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조저택 살인사건
정식 외 감독, 문성근 외 출연 / 아이브엔터테인먼트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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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제 - The Tooth and the Nail, 2017

  원작 - 빌 밸린저의 ‘The Tooth and the Nail, 1955’

  감독 - 정식, 김휘

  출연 - 고수, 김주혁, 문성근, 박성웅





  1955년에 출판된 미국 작가 빌 밸린저의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영화는 두 가지 흐름으로 진행된다. 하나는 유랑극단 소속의 마술사인 ‘고수’와 ‘임화영’이 중심이다. 우연한 계기로 만나 마술사와 조수로, 이어 부부로 살아가던 중 고수는 임화영의 비밀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녀가 의문의 죽음을 맞이하자, 고수는 복수를 위해 범인을 찾아 나선다. 또 다른 흐름은, 운전기사의 살해 혐의로 재판을 받는 ‘김주혁’과 변호사 ‘문성근’, 검사 ‘박성웅’이 이끌어간다. 시체를 보았다는 사람은 있지만, 정작 경찰은 시체를 찾지 못했다. 다만 흉기와 잘린 손가락만 남아 있을 뿐이다. 경성의 부호인 김주혁과 문성근은 시체가 없음을 이유로 무죄를 주장한다. 한편 검사측은 부의 축적 과정이 의심스러운 김주혁을 반드시 털어버리겠다는 의욕이 가득했다.



  영화는 해방 이후 혼란스러웠던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었다. 여전히 친일파들이 득세하고 있었고, 신문물이 들어오긴 했지만 아직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다. 그 때문에 정확한 신원확인이라든지 통신기록 조회 같은 최첨단 과학수사 기술은 전혀 사용이 불가능했다. 그 때문에 이번 이야기가 성립이 가능할 수 있었다. 그래서 영화의 시간적 배경이 1948년인 모양이다. 하긴 원작도 1955년도에 나왔으니, 요즘 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 기술이 등장할 리 없었다.



  그 때문에 영화는 상당히 이국적이고 고전적인 느낌이 들었다. 건물이나 옷차림, 지나가는 자동차들이 다 지금은 별로 볼 수 없는 스타일이었다.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도 무척이나 좋았다. 일인이역을 한 고수도 괜찮았고, 냉정한 악당 연기를 한 김주혁도 좋았다. 문성근이나 박성웅의 연기도 마음에 들었다. 또한 이야기는 훌륭한 반전도 갖고 있었다. 비록 그 수법이 요즘은 너무 흔해서 중간에 알아차렸지만, 그래도 이야기 구조가 탄탄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런데 왜 영화는 그렇게 재미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영상도 좋았고, 연기도 좋았고, 이야기 흐름도 좋았는데 말이다.



  한참동안 왜 그럴까 고민하다가 ‘아!’하고 깨달았다. 두 이야기 각각의 흐름은 좋았다. 그런데 그 두 개가 교차되면서, 다른 이야기의 흐름을 끊어놓는 역할을 할 때가 있었다. 한참 재판에서 흥이 오를 즈음에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고, 고수의 복수극이 물이 오를 때 재판 장면으로 옮겨가는 식이었다. 두 개를 따로따로 보면 각각의 흐름은 괜찮은데, 둘이 합쳐지자 서로에게 약간은 마이너스 요인이 되는 지점이 중간에 있었다. 다 그런 건 아니었는데, 각각의 이야기가 클라이맥스에 이르렀을 때 그러니 흥이 깨지는 기분이었다. 그 부분은 좀 아쉬웠다.



  믿음과 사랑, 그리고 돈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다. 만약 임화영이 나중에라도 모든 것을 고수에게 털어놓았다면, 어땠을까? 그녀는 고수를 사랑했고 믿었지만, 자신에 대한 그의 믿음에는 확신이 없었다. 고수는 그녀를 사랑했고 믿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순간에는 흔들렸다. 그는 그냥 자신이 믿는 것을 믿기로 한다. 김주혁은 사랑도 믿지 않았고 타인에 대한 믿음도 없었다. 그가 믿는 것은 오직 돈 뿐이었다. 난 무엇을 믿고 살아가는지 생각해봐야겠다.



  그나저나 고수가 양복을 입고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은, 진짜 멋졌다. 영화를 찍으랬더니, 혼자만 화보를 찍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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