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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트
크레이그 조벨 감독, 베티 길핀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20년 7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The Hunt, 2020
감독 - 크레이그 조벨
출연 - 베티 길핀, 힐러리 스웽크, 아이크 바린홀츠, 웨인 두발
어느 비행기 안, 한 남자가 깨어나자 다른 사람들이 그를 진정시키는 듯하더니 죽여버린다. 그리고 비행기가 도착하자, 잠들어있던 사람들이 재갈이 물린 채 하나둘씩 깨어난다. 허허벌판에 내던져진 그들은, 커다란 상자 안에 있는 가득 들어있는 무기를 본다. 살아남기 위해, 그들은 무기를 들고 도망쳐야 하는데…….
시작한 지 10분 정도쯤에 죽는 ‘엠마 로버츠’를 보면서, 문득 영화 ‘스크림 Scream, 1996’의 ‘드류 배리모어’가 떠올랐다. 아, 그런 역할이었던가? 그러고 보니 ‘스크림 4 Scream 4, 2011’에 엠마 로버츠가 나왔었다.
영화는 주인공인 ‘크리스탈’이 어떻게 자신을 죽이려는 무리를 피해 도망치고, 반격하는지 그 과정을 따라가고 있다. 그와 동시에 누가, 왜 그들을 죽이려고 했는지 알려주고 말이다. 거기에 상당히 잔인하고 고어한 장면들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비행기 안에서 난동을 부리던 사람을 죽이는 장면부터, 벌판에서 공격당하는 사람들이 죽어가는 장면 등등. 포스터를 보면, 나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 온갖 종류의 무기이다. 총부터 화살 그리고 단검까지. 그야말로 다양한 무기로 서로 죽고 죽이는 영화였다. 중후반까지는.
후반에 왜 그들이 살해당해야 했는지 이유가 밝혀지는 장면에서는 좀 오싹했다. 스포일러가 될 거라고 미리 경고해야겠다. 영화의 결말까지는 말하지 않겠지만, 그 이유를 적는 것도 스포일러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 마음의 준비를 할 여백의 미**
**또 다른 여백의 미**
그들이 살해당한 이유는 바로 가짜 뉴스를 유포하거나 그것을 믿고 단 악성 댓글 때문이었다. 몇 명의 유명인이 자기들끼리 통하는 내용의 카톡 대화를 나누었다. 그런데 그게 유출되면서, 논란거리가 되어버렸다. 그들이 인종과 종교 등으로 사람을 차별했다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가짜 뉴스가 만들어지고, 유명 블로거와 유튜버들은 그걸 그대로 퍼 날랐다. 심지어 더 확산시키기까지 했다. 사람들은 그걸 그대로 믿고 악성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결국, 그 몇 명의 사람들은 비난과 논란 끝에 그동안 누렸던 지위를 포기해야 했다. 그래서 이왕 욕먹는 거, 하지도 않은 일에 욕먹느니 진짜 해보고 욕먹자고 나선 것이다. 사실 그 몇 명의 사람 중에는 진짜 백인우월주의자나 차별주의자가 있긴 했다. 하여간 그래서 그들은 악성 댓글러와 가짜 뉴스 제작 살포자를 추려서, 사냥하기로 한 것이다.
문제는 그들이 고른 사람 중에 예상치 못한 인물이 있었다는 점이다. 어쩌면 결국 그 사람도 흘러넘치는 SNS 오류의 희생양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흔한 이름의 비애라고나 할까? 아, 그래서 ‘빨간 머리 앤’이 매번 자기소개할 때 ‘Anne with an E’라고 하는 모양이다.
가짜 뉴스에 속지 말고, 함부로 댓글 달지 말아야겠다. SNS는 인생 낭비라는 말이 있는데, 맞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어떤 게 가짜 뉴스이고 아닌지 알 수 있을까? 어디서 들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미래는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계속해서 왜곡된 가짜 뉴스가 무분별하게 난립한다면, 그런 걸 만들어내는 사람들은 어떤 미래를 원하기에 그러는 걸까? 인간에게는 희망이 없다는 말이 새삼 와 닿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