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Belzebuth, 2017
감독 - 에밀리오 포르테스
출연 - 호아킨 코시오, 토빈 벨, 테이트 엘링턴, 노르마 안젤리카
어느 산부인과에서 간호사가 신생아들을 마구 죽이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리고 몇 년 후, 이번에는 유치원에서 한 중학생이 원생들을 총으로 쏴 죽이는 일이 발생한다. 담당 형사인 ‘리터’는 몇 년 전에 있던 산부인과 사건에서 아이와 아내를 잃었었다. 그는 상부의 지시로 초자연 법의학팀의 ‘프랑코’와 함께 사건을 수사한다. 그런데 뒤이어 수영장에서 청소부가 수영하던 아이들을 감전사시키는 일이 발생한다. 프랑코는 산부인과와 유치원 그리고 수영장에서 발생한 일들이 연관되어 있다고 얘기하는데…….
제목인 ‘벨제부스’는 악마의 이름으로 벨제붑 Beelzebub, 또는 바알제불 Ba'al Zebul, 아니면 바알 등으로 불린다. 사탄이라고도 하며, 악마 세계에서 짱을 먹고 있는 존재라고 한다. 그리고 외모 덕분에 ‘파리의 왕’이라고도 불린다. 이름은 원래 하나이건만, 별명처럼 여러 개로 불리는 사람 아니 존재는 뭐다? 그렇다, 사기꾼이다. 하지만 뜻밖에도 꽤 인간과 친숙한 악마라서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은 물론이거니와 팝송 노래 가사에도 등장한다. 그러니 제목을 보는 순간, 이 작품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알 수 있다. 악마와 천사의 대립이겠구나.
그리고 아이들만 골라 죽이는 초반을 보면 눈치챌 수 있다. 아하! 적 그리스도와 재림한 예수가 등장하겠구나. 이 작품에서 아이들이 살해당하는 이유는, 바로 한 가지 새로 태어날 예수 의 앞길을 막기 위해서였다. 죽임을 당한 아이 중에는 세례 요한이라든지 성 바울의 환생자가 있었다. 그 아이들이 성장하여 새로운 복음을 펼치면서 예수의 앞길을 준비해야 하는데, 악마가 선수를 쳐서 다 죽여버린 것이다. 하아, 왜 하나님의 종인 바티칸 사람들은 그런 걸 모르고, 악마가 먼저 알게 되는 걸까? 그리고 그걸 미리 알게 된 신부는 파문당하고 말이다.
영화는 상당히 잔인하다. 장면 자체가 그런 것도 있지만, 설정도 끔찍하다. 무자비한 터미네이터도 아기인 존 코너가 아닌 태어나기 전이나 성장한 다음에 죽이러 왔는데, 여기서는 신생아나 네 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들을 처참하게 죽인다. 그리고 재림한 예수로 추정되는 네 살 먹은 아이 앞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도 상당히 잔혹하다. 엄청난 트라우마에 시달릴 것 같지만, 재림 예수니까 잘 견뎌낼 거라 믿어본다.
그리고 작품은 덧붙여서 믿음에 관해 얘기하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진지한 종교 교리를 다루지는 않는다. 그러면 영화의 장르가 바뀌었을 것이다. 그냥 중요한 선택의 순간에, 누구를 무엇을 어떻게 따를 것이냐는 문제를 제기할 뿐이다. 프랑코를 믿을 것인가 말 것인가에 관한 선택, 파문당한 신부를 믿을 것인가 말 것인가에 관한 선택, 그리고 과연 재림 예수를 보호할 존재로 그 사람이 믿을만한지 아닌지에 관한 바티칸의 선택 등등 많은 갈등을 유발하는 지점이 등장한다.
내가 고른 이 답이 맞는지 아닌지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그래서 믿음이 중요한 모양이다. 그런데 그게 광신에 가까운 맹목적인 믿음인지 아니면 신의 뜻에 적합한 믿음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종교란 그래서 어렵고 복잡한가 보다.
초반엔 잔혹한 설정으로 보는 사람의 얼을 빼놓더니, 중후반으로는 믿음에 관해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