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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롤
알렉산드르 아야 감독, 카야 스코델라리오 출연 / 파라마운트 / 2020년 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Crawl, 2019
감독 - 알렉산드르 아야
출연 - 카야 스코델라리오, 베리 페퍼, 모피드 클락, 로스 앤더슨
강한 허리케인 때문에 모두가 대피하던 때, ‘헤일리’는 연락이 두절된 아빠를 찾기 위해 마을로 돌아간다. 만류하는 지인을 뒤로 하고, 집에 겨우 도착하지만 아빠는 보이지 않는다. 집안을 뒤지다가 지하실에 쓰러진 아빠를 발견한다. 하지만 그 때는 비바람 때문에 물이 불어나, 어떻게 나갈 수 없는 상황. 더군다나 허리케인 때문에 악어들이 마을로 밀려들어와, 지하실에 있는 그들을 노리는데…….
한정된 공간에서 소수의 사람들이 자연재해라든지 동물의 위협 앞에서 고군분투하는 작품이다. 영화를 보면, 악어가 악의 축으로 보인다. 그런데 악어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불쌍하다. 허리케인 같은 자연재해는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기후 변화 때문에 더 파괴적으로 변할 수도 있다. 기후 변화는 인간 때문에 발생한다. 그러니까 악어 입장에서 보면, 인간들 때문에 그들의 거주지가 파괴되고 어쩔 수 없이 비바람에 떠밀려왔는데 죽일 놈이 되어버렸다. 이 작품의 장르가 자연다큐멘터리였다면 악어가 주인공이 될 수도 있어서, 그쪽의 입장이 반영되었겠지만 그게 아니라서 좀 안타까웠다.
하지만 팔은 안으로 굽는 법! 난 인간이니까 인간 편을 들 것이다.
헤일리는 악어에게 물리는 부상까지 당하지만, 굴하지 않고 아빠와 함께 살아남으려고 노력한다. 수영선수라서 튼튼한 건지, 아니면 살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이지 모르겠다. 아니면 두 개 다?
영화를 보고 나서, 집은 튼튼하게 지어야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허리케인이 지나가는 범위 안이고, 모든 것이 다 쓸려 내려가며, 물이 지붕 밑까지 차오르는 와중에도, 주인공의 집은 남아 있었다. 크게 부서진 곳도 없고, 중반부까지 배경이었던 지하실만 약간 파손된 것 뿐? 좋은 집이다. 악어가 지하실로 들어온 것만 빼면 말이다. 아, 그게 제일 큰 문제가 되려나?
그리고 또 깨달은 점은, 허리케인이나 태풍이 온다고 집 안에 있거나 대피하라고 하면, 재빨리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괜히 집에 있다가 가족들 걱정시키지 말고. 하긴 헤일리가 위험하다고 아빠에게 안 갔으면, 영화가 만들어지지 않았겠지만…….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 부분은 좀 무리수가 아닐까 싶다.
악어는 동물원이나 텔레비전에서 본 게 다여서 일까? 영화 속의 인물들이 위기에 처해있어도 그렇게 무섭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냥 집 떠나와 고생하는 악어가 불쌍한 뿐. 이게 정서 차이라는 건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