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Body Guard, 2018
제작 – 토마스 빈센트
각본 - 제드 머큐리오
출연 - 리처드 매든, 킬리 호위스, 소피 런들. 지나 맥키
아프가니스탄 참전용사였던 ‘데이비드 버드’는, 아이들과 집으로 돌아가던 중 자살 폭탄 테러리스트 ‘나디아’를 만나게 된다. 그는 경찰과 나디아를 설득해, 아무런 피해자도 내지 않고 사건을 마무리한다. 이에 따른 포상으로 그는 내무장관 ‘줄리아 몬태규’의 경호 담당이 된다. 처음에는 삐걱거리던 두 사람이었지만, 각자의 일에 충실한 모습에 서서히 신뢰를 쌓아간다. 그러던 중, 줄리아를 노린 총격 사건이 일어나는데…….
제목을 보자마자 고인이 된 ‘휘트니 휴스턴’의 명곡 ‘웬 다이아~’가 떠오르거나 속옷 브랜드가 생각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또는 경호원과 경호를 받는 사람의 19금 적인 끈적함이 묻어나는 내용이냐고 상상할 사람도 있을 것이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노래는 안 나오고, 19금적인 내용은 나오며 속옷은 기억이 확실하지 않지만 아마 나왔을 것이다. 19금적 장면이 나오는데 속옷이 안 나올 리가……. 아, 이 작품은 영국 드라마다.
그리고 미리 말하자면, 스포일러를 적지 않고 리뷰를 쓰자니 너무 힘들어서, 그냥 포기하면 편하다는 생각에 그냥 쓰기로 했다. 그게 과연 스포일러가 되느냐는 의문이 들긴 했지만, 그런 건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까.
** 경고 –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설정이 적혀있으니 주의하시오!**
** 이 아래를 넘어서면, 원하지 않은 내용을 알게 될 것! **
1편을 보면서, 엄청나다는 인상을 받았다. 한 시간 남짓 동안, 여러 개의 사건이 휙휙 지나가면서 또 인물들의 성격과 이야기는 빼먹지 않은 구성이 놀라웠다. 마치 다른 장르의 드라마 서너 편은 본 듯한 기분이었다. 이어서 2편을 보면서는 갑작스러운 이야기의 전개에 당황했다. 아니, 저 둘은 신뢰를 쌓으라니까 왜 만리장성을 쌓는 거지? 그리고 3편에서는 ‘헐! 이게 뭐야!’라는 소리 없는 아우성과 함께 충격을 받았다. 4편에서도 역시 충격과 공포였다. 주인공이 죽는 작품은 더러 봐왔다. 하지만 그건 대개 결말 부분이었지, 작품의 반 정도 왔을 때 죽는 예는 없었다. 아, 그러면 줄리아는 주인공이 아니었나? 진 주인공의 각성을 위해 희생당하는 장치 내지는 극의 전반적인 사건을 이끌어가는 계기가 되는 설정 정도? 5편과 6편에서는 범인으로 몰리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버드를 보면서 감탄하고, 혹시 적들의 함정에 빠질까 봐 마음을 졸이면서 응원했다.
그런데 6편 20여 분을 남기고는 안타까움에 탄식을 내질렀다. 하아, 드라마가 왜……. 왜인지 모르지만, 용의자들이 체포돼 조사를 받는데, 너무 착하다. 착해도 너무 착해서, 묻지도 않은 걸 술술 대답해주고 갑질도 하지 않는다. 아니 왜, 막말로 ‘니들이 내가 누군지 알아?’ 내지는 ‘이것들아, 내가 니들 상관이야! 어디서 꼬나봐? 눈 깔아, 이것들아!’같은 말도 안 하지? 몇 년 전에 우리나라에서 비선실세라는 사람이 조사받을 때 찍힌 사진이 있었다. 조사를 받는 사람은 팔짱을 끼고 여유 있게 웃고 있었고, 조사하는 후배 내지는 부하 검사들이 두 손 모르고 소진하게 서 있었던. 여기서는 그런 거 하나도 없었다. 미국 드라마 ‘데어데블 Marvel's Daredevil, 2015’ 보니까 거기서 최종 흑막 보스 ‘킹핀’은 잡혀가면서도 여유 있게 허세를 부리고 막 협박하고 그러던데, 여기는 왜 안 해? 뒤를 봐줄 빽이 없어? 끈 떨어진 연 신세야? 아니면 이미 형량 거래 한 거야? 그런 거야?
잘 나가다가 20분 남겨두고 드라마는 무너지고 말았다. 왜 갑자기 착한 범죄자들을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하아, 진짜 3일 동안 잔뜩 긴장해서 숨죽이며 봤던 게 허무할 지경이었다.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