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Scary Stories to Tell in the Dark, 2019
감독 - 안드레 외브레달
출연 - 조 마가렛 콜레티, 마이클 가르자, 가브리엘 러시, 딘 노리스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어느 할로윈 날. ‘스텔라’, ‘척’ 그리고 ‘오기’는 평소 자기들을 괴롭혔던 ‘토미’의 차에 장난을 친다. 하지만 곧 그에게 보복을 당하고, 정신없이 쫓기던 셋은 라몬의 차에 숨어든다. 겨우 숨을 돌린 셋은 라몬을 꾀어 폐가에 가보기로 한다. 이리저리 집 안을 둘러보던 중, 스텔라는 책 한 권을 발견한다. 몰래 그 책을 갖고 돌아온 스텔라는, 갑자기 책에 글자가 적히는 것을 보고 놀란다. 그리고 책에 적힌 내용대로, 아이들에게 기괴한 일이 하나씩 벌어지는데…….
감독의 전작이 ‘제인 도 The Autopsy of Jane Doe, 2016’였기에, 아주 조금 기대를 했었다. 사실 전작을 보고 기대했다가 실망으로 변하는 감독들이 더러 있어서, 이제는 아주 조금만 기대하기로 했다. 제인 도는 딱히 무서운 장면이 나오지 않지만, 긴장을 차곡차곡 쌓아가면서 서서히 뭔가 다가오는 것 분위기를 잘 살린 작품이었다. 딱히 피와 살점이 튀거나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의 고문 장면 내지는 사람을 써버리는 살인마가 나오지 않아도, 오싹하고 무시무시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공포 영화이기에, 그 작품처럼 무시무시하지는 않았다. 등장하는 괴물들은 전편보다 끔찍하지만 말이다. 괴물은 무시무시한데, 하는 짓은 뭐랄까 귀염둥이 수준이라고 할까? 물론 상상하면 끔찍하기는 하다, 고깃국을 먹었는데 씻지 않은 발가락이 나오고, 볼에 커다란 종기가 생기더니 거기서……. 당하는 아이들에게는 죽을 만큼 무섭고 끔찍하고 잔인한 사건이지만, 보는 입장에서는 그냥 그랬다. 아무래도 다른 작품들에서 사용했던 설정이기 때문일 수도 있고,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피와 살점이 튀기지 않고 그냥 비명과 함께 화면이 바뀌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리고 언젠가 다른 작품 리뷰에서 적은 것 같지만, 무엇보다 서양 귀신은 한국에 올 일이 없다. 훗, 그래서 내가 뱀파이어 물을 안 무서워하지.
영화 속의 주인공들은, 친구들에게 기이한 사건들이 계속해서 일어나자 사건을 해결하려고 애쓴다. 물론 어른들은 그들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 한번 호되게 당하고 나서야 믿어주려 하지만, 이미 버스는 출발해서 다음 정거장에 도착한 뒤다.
결국, 영화는 믿음에 관한 이야기였다.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 사람들에게 고통을 받은 사람은, 누군가 자신을 믿어줄 때까지 그곳을 떠나지 못했다. 그리고 남들에게도 똑같이, 아무도 그들을 믿어주지 않는 상황을 만들어냈고 말이다. 그게 좀 안타까웠다. 누누이 말하지만, 복수는 자신을 괴롭히거나 방관한 사람 내지는 그와 관련된 사람에게 하는 게 원칙이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고 싶으면, 상대에게 진심을 내보여야 한다. 괴롭히는 게 아니라.
하여간 자신과 조금만 다르면 눈에 불을 켜고 괴롭히려는 인간이 문제다. 거기다 그걸 방관하는 것도 문제고. 그 때문에 피해자가 생기고 한을 품은 존재가 등장하는 것이다. 영화는 한을 품고 복수하겠노라 돌아올 수라도 있지, 현실에서는 죽으면 끝이다. 살아도 복수를 못 할 때도 있고. 그러니까 나와 다른 남을 받아들이는 훈련을 시켜야 한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건, 그 사람도 어쩔 수 없는 거니까.
무서운 걸 좋아하지만 나이 제한 때문에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는 볼 수 없는, 청소년에게 알맞은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