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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을 파는 가게 1 ㅣ 밀리언셀러 클럽 149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1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The Bazaar of Bad Dreams, 2015
작가 – 스티븐 킹
스티븐 킹의 단편집이다. 처음에 제목만 보고는, ‘욕망을 파는 집 Needful Things, 1991’의 제목이 바뀐 거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둘은 다른 작품이었다. 세상에나! 언제나 검색과 확인을 필수로 해야겠다. 1권에는 10개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작가 특유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이야기들이었다.
『130킬로미터』의 주인공은 맹랑한 꼬마들이다. 피트는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형들이 노는 곳을 따라갈 수 없었다. 그는 혼자서 탐험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근처에 있는 폐건물에 몰래 숨어 들어간다. 한편 거기서 멀지 않은 도로에 스테이션 왜건이 한 대 서 있는데……. 작가의 다른 소설 ‘살아있는 크리스티나 Christine, 1983’가 떠오르는 이야기였다. 선한 사마리아 사람처럼 행동하려다가 불의의 재난을 당한 사람들의 명복을 빈다.
『프리미엄 하모니』는 마트에 가는 부부의 이야기다. 사람 인생사 모르는 일이라는 말이 딱 맞는 이야기였다. 세상에, 그런 결말이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난 그냥 ‘사랑과 전쟁’ 류의 이야기일 거로 추측했었는데 말이다. 그나저나 그 와중에 다른 여자에게 껄떡댈 생각만 하는, 놈 아니 XX는 진짜…….
『배트맨과 로빈, 격론을 벌이다』는 치매에 걸린 아버지와 아들이 등장한다. 아들은 기억이 오락가락하는 아버지와 식사를 하면서 계속해서 말을 건다. 그런데 그들이 요양원으로 돌아오는 길에……. ‘부모의 마음이란 이런 걸까’라는 생각과 함께 뭉클해지는 이야기였다. 하아, 스티븐 킹의 작품을 읽으면서 감동하다니……. 물론 누군가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겠지만, 나에게는 훈훈한 마무리였다.
『모래 언덕』은 앞으로 죽을 사람을 알려주는 모래 언덕에 관한 이야기다. 그런 설정은 흔하지만, 이 이야기의 압권은 마지막 한 줄이었다. 이야, 그 한 줄 때문에 이야기의 성격이 확 바뀌었다. 읽는 순간 오싹함을 느끼게 하는, 멋진 문장이었다.
『못된 꼬맹이』는 한 꼬맹이를 대낮에 무참히 죽여 사형을 선고받은 남자의 이야기다. 변호사에게 자신이 왜 그 아이를 죽여야 했는지, 오래된 질긴 악연을 풀어놓는데……. 악마가 있다면 여기서 등장하는 존재가 악마가 아닐까 싶다. 어쩌다 악마의 눈에 띄었는지 모르지만, 고통받고 불행한 결말을 맞이한 남자가 안쓰러웠다.
『죽음』에도 어린아이를 죽였다고 체포된 남자가 등장한다. 마을 사람들은 그가 범인이라 말하지만, 단 한 사람만 증거가 없기에 그를 믿어보려 한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사형이 집행되는데……. 왜 그 사람이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니, 왜? 굳이? 왜? 작가의 다른 작품에서 볼 수 있었던, 은근과 끈기, 집착 그리고 집념의 변형된 뭔가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납골당』은 작가가 대학에 다닐 때 발표했던 시라고 한다. 초고를 잃어버렸기에 다시 적었다고 하는데, 흐음. 시는 잘 모르겠다.
『도덕성』에서는 가난한 젊은 부부가 등장한다. 그들에게 원하는 것을 해주면 엄청난 돈을 주겠다는 제안이 들어온다. 그렇다. 비슷한 설정의 영화가 있다. 거기서는 아름다운 부인과 하룻밤을 보내는 제안이었다. 이 작품의 작가는 스티븐 킹이기에, 상대가 부부에게 요구한 것은 조금 다른 성질의 것이었다. 돈을 위해 도덕성을 버리느냐 마느냐의 갈림길에 서게 된 부부는…….
『사후 세계』는 한 남자가 죽은 후, 사후 세계에서 겪은 일을 그리고 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말이 너무도 잘 어울리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문득 관점을 달리하니, 누군가에게는 천국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지옥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르』는 전자책을 읽을 수 있는 기기인 ‘킨들’에 얽힌 이야기다. 웨슬리는 종이책을 고수하고 그 때문에 여자친구와 싸우기까지 한, 대학의 영문학과 교수이다. 그는 고심 끝에 전자책을 읽어보겠다 결심하고 킨들을 하나 주문한다. 그런데 그에게 배달된 킨들은 다른 사람의 것과는 매우 달랐다. 작가의 다른 시리즈인 ‘다크 타워 The Dark Tower, 1982’ 세계관에 속하는 내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