바탕으로, 오랫동안 이어져온, 아는 사람은 다 알았지만 교단의 눈치를 보느라 쉬쉬했던, 가톨릭 신부들의 아동 성추행 사건을 폭로한 ‘보스턴 글로브’ 지의 이야기를 그렸다.



  가톨릭교도들이 대부분인 보스턴에서 한 신부가 어린 소년을 성추행했다는 죄목으로 고소를 당한다. 그 소식을 들은 보스턴 글로브 지의 신임 편집장은 그 사건을 다루어보기로 결정한다. 그는 스포트라이트 팀에게 표면적인 것 말고, 추기경과 교단까지 자세히 파고들라고 요청한다. 스포트라이트 팀은 자신들의 인맥을 총동원하고, 그런 소송을 전담으로 맡은 변호사와 상담사의 도움을 받아 취재를 시작한다. 그리고 그들은 이 사건이 단순히 한 신부가 최근에 저지른 문제가 아니라, 미국 가톨릭 교단에 오랫동안 이어져온 추악한 비밀의 일부라는 것을 알게 되는데…….



  얼핏 기본 설정을 보면, 가톨릭을 비난하는 작품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건 신성 모독을 하는 영화가 아니라, 신을 모시는 신부의 비리에 대한 작품이었다. 신부는 사람들이 정신적 위안을 얻고자 할 때, 조언과 신의 섭리에 대해서 얘기하고 위로해주는 존재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가장 약하고 도움을 절실히 바라는 사람들을 착취한다는 건, 사람들의 믿음을 저버리는 배신이며 기만이다. 또한 그들이 섬기는 신에 대한 배신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영화는 종교 자체보다는, 사람들의 신뢰를 저버린 인간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이건 우리가 우리나라의 부패한 정치가를 욕한다고 해서, 그게 반드시 한국이라는 나라를 욕하는 게 아닌 것과 비슷한 이치일 것이다.



  영화는 무척이나 덤덤했다. 대놓고 분노하거나 눈물을 자아내지 않았다. 기자들은 자신들의 감정을 억누르면서 취재하고, 인터뷰를 계속했다. 그런데 그런 장면에서도 그들의 슬픔과 분노가 느껴졌다.



  신부에게 성추행을 당한 어린 시절을 이야기하면서 흐느끼는 생존자들의 모습은 참으로 마음이 아팠다. 오직 신에 대한 믿음으로 신부들을 믿고 따랐던 사람들이었기에, 그 배신감은 엄청났을 것이다. 그들이 성인이 되어 세상과 인간에 대한 믿음을 갖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누군가에게는 한순간의 딸감이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평생 감내해야 할 고통이었다.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성추행 신부의 주소를 본 한 기자의 행동이었다. 그는 그 신부의 집이 자신의 집과 얼마나 가까운지 직접 확인하고는 어쩔 줄을 몰라 한다. 자신의 아이는 물론이고 이웃의 아이들까지 그 신부가 있는 성당엘 다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섣불리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다가는 지금까지 취재한 것을 망칠 수도 있다. 다른 곳에서 특종을 가로채는 것도 문제지만, 교단에서 눈치 채지 않도록 해왔기 때문이다. 그의 고뇌가 너무도 절절하게 느껴졌다.



  지금까지 보았던 내 취향의 영화들이 대개 범죄호러스릴러SF 장르였기에, 이 작품을 보면서 온갖 망상을 다 들었다. 길을 가다가 차만 지나가면 ‘저 차로 밀어버리는 거 아냐?’라든지, 이동하려고 차를 타면 ‘폭발하는 거 아냐?’ 라든지 ‘다른 차로 충돌 사고 내는 거 아닌가?’등등. 흔한 범죄 물에서 나올 법한 사건사고들이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올랐다. 그래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자, 어쩐지 실망스러웠다.



  하늘이 두렵지도 않느냐는 말이 있다. 어쩌면 성추행을 저지른 신부들은 자신들을 떠받들어주는 사람들 때문에 스스로 신이라고 여겼거나, 이 세상에 자기들을 처단할 신은 없다고 믿었기에 그런 짓을 저질렀을 수도 있다. 후자라면 문제가 좀 심각하다. 신을 섬기는 사람들이 신이 없다고 생각하다니! 그러니까 하느님, 그런 놈들에게 불벼락을 좀 내려주세요. 너무 신경을 안 쓰시니까 애새끼들이 겁도 없이 나대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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