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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온 (극장판) - [할인행사]
시미즈 다카시 감독, 오키나 메구미 외 출연 / 아이비젼엔터테인먼트(쌈지)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Ju-on: The Grudge, 呪怨, 2002
감독 - 시미즈 다카시
출연 - 오키나 메구미, 이토 미사키, 이치카와 유이, 츠다 칸지
드디어 꿈도 희망도 없던 극장판 첫 번째 이야기의 차례가 되었다. 비디오판에서 있던 사건에서 몇 년 지난 뒤를 다루고 있다. 그래서 토시오네 집에는 병든 ‘사치에’를 모시는 아들 부부가 이사 와서 아무것도 모른 채 살고 있었다. 그런데 노모를 돌보러 왔던 간병인 ‘타카하시’가 실종되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리카』는 실종된 간병인을 대신해 들른 자원봉사자였다. 그런데 집안은 난장판이었고, 사치에는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집 안을 청소하던 ‘리카’는 사치에에게 드리운 검은 그림자를 보게 되는데…….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토시오가 옷을 제대로 차려입고 나온다.
『카츠야』는 사치에 아들인데, 시간으로 보면 제일 먼저 일어난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어느 날, 퇴근한 그는 부인이 죽어있는 걸 발견한다. 그리고 그 역시 심상찮은 기운을 느끼는데……. 이 집에는 ‘가야코’와 ‘토시오’뿐만 아니라, 둘을 죽인 ‘사에키’의 원혼까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드는 내용이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카츠야의 행동을 설명할 수 없다.
『히토미』는 ‘카츠야’의 동생으로, 병든 어머니를 보기 위해 집에 들었었다. 그런데 회사에서부터 집까지, 그녀는 뭔가 이상한 것이 따라오는 것 같다고 느끼는데…. 꿈도 희망도 없다고 얘기한 이유가 되는 에피소드이다. 왜냐면, 가야코가 이불 속에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아니, 인간적으로 무서운 걸 보면 이불 속으로 들어가는데 인지상정 아닌가? 그런데 거기서 가야코를 튀어나오게 해? 감독 인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설정이었다. 무서운 걸 봐도 숨을 곳이 없다니, 진짜 꿈도 희망도 없는 에피소드였다.
『토야마』는 전직 형사로, 토시오 가족과 코바야시 가족의 사건을 조사하던 사람이었다. 그 뒤 은퇴했는데, 리카와 사치에 가족 사건 때문에 경찰이 찾아온다. 그는 경찰서 CCTV에서 불길한 검은 그림자를 보는데……. 토시오네 집에 이상한 능력이 있다는 게 드러나는 에피소드였다. 바로 토야마가 그곳에서 미래의 자기 딸을 만나기 때문이다. 전에 읽은 서양 소설이 떠오른다. 거기서 집은 가만히 있지만, 문을 열 때마다 시간이 바뀌는 그런 내용이었다.
『이즈미』는 전직 형사 ‘토야마’의 딸이다. 앞선 에피소드에서는 꼬꼬마였는데, 이제 여고생이 되었다. 그러니까 시간이 더 흘렀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마을에는 실종자를 전단이 나부끼고, 전반적으로 황폐해졌다는 걸 알 수 있다. 아마 이번 극장판에서 가장 나중에 일어나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흉가체험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었다. 그런데 이즈미에게 친구들이 찾아오는 장면에서는 영화 ‘살렘스 롯 Salem's Lot, 1979’이 떠올랐다.
『가야코』는 그 집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리카의 이야기다. 여기서 꿈과 희망이 없다는 이유인 두 번째 장면이 나온다. 바로 머리 감는 장면이다. 언젠가 어디선가 언급했던 것 같은데, 이 영화를 보고 며칠 지나지 않아 머리를 감게 되었다. 그런데 물소리 때문에 네다섯 살이었던 막내 조카가 들어오는 걸 못 들었었다. 그 녀석은 고모 머리 감는 걸 도와주겠다고 나에게 손을 뻗었고, 예상치도 못한 손가락을 만진 난 ‘으악!’하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조카도 깜짝 놀라고 말이다. 테이블 아래 쭈그리고 앉아있는 토시오가 귀여웠다. 사실 얘 엄마가 무서운 거지, 애는 귀엽게 생겼다. 물론 일본판은 꼬꼬마라서 귀여운 거지, 미국판 ‘그루지 The Grudge, 2004’에서 열 대여섯 살은 먹은 것 같은 아이가 팬티만 입고 돌아다니는 건 그것대로 공포긴 했다.
만반의 준비를 했지만, 여전히 가야코의 등장씬은 눈을 돌리게 되는 영화였다.