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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젼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 기네스 팰트로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Contagion, 2011
감독 - 스티븐 소더버그
출연 - 마리옹 꼬띠아르, 맷 데이먼, 로렌스 피쉬번, 주드 로, 기네스 펠트로, 케이트 윈슬렛
홍콩으로 출장을 다녀온 ‘베스’는 감기 기운을 느낀다. 하지만 어떻게 손 써볼 수도 없이 갑자기 사망하고, 그녀의 어린 아들 역시 같은 증세로 사망한다. 그녀와 비슷한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이 전 세계에서 속출하고, 국제기구에서는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기 위해 ‘레오노라’를 홍콩으로 파견한다. 질병통제센터의 ‘치버 ’박사는 ‘에린’을 보내 역학 조사를 시행하고, 백신 개발을 위해 노력한다. 이후 초기 발병을 벌였던 사람들이 모두 다 한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이미 신종 바이러스는 전 세계로 급속히 퍼진 뒤였다. 한편 프리랜서 기자인 ‘앨런’은 정부가 뭔가 숨기고 있다고 주장하며, 자신이 개나리를 이용한 치료제로 효과를 봤다고 사람들을 선동하는데…….
요즘 분위기와 맞물려서, 화제가 되고 있는 작품이다. 우연히 케이블 텔레비전에서 해주는 것을 봤는데, 영화의 분위기와 어조가 담담한데 오싹했다. 제작진은 특별히 한 사람을 주인공으로 하지 않고, 포스터에 있는 여섯 명을 중심으로 각각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차분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그 일은, 지금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상황과 그리 다를 게 없었다. 아직 한국에서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다른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생필품 사재기로 인한 사람들 사이의 갈등, 음모론과 검증되지 않은 비과학적인 치료법에 관한 가짜 뉴스의 만연, 역학 조사를 벌이던 조사관의 감염과 죽음 등등. 그 외에도 생각해볼 만한 장면들이 많았다.
이런 장르에서 흔히 억지로 눈물을 자아내는 신파조의 장면들이 있을 법한데, 이 작품에는 그런 게 없었다. 그냥 다큐멘터리처럼, 담담하게 보여주고만 있었다. 이런 상황이 되면 사람들은 이런 반응을 보일 것이고, 그러면 또 이런 사람들도 등장하고, 그러면 누군가 이런 주장을 하고 또 다른 이는 저런 행동을 하고……. 마치 이런 사태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으니까, 미리미리 참고하고 대비하라는 것 같았다. 사재기하지 말고, 가짜 뉴스에 휘둘리지 말고, 밖에 함부로 나다니지 말고, 강도질하지 말고, 개인위생에 주의하고. 특히 손은 깨끗이 씻고.
작품에 나오는 다양한 사람들을 보면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생각해봤다. 음, 다른 건 모르겠고 위기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을 속여가며 이득을 취하는 삶은 살지 말아야겠다. 내 거짓말 때문에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을 수 있는데, 과연 그들을 죽게 놔두고 난 편하게 살 수 있을까?
이 영화를 텔레비전에서 처음 봤을 때, ‘둘째 날 DAY 2’로 시작해서 앞부분을 놓쳤나 싶었다. 그런데 다 보고 나니, 맨 마지막에 ‘첫째 날 DAY 1’이 나왔다. 그리고 신종 바이러스가 어떻게 생겨났고, 베스가 어떻게 최초 감염자가 되었는지에 대한 답을 주고 있었다.
자업자득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인과응보라고 해야 하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신종 바이러스는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서식지를 잃어버린 야생 동물이 가축과 만나 만들어진 것이었다. 영화에서 연구원이 사는 곳과 생활 습관이 전혀 다른 두 동물이 만나서 바이러스를 만들어낼 확률이 희박한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인간이 지구를 어떻게 파괴하는지 생각하면 그리 희박한 일은 아닐 것이다. 하긴 같은 인간도 죽게 놔두는데, 동물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겠지.
그러니까 생명의 존엄성을 기억하고, 자연을 보호하고, 손을 잘 씻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