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Don't Let Go, 2019
감독 - 제이콥 에스테츠
출연 - 데이빗 오예로워, 스톰 라이드, 브라이언 타이리 헨리, 알프레드 몰리나
경찰인 ‘잭’은 어느 날 조카 ‘애슐리’의 전화가 이상하게 끊어지자, 형네 집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그를 맞이한 것은, 처참하게 살해당한 형 부부와 조카의 시체였다. 장례를 치르고 그는 사건을 수사하지만,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마약을 했던 형의 상황, 그리고 형수와 잭의 관계였다. 그러던 어느 날, 죽은 애슐리의 번호로 전화가 오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믿지 않았지만, 잭은 그 전화가 애슐리에게서 온 게 맞으며 둘의 시간대가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니까 애슐리는 죽기 며칠 전의 시간대에서 삼촌에게 전화를 거는 것이고, 잭은 애슐리의 사망 이후 시간대에서 전화를 받는 것이다. 잭은 과거의 애슐리에게 조사를 부탁하면서, 누가 형네 가족을 죽였는지 알아내고자 하는데…….
다른 시간대의 사람들이 연락을 취하며 과거에 벌어졌던 사건을 막아 미래를 바꾸려 한다는 설정은, 요즘에는 익숙해진 종류이다. 그만큼 많은 작품이 나왔다는 뜻이다. 그 말은 즉, 사람들의 보는 눈이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조카와 삼촌이 짝을 이루어, 조카의 죽음을 막아내는 내용이다. 서로 자유롭게 전화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조카만이 할 수 있는 제한이 걸려있다. 처음에는 형네 가족을 다 살리려는 것 같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조카만 살리는 것으로 목적이 바뀐 것 같다. 생각해보니, 형네 가족을 다 살리려면 조카에게 아빠를 바꿔 달라고 하는 게 더 빠르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면 형이 누구와 마약 거래를 하는지 알아서 범인을 쉽게 잡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런 쉬운 방법을 내버려 두고 오직 조카와만 통화한다. 조카와 삼촌의 시간대가 며칠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러니 둘의 휴대폰 기종도 그리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그러면 달력이나 신문 기사라도 사진을 찍어서 전송했다면, 형도 믿어주지 않았을까 싶기는 하다. 흐음, 혹시 형보다 어린 조카가 삼촌의 말을 더 잘 믿어주기 때문일까?
영화는 전반적으로 뭐랄까, 좀 지루했다. 설정만 보면 긴장감 넘치고 몰입도 높으며 두근거려야 할 것 같지만, 실상은 좀 달랐다. 이 영화를 본 날, 내가 피곤했는지 어쨌는지 잘 모르겠는데, 하여간 보다가 졸았다. 한 30분 잤나? 그런데 영화 내용을 따라잡기에 별로 무리가 없었다. 중간에 애슐리의 바뀐 행동 때문에 미래가 바뀌었다는 데도, 별로 큰 차이는 없었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원인을 생각해보면, 우선은 기본 설정에만 너무 매달린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약간의 변형을 가하거나 새로운 요소를 넣어도 좋았을 텐데, 그런 건 별로 없었다. 심지어 흑막의 정체마저 너무 흔한 설정이어서, 실망이었다. 범인의 정체를 밝히는 부분에서 반전을 넣기는 했는데, 그냥 그랬다. 그런 흐름은 너무 흔했다. 그래서 졸다 일어나도 내용을 파악하는 데 무리가 없었다.
그리고 자세히 알려주는 것 같으면서 또 엉성하게 넘어가는 부분들이 있었다. 이런 작품을 보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기본 설정을 얘기하는데 시간을 많이 할애하더니, 뜻밖에 사건과 관련된 부분들은 그냥 슬슬 넘어갔다. 그래서 중간에 설명이 많아 지루하다고 생각했나 보다. 그리고 그냥 넘어가는 부분 때문에 영화가 엉성하고 뜬금없다는 느낌이었고 말이다.
많이 아쉬운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